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수영선수권 봉사자 블라인드 채용 위배
신청서에 학력 기재…“직무상 필요없는 차별”

▲ 세계수영선수권 자원봉사자 신청서 양식에 최종학력을 기록하게 한 광주시 양식.
 광주시가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활동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면서 사진과 학력 란을 표기한 채 공고를 “블라인드채용 취지와 맞지 않는 공고”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고 상 외국어 수준이나 활동경력을 요구하는데도 학력 등을 요구하는 것은 “학력 차별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시는 18일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이들은 수영선수권대회와 마스터즈대회 기간 동안 경기진행·보조·운영·의료·전산·통신·통역·홍보 등 31개 직종에서 자원봉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시는 자원봉사 신청서 양식에 최종학력과 사진 란을 기재한 채 공고를 냈다.

 최종학력 란에는 △대학원 이상 △대학교 졸업 △대학교 재학 △고등학교 졸업 △고졸 이하 등이 표기돼 해당되는 부분에 체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런데 기본정보와 별도로 대회지원 정보란에는 외국어 수준을 언어 별로 상·중·하로 표기하도록 돼있다.

 특정 직무 상 자격요건이 필요한 부분은 이처럼 직무능력을 평가하고 있는데도 학력을 기재하도록 한 데 대해 “서류상 꼭 필요한 정보가 아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때 자원봉사자 1만 명 모집에 6만 명이 몰려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번 수영선수권대회 자원봉사자 모집에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데 이 경우 “학력 문제가 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시는 이에 대해 “최종학력 란의 경우 꼭 채우지 않아도 되는 사항이다. 필수항목 영역에서 제외돼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원자가 몰려 경쟁이 치열할 경우, 기재란이 있는 것 만으로도 차별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박고형준 활동가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모집에서는 필수항목이 아니다 하더라도 지원자 입장에서는 기재할 수밖에 없다”며 “차별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국 지방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학력과 가족 사항 등을 제외한 직무능력중심 채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블라인드 채용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대회 자원봉사자 모집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블라인드 채용’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의 블라인드 채용 시스템 도입 취지와 어긋나는 불필요한 정보 기재, ‘시민들의 자발적 봉사’를 요구하는 자원봉사자 모집에서의 차별적 요소 등의 문제가 제기된다.

 광주청년유니온 문정은 위원장은 “국제대회 자원봉사자 모집은 기본적으로 시민들에게 자발적 의지로 인한 무보수 봉사를 요구하는 일인데 학력으로 차등을 두겠다는 것은 자원봉사자 모집 취지와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력이나 용모를 평가하는 사진 제외, 표준이력서 등 공정한 채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부정책에도 어긋나는 모집 행태를 광주시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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