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코시서 일한 일본인 써낸 책에
‘조선근로정신대 기억’ 삽화 그려져

▲ 일본 후지코시에 근무했던 일본인이 써낸 책 속 조선 소녀들에 대한 기억을 담은 그림과 글. 왼쪽은 광복을 기뻐하는 소녀들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배가 고파 먹지 못하는 식물 열매를 구워먹고 있는 소녀들의 모습이다.
 지난 9일 인터뷰를 마쳐 자리를 나서려던 순간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나고야 소송지원회)’의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가 “잠깐만 보여줄 게 있다”며 기자를 붙들었다.

 그리고 일본어로 된 복사한 책의 내용을 보여줬다.

 `전쟁하고 있던 나라, 우리의 고향’이라는 제목이 달린 이 책은 사카이 기미코(1928년생)라는 일본인이 지난 2012년 6월에 펴낸 것이다.

 다카하시 대표는 “사카이 기미코 씨는 후지코시에서 근무했던 사람이다”며 “그때의 기억을 글과 그림으로 이 책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내용에는 조선여자근로정신대에 관한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대표가 보여준 책 페이지에는 어린 소녀들이 바둑판 같이 생긴 곳을 두고 둘러 앉아 있는 삽화가 있었다.

 삽화 옆에는 `조선여자소녀근로정신대, 어느 날의 풍경’이라는 설명이 달려있었다.

 “이 그림 내용은 초등학교 5~6학년쯤 되는 어린 소녀들이 배가 고파서 어떤 식물을 불에 구워먹는 것인데, 이 식물이 사실은 못 먹는 거에요. 원래는 구슬처럼 툭툭 치고 놀 때나 쓰는데 소녀들이 떡처럼 보이니까 불에 구워서 먹는 장면이 그림으로 그려진 겁니다.”

 다른 페이지에는 소녀들이 펄쩍 뛰는 모습의 그림이 있었다.

 “이 그림은 광복의 기쁨을 나타내는 모습이에요. `천황폐하가 방송으로 전쟁이 끝났다’고 하자 어린 소녀들이 이제 고향에 가서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고 펄쩍 뛰고 조선어로 말하고 있다는 글이 적혀 있습니다. 사카이 기미코는 `다음 날부터 (소녀들은)나오지 않았다’고 해놨네요.”

 이러한 책의 내용은 나고야 소송 지원회 회원인 다카하시 대표의 동료 교사가 발견해 알려준 것이다.

 다카하시 대표는 “책에 나온 소녀들의 모습을 앞으로 후지코시 강제동원 문제를 알리는 데 활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후지코시는 일제 전범기업들 중에서도 강제동원 규모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근로정신대 징용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유다. 도야마 후지코시 공장이 1944~1945년 강제로 데려다 노동을 착취한 한국인만 1600여 명에 달한다. 나고야 미쓰비시 중공업과 도쿄 아사이토 누마즈 공장이 각각 300여 명이었던 것과 비교도 안 되는 규모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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