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따돌림·구제조치 부재로 정신 질환”
학숙측 “이의 제기” 광주시 “지켜볼 것”

▲ 남도학숙 전경.<사진출처=남도학숙 인터넷 페이지>
 2014년 4월 직원 성희롱 사건이 벌어진 남도학숙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도록 하다가, 사건 1년여 뒤 인권위의 ‘분리’ 권고가 나온 뒤엔 되레 피해자를 별실로 보내 는 등 2차 피해가 이어지면서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피해자에 대한 산재를 승인했다.

 하지만 남도학숙 측은 “공단측의 판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이의를 제기할 태세이고, 해당 사건에 감사를 벌였던 광주시는 당시도, 그리고 판정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피해자측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5일 피해자를 대리해 근로복지공단에 ‘재해경위서’를 작성·제출한 민주노총 노동법률지원센터 ‘노동과 인권’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이 지난 6일 피해자 A씨에 대한 성희롱 피해와 2차 피해에 대한 산재 신청에 대해 ‘우울병 에피소드’ 및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요양을 승인했다. A씨가 남도학숙 근무 전까진 없었던 정신 질환이 남도학숙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유발된 ‘업무상 질환’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게 노동과 인권 측 해석이다.

 

▲“성희롱 가해자·피해자 같은 공간 방치”

 A씨는 2014년 4월 남도학숙의 직원으로 입사한 이후 직속상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및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해 탄원서 제출 등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남도학숙 사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가 다음 해 2015년 5월 인권위에 진정했고, 인권위는 사건 1년 뒤인 2016년 3월에야 일부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전 직원 대상 인권교육 실시를 권고했다.

 앞서 인권위는 2015년 9월 ‘분리 조치’를 권고했는데, 남도학숙 측은 이때까지 피해자와 가해자를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도록 해 2차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게다가 남도학숙은 인권위 권고 이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도서관 인근 별실에 홀로 격리시켜 당사자의 상처를 키웠다. 피해자 측은 격리된 상태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증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만5000여권의 책을 정리하라는 등 잡무만 주문하거나,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업체에서 만드는 도서관 관리 매뉴얼을 만들라고 하는 등의 괴롭힘이 있었다”는 게 ‘재해경위서’에 기록돼 있다.

 이 과정에서 A씨 가족과 광주여성단체 등이 성희롱 2차 피해 민원을 광주시에 제출했다. 당시 남도학숙 사무국을 책임지고 있던 광주시는 2016년 4월 남도학숙에 대해 감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감사 직전 남도학숙은 A씨의 별실 근무를 중단시키고 부서로 복귀시켰고, 감사 당일에야 ‘직원 인권교육 및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등 뒤늦은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감사 결과 남도학숙 원장, 사무처장, 관리 및 장학부장, 영양사 등 11명과 A씨의 의견 등을 토대로 “사측의 불이익 조치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놨다.

 

▲인권위 권고 후 되레 피해자를 별실로 보내

 이와 관련 피해자 A씨는 같은 달 광주시청 온라인 민원을 통해 “감사 당시 피해 사실에 대한 증빙 자료를 제출하고, 의견 피력했으나 광주시가 받아들이지 않았고, 감사 과정 및 일정에 대해 문의했으나 이 또한 공유되지 않았다”며 ‘덮어주기식 감사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반면 광주시 감사위원회는 “A씨가 보내준 자료를 참고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공정하게 조사했으며, 추가 감사요청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 해결하라”고 답변했다.

 A씨 측은 “광주시가 감사 이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직장 따돌림 등 2차 가해가 지속됐다”고 주장한다.

 ‘노동과 인권’에 따르면, 남도학숙 다른 직원이 인권위 결정에도 불구하고 “A씨에 대한 성희롱 피해 사실은 정확하게 밝혀진 부분이 없다”고 학숙 내 자율회장과 재사생들에게 이야기한 적 있는데, 2016년 8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가 공황 발작으로 쓰러지는 일도 있었다. 같은 해 9월 사측은 A씨가 당한 업무 중 사고에 대해 ‘자작극에 의한 사고’라는 주장으로 요양급여신청에 대한 날인을 거부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에 대해 2017년 1월 산재를 승인했다.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은 2016년 12월 퇴직했다.

 남도학숙은 올해 1월 ‘남도학숙 임직원 복무지침’을 수정했는데, 병가 사용 항목에서 ‘전염병 또는 정신병으로 인한 치료 및 진료는 병가 사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A씨 측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자신을 타킷으로한 불이익 변경”이라고 항의했고, 광주시는 뒤늦게 남도학숙에 해당 조항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남도학숙 측은 현재까지 ‘검토 중’이라는 답변이다.

 이렇다보니 지난 3월부터 휴직 중인 A씨 측은 “산재 인정 이후에도 보호책이 전무하고 조직의 경직성이 심해, 복직 이후에도 또 다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송예진 공인노무사는 “복무지침 변경뿐만 아니라, 병가 사용에 대해 사측이 A씨의 병가 신청에 대해 결제를 장기간 반려·보류해 연가를 강제 사용토록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광주시 “중재 노력…2학숙 재배치 등 고민”

 A씨가 위자료 소송을 제기한 상사가 직속으로 배치된 것도 고충을 더하는 대목이다. A씨는 성희롱 사건 이후 당시 직장내 고충처리 담당이었던 상사를 상대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올해 1월 인사에 따라 당사자가 직속 상사로 발령난 상태다. 송 노무사는 “이와 관련 A씨가 심리적 공포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상사와의 분리 조치는 강제될 수 없어, 복직 시까지 다른 상황이 생기지 않는다면 A씨와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남도학숙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단의 산재 인정에 대해 납득하지 못해 판정의 근거를 따져보고, 90일 이내에 가능한 이의 제기 절차를 알아보고 있다”면서 “국민건강정보포털 홈페이지 등을 보면 ‘외상 후 스트레스’로 인정되기 위해선 심각한 외상이 동반돼야 하는데, 회사 내부에서 ‘A씨는 그 요건에 불충분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남도학숙 담당, 광주시 관계자는 “공단 (산재)승인 내용은 2년 전부터 발생된 (성희롱 관련) 사안에 관련된 것이며, 현재 A씨와 직장 내부에서 민사 소송이 첨예하게 다퉈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광주시는 별도의 조치를 취할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어 “광주시는 A씨와 남도학숙 간 중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원만하지 않다”면서 “A씨가 휴직을 끝내고 들어온 이후 피고소인과의 업무가 어렵다면, 2018년 제2남도학숙 개관 등에 맞춰 인사 재배치·조정은 탄력적으로 조정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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