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1년…유죄 판결 사례보니
금품수수 자수부터 3자 신고까지 다양

▲ 지난해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광주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진행된 청렴특강.
 체포자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친절하게 대해준 경찰관에게 감사의 의미로 실수인 척 현금 1만 원을 몰래 흘리고 나오면, 청탁금지법 위반일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국민권익위원회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따르면, 폭행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됐던 A씨는 담당 경찰의 친절함에 감사의 의미로 현금 1만 원을 제공하려 했으나, 경찰이 이를 거절하자 몰래 흘리고 나왔다. 이에 법원은 “현행범으로 조사받는 위반자가 담당 경찰에게 금품 등을 제공한 것이므로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보고 지난 12월 A씨에게 제공 가액의 2배인 과태료 2만 원을 부과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도입 1년, 고발·처벌 사례가 다양하다.

 21일 국민귄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9월28일 시행 이후 지난 20일까지 권익위에 접수된 법 위반 신고 건수는 총 395건이었다. 유형별로는 금품 등 수수 203건, 부정청탁 173건, 외부강의 등 기타 19건이었다. 시행 6개월이었던 4월 기준으로는 전체 공공기관 포함해 총 2311건이 신고됐으며, 그 중 19건 수사 의뢰, 38건이 과태료 부과대상이 됐다.
 
▲수학여행 사전답사 리조트 공짜 숙박

 광주에서도 김영란법 위반 신고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 6월에는 한 숙박업소 관계자가 광주시 공식 행사를 개인 행사로 오인, 공무원이 행사 참석자들에게 1인당 3만85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했다며 고발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또한 같은 달 광주교육시교육청은 한 사립고 교사가 수학여행 사전 답사를 명목으로 한 리조트에서 숙박한 뒤 요금을 내지 않았다는 업체의 민원을 받고 자체 고발했다. 이와 관련 최근 교육청은 “이번 달 해당 사건에 대해 법원에서 수수금액의 약 2~3배 수준의 과태료 부과 판결이 나왔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지난 4월 기준으로 금품 등 수수 사례(412건)는 공직자의 자진신고가 63%(255건)로 가장 많아, 공직 사회 내 자율 준수 의지를 나타냈다”고 해석했다.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은 작년 12월 막구조물 등 제조업체 종업원인 C가 막구조물 등 직접 생산 여부를 조사중인 담장 공무원에게 조사 서류를 담은 소포 상자에 9600원 상당의 과자류를 넣어 보낸 사안에 대해 “직무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해 해당 업체에 과태료 2만 원을 부과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전기공사업체 소속 사원이 공공기관 사옥 관리자인 직원 책상 위에 10만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두고 갔고, 해당 직원이 이를 반환한 사건에서 과태료 30만 원을 부과했다.

 갑을 관계에서 공직자가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다가 제3자의 신고로 최소 2배에서 최대 5배까지 과태료를 징수받은 판결도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한 공직자가 시공사가 ‘잘봐달라’는 취지로 제공한 현금 100만 원을 받은 이후, 사내 감사 결과 감독 업무를 소홀히해 과다한 기성금이 집행된 사건에서 해당 공직자을 유죄 판결했다. 공직자는 수수금액의 3배에 해당하는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7월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시설개량공사의 하도급 업체가 제공한 현금 200 만 원을 수수한 임직원에 대해 벌금 500만 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법령 모호…적극적인 기준 정립해야

 부정청탁 적발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수원에서는 한 소방서장이 소속 공무원에게 사건 취하·묵인 지시를 내려 ‘부정 청탁’ 혐의로 지난 5월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수원지방법원에 따르면, 소방서장은 “D주식회사가 소방시설공사업법 제 17조제1항을 위반한 사실을 없었던 것으로 하라” “D주식회사로 하여금 준공필증 신청을 취하하게 하라”고 지시했고, 해당 지시를 받은 공무원이 소속 기관장에게 이를 신고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규정이 모호해 신고 건수에 비해 유죄 판결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광장의 홍승진 입법컨설팅팀장은 지난 20일 열린 ‘청탁금지법 시행 1년, 법적 과제와 주요 쟁점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법 시행 1년이 됐지만, 법령상 불명확한 부분에 대한 참고 판례가 충분하지 않아 회색지대가 많이 남아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법무부 등 ‘관계부처 합동 청탁금지법 해석지원 TF’ 회의가 시작된 만큼, 적극적인 기준을 정립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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