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시민모임 주최 군함도 시사회장
이국언 대표 “근로정신대 문제 진행형…”

▲ 지난 24일 영화 `군함도’ 시사회를 찾은 시민들. 양금덕 할머니와 윤장현 광주시장, 장휘국 광주시교육감도 현장을 찾았다.
 “지옥섬. 그곳에 조선인이 있었다.”

 26일 개봉을 앞둔 영화 ‘군함도’가 지난 24일 특별 무료 시사회를 통해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문제 해결을 위해 싸워온 광주시민들 앞에 첫 선을 보였다.

 이번 시사회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의 요청에 따라 영화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CGV터미널점이 후원해 마련됐다.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을 강제로 데려다 노동을 착취한 고통의 역사적 현장인 군함도를 다룬 첫 영화인만큼 시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영화 시작 1시간 전부터 사전에 신청한 시민들이 몰려 들어 긴 줄이 만들어졌다.

 특히나 광주는 시민모임을 중심으로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근로정신대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온 곳이다.

 시민모임은 이전부터 군함도 문제를 사진전 등을 통해 참혹한 역사적 진실을 알려오기도 했다.

 

 ▲“시사회의 주인공은 여러분들”

 시사회장에는 일제강점기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 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도 참석했다. 얼마 전 건강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입원했던 할머니는 최근 건강을 회복했지만 아직 거동은 불편한 상태다.

 그럼에도 영화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윤장현 광주시장,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을 비롯해 오월어머니집 회원 등도 참석했다.

 영화 시작에 앞서 시민모임 이국언 공동대표는 “2년 전 이맘 때 아베정권의 역사퇴행에 맞서 안간힘을 다했었다”며 “군함도를 포함한 일제강제징용 시설이 세계 인류가 가슴 속에 기억해야 될 유산이 되는 일을 막고자 독일 유네스코 총회장을 쫓아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일본이 군함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자 시민모임은 제대로 역사를 알리고자 2015년 6월4일 일본 현장 답사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나가사키 공항에서 4시간여 억류되는가 하면 군함도를 바로 앞에 두고 여객선이 돌연 운행을 중단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독일 유네스코 총회장에선 파독 간호사·광부로 갔던 교민들과 함께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유네스코 총회장 앞에 천막농성이 진행된 것이 첫 사례였다.

 이 대표는 “광주의 한 시민단체로 한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어떤 면에선 비웃음을 살 정도의 완패였다”며 “7월5일 등재가 결정되자 정말 허탈한 교민들 앞에서 일본 대표단이 의기양양하게 기념사진을 찍는 장면을 울분을 삭히면서 지켜봤던 기억이 지금도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맞설 수 있던 것은 오늘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며 “오늘 시사회 주인공은 여러분들이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군함도, 일제강점기 수난 보여줬다”

 2시간10분간 영화 관람을 마친 뒤 상영관 내에는 침묵이 흘렀다. 영화 내내 위험한 작업 현장에서 다치고, 죽임을 당하는 조선인들의 모습에 눈물을 보이는 관객도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박현수 양은 “이전에 군함도에 관한 역사를 잘 알지 못했다”며 “일본 군함도에서 조선인들이 고통을 겪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을 모두 말살하려고까지 하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헌권 목사는 “영화 군함도가 일제강점기 민족이 겪은 수난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이들이 영화를 통해 실제 역사에도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영화뿐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함도가 다룬 역사는 영화뿐만도, 과거뿐만도 아니다”며 “8월8일 근로정신대 2차 손해배상 청구소송, 8월11일에 3차 소송의 판결이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의 현장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라며 “끝까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과 함께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류승완 감독의 ‘군함도’는 1945년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하시마섬으로 끌려가 고통을 겪는 조선인들이 전쟁 막바지 필사적으로 군함도를 탈출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군함을 닮아 ‘군함도’로 불리는 하시마섬은 섬 전체가 탄광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이곳에 수용된 조선인들은 해저 700m 밑 바다에서 3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며 12시간의 가혹한 강제노동을 해야했다.

 2015년에는 일본 정부가 ‘군함도’를 산업화의 근대자산으로 주장,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국내외적으로 큰 반발이 일기도 했다.

 당시 등재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징용 등의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하라는 유네스코의 권고가 있었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7월26일 정식 개봉한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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