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실태조사 중간 발표
청년 30% ‘지인’ 소개로 취업
전국 대비 ‘사적 경로’ 높은 비중
“열악한 고용시장과 연관”

▲ 지난 19일 광주시청 세미나실에서 열린 ‘광주청년 계층별 실태조사 연구’ 토론회.
광주 청년들이 부모나 친척, 친구나 선후배 등 ‘사적 경로’를 통해 구직하는 비중이 타 지역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열악한 지역 고용시장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광주시는 지난 19일 광주시청 세미나실에서 ‘광주청년 계층별 실태조사 연구’ 토론회를 열었다.

이를 통해 광주지역 청년(20세~34세) 7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광주지역 청년정책 실태조사’의 중간 결과가 발표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광주지역 청년들의 구직경로.

광주 청년들의 ‘주된 구직경로’를 조사한 결과 생활정보지라고 답한 청년이 16.9%로 가장 많았고, ‘친구 또는 선후배’가 13.9%, ‘학교 선생님(교수)나 지인’이 11.3%로 뒤를 이었다.

‘부모 또는 친척’이라고 답한 청년도 6.0%로 ‘사적 경로’를 이용하고 있는 청년의 비중이 30%에 달했다.

이는 정부의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 Graduates Occupational Mobility Survey)’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김종진 연구위원 등 연구진이 이 조사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지역별 취업준비자 졸업 후 첫 일자리 취직 경로’를 살펴보면 광주는 ‘학교(학원)’ 선생님 소개나 추천’이 26.0%, ‘가족, 지인 소개나 추천’이 24.4%로 전국(각 19.5%, 16.9%), 서울(16.6%, 15.4%)보다 비중이 높았다.

상대적으로 전국, 서울은 ‘인터넷 구직사이트’가 각각 34.1%, 29.0%로 가장 높았다.

이와 관련해 광주 청년들은 구직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취업정보가 부족하거나 잘 몰라서’(18.2%)를 꼽았다. ‘본인의 적성을 파악하지 못해서’(17.9%), ‘수입이나 보수가 맞지 않아서’(16.4%) 등이 뒤를 이었다.

구직활동과 관련해 ‘직업훈련 받지 않음’이라고 응답한 청년은 무려 87.7%에 달했다. 취업을 위한 시험준비 경험이 있다고 한 청년은 29.9%로 나타났다.

학교 졸업자들의 첫 일자리 구직기간은 평균 12.7개월이었다.

이번 조사를 맡은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광주 청년 10명 중 3명은 시험준비, 1명은 직업훈련, 나머지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청년들이 구직활동 초기 장기 실업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조기 개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직업 훈련을 받지 않고, 취업 정보도 잘 얻지 못하고 있으며, 10명 중 3명 이상은 ‘사적 경로’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이를 통해 얻은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가 되긴 어렵다는 점이다.

광주 청년들의 현재 일자리 고용현황은 임금노동자가 87%, 비임금노동자(자영업자, 고용주)는 13%로 조사됐다. 이중 정규직은 47.6%, 비정규직은 39.4%로 광주 청년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인 셈이다.

올해 광주 청년들의 아르바이트 노동환경을 조사한 결과 실제 받고 있는 평균 시급이 6256원으로 2017년 최저시급 6470원에 못 미쳤다.

아르바이트 부당대우 경험에 대한 조사에선 ‘최저임금 미적용’이 51.9%, 근로계약서 미작성이 26.0%로 나타났다.

광주시 실태조사 대상 청년 중 취업자들의 주당 노동일수는 5일이 47.6%, 6일 이상이 46.2%로 일주일에 6일 이상 일하는 취업자들이 절반에 가까웠다.

주당 근로시간은 취업자들 대부분이 35~40시간 미만(40.1%)을 일하고 있었고, 주 52시간을 초과한 장시간 노동자 비중은 18.8%로 조사됐다.

GOMS를 토대로 지역 청년들의 ‘첫 일자리 근속기간’을 분석한 결과 광주 청년들의 첫 일자리 근속기간은 1년 미만이 59.9%, 1년~2년 미만이 38.2%였다.

1년 미만이나 1년 이후 이직이나 직장을 그만둔 청년들이 그만큼 많고, ‘장기근속자’는 절반이안 된다는 것이다.

첫 일자리 사업체 규모도 ‘10인 미만’이 42.8%로 가장 높았다.

김 연구위원은 “광주는 사적 경로를 통해 구직하는 청년들의 비중이 전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며 “그런데 이게 10인 미만,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가 많다는 게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을 ‘사적 노동시장 활성화’라고 규정한 김 연구위원은 “이게 기점이 있을 거다. 외부에서 들어온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우리지역 기업이 없는 구조로 재편되면서 이런 것인지 등을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지역의 고용시장이 열악해지는 것과 사적 노동시장을 통한 진입이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민철 광주광역시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장은 “광주 청년들의 구직경로 중 ‘사적 루트’가 많다는 건 ‘공적 루트’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된다”며 “이런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기관이 대학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8월까지 관련 청년정책을 수립, 청년정책기본계획을 보완할 계획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