“돈 모아서 공부할 거예요”

▲ 이나건 청년.
 요즘 취업하는 청년들이나 CEO들에게도 인문·철학적 소양은 참 중요한 기준이자 덕목으로 이야기 되곤 합니다. 4차 산업혁명 붐이 일고,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이 우리 삶의 요소들을 변화시킨다 하더라도 생각하는 존재로서 인간의 특성은 변별력을 지금 보다 더 키워야 도래하는 위협과 경쟁을 뛰어넘는 존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노리스 대표 이나건 청년을 만나고 나서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 안녕하세요. 광주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나건입니다. 올해 32살로 전남대학교에서 생물학, 철학으로 학사를 받았으며 동 대학 문화전문대학원에서 문화경영관광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졸업했습니다. 원래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서 정치나 미학 분야의 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학비와 생활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졸업 후 직장생활을 시작했지만 월급만 받고 살다가는 평생 다시는 공부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평생 공부할 돈을 모으고 싶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평생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니. 음. 본인의 롤모델이 있나요?

 △ 거창한 롤 모델보다는 선망하는 인물로 1981년 작 영화 ‘REDS’에서 다뤄진 미국의 저널리스트 ‘존 리드’를 꼽습니다. 리드는 급진적 공산주의자로 러시아혁명을 목격하고 대중들에게 알린 인물로 극 중 영성인권운동가 루이즈 브리안과의 열애와 일을 오가면서 열정적으로 살아간 그의 모습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광주의 문화지형, 민주적 양상과는 거리”

 

 - 정치와 미학에 관심이 있다고 했는데 최근 이야기하고 싶은 이슈는?

 △ 하고 싶은 주제는 많지만 정치와 미학을 동시에 언급하기에 가장 적합한 키워드는 역시 ‘문화’라고 생각됩니다. 역사적 맥락에서 87년 이전에는 민주주의가 시민들에게 주요한 관심이었으나 87년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의 이행으로 시민사회의 관심이 문화라는 포괄적 프레임에 묶여 다양한 갈래로 분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시위의 방식이 기존과 달리 문화제라는 형식으로 바뀐 것도 이와 같은 역사적 토대를 갖기 때문이겠죠. 이 같은 전차로 민주화의 성지였던 광주가 문화의 도시로 탈바꿈해 나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제 눈에는 광주의 문화 지형이 민주적인 양상과는 조금 멀어 보입니다. 본디 민주사회의 문화는 시민들의 욕구와 자발적 이행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만 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광역시의 문화 정책은 마치 파시스트 미학처럼 엘리트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 양상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역의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보다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 섭외에만 매달리는 콘텐츠 운영방식, 시민의 편의와는 무관하게 지자체장의 의지만으로 시행되는 전당 앞 차량 통제 등이 바로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도 많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여러 가지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담당자들에게 본질에 더 다가가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습니다. 다소 두루뭉술한 제언일지는 모르나 과연 전당이나 광주광역시가 국민의 세금으로 왜 문화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지 이를 통해 어떤 효과를 이끌어 내야하는지 하는 고민 말입니다.

 

 - 모노리스 회사는 어떤 곳인가요?

 △ 모노리스는 문화와 기술의 융합을 통해 창의적인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설립됐습니다. 2016년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창업 지원을 통해 연예인 주식게임을 개발했었으며 현재는 사물인터넷 관련 사업아이템으로 신규 자사 아이템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및 홈페이지 개발을 주로 하고 부가적으로 영상제작업을 하고있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문화와 기술 융합…창의적 콘텐츠 개발”

 

 - 어떤 CEO가 되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 직장생활을 했었을 때 주말과 저녁이 없는 삶을 사는 것이 너무 싫었었습니다. 정말로 이게 사람이 사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학비를 벌고 주말과 저녁이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만 지금도 여전히 주말과 저녁은 제게 없다는 것이 요즘 고민되는 현실문제입니다. 저는 거창한 CEO가 되기보다 손학규씨의 말처럼 직원들의 주말과 저녁은 챙겨줄 수 있는 CEO가 되고 싶습니다. 물론 밀리지 않는 월급은 기본입니다.

 

 - CEO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희랍 철학에서 arete(덕)이란 개념은 어떤 종류의 우수성과 도덕적 미덕을 동시에 의미하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공동체에서 시민이란 이런 arete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와 권력을 지닌 재벌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오늘날 CEO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란 제 생각에는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과 해야만 하는 것을 구별해서 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덕적인 측면에서 창업주라고 법인 회사의 공금을 횡령하거나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부당한 납품계약을 하는 등과 같은 일들은 하고 싶을 수 있겠지만 해서는 안 될 일이겠습니다. 직원들에게 정당하게 월급을 주고 정당한 휴가를 보장하는 것은 잘 지켜지지 않지만 기업들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세법에 근거한 투명한 세금 납부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경영의 측면에서도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과 해야만 하는 것을 행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사업 아이템이라고 해도 시장의 검증을 혹독하게 거치지 않은 아이템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대표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사업 아이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자가 잘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아이템만이 성공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해당 아이템이 사회와 시대에 필요한 아이템이라면 사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게 높아질 것입니다. 따라서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과 해야만 하는 것을 구별해서 행할 수 있는 능력은 CEO에게 있어서 가장 필요한 arete라고 생각합니다.

 

 - 참 철학적인 CEO라는 생각이…. 본인에게 있어 성공한 삶이란?

 △ 학부생 때 분자미생물학 실험실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교수님은 저에게 “너의 하루 일과를 모든 사람들에게 적나라하게 공개했을 때 한 점 부끄럼이 없을 수 있겠냐”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공부는 뒷전이고 놀기에 바빴던 저를 혼내기 위해 하신 말씀이었는데 그때의 꾸짖음이 저에겐 성공한 사람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됐습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눈을 감을 때 지나간 내 삶을 다른 사람들에게 적나라하게 모두 공개해도 누구보다도 부끄러움이 적다고 자부할 수 있는 것’ 말입니다.

▶이나건 청년을 만나는 방법

E-mail : lng515@batavia.co.kr

페이스북 : facebook.com/simpson.lee.7

 

서일권_옹달샘 <광주청년센터the숲 센터장>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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