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장 초와 달라진 풍경, 방문객 감소세
“짧은 거리·먹을거리 위주 ‘콘텐츠’ 한계”
임대료 협약도 도래…상인들 “위기는 아냐”

▲ 지난해 4월 재개장하며 광주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른 1913송정역시장.
 전통시장의 활성화 모델로 떠오른 광주 1913송정역시장(이하 송정역시장)에 과도기가 찾아왔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물음표에 대한 답안을 모색해야 될 시기가 온 것이다.

 시장의 현재 모습은 지난해 4월 재개장 당시와 비교하면 크게 달라졌다. 이전에 없던 가게들이 늘었고, 한낮에는 문을 열지 않는 가게도 보인다.

 여전히 주말엔 많은 인파로 북적이지만 170m의 길지 않은 거리에도 알차 보였던 시장이 어딘가 허전한 구석이 늘어가고 있다.

 실제 업종 변경, 상인들의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문을 열지 않는 점포가 4곳이다. ‘임대’ 현수막만 붙은 채로 문을 닫은 곳도 있다.

 송정역시장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현대카드의 ‘광주 송정역전매일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재생사업)를 통해 청년창업점포가 입점하며 총 65개 점포 중 64개가 운영돼 왔다.

 당초 ‘지키는 변화’를 내건 송정역시장이지만 현재는 ‘원년 멤버’ 중 상당수가 보이지 않는다.

 소비 트렌드, 수요에 따른 업종 변경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내가 봤던 송정역시장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방문객 수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임대료 상승 경계 “외지인 건물주 일탈 걱정”

 24일 광산구에 따르면, 송정역시장의 평균 방문객수는 4300여 명으로 평일은 3000여 명, 주말은 6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이달 초 광산구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조사한 방문객 수는 이러한 ‘평균치’에 크게 못 미쳤다.

 9월2일 기준으로 평일 방문객은 813명, 주말은 1800여 명에 그친 것.

 송정역시장의 거리 자체가 길지 않다는 공간적 한계와 더불어 ‘먹을 거리’ 위주의 콘텐츠가 한계에 부딪힌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광주전남연구원은 지난해 10월 ‘1913송정역시장의 지속가능을 위한 세 가지 제언’을 통해 “송정역시장이 다른 지역 ‘먹자길’과 경쟁 구도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하며 “상대적으로 규모와 콘텐츠 다양성 면에서 송정역시장이 취약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에 외부 방문객을 지속적으로 유입시킬 수 있는 메뉴·제품 개발,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을 제시했다.

 시장 상인들은 일단 방문객 감소가 “송정역시장의 ‘위기’는 아니다”고 했다.

 커피 등 음료를 파는 가게 주인은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하면 20% 정도 줄어들긴 했지만, 재개장 이전과 비교하면 지금도 정말 잘 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 청년 상인도 “어떤 면에서 보면 지난해가 너무 잘 됐다. 사실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며 “오히려 지금 수준이 현실적인 게 아닌가 생각한다. 조정기가 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 역시 “매출이 심각하게 줄어들거나 하는 ‘위기’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만, ‘콘텐츠 다양성’이라는 과제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청년 상인을 비롯해 송정역시장 상인들은 새로운 메뉴 개발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시장의 ‘하드웨어’와 관련해서도 중소기업지원청 지원 사업을 통해 시장의 길이를 확장했고, 내년에는 인근에 주차타워 건립도 예정돼 있다.

 문제는 어떻게 가게에서 판매하는 음식이나 상품 외에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잡아둘 수 있는가다.

 이와 관련해 청년 상인들이 광산구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문화예술공연을 여는 것을 요청했지만 인근 주택가의 소음 민원 등을 이유로 반영이 안 되고 있다.

 송정역시장 활성화의 주역인 청년 상인들이 어려움 없이 시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요구된다.
 
▲새메뉴길이 확장·주차타워 등 추진

 현대카드는 송정역시장을 정비하면서 각 건물주들과 협의를 통해 청년 상인들이 2년간 매우 저렴한 임대료로 입점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임대계약은 내년 1월까지인데, ‘임대차보호법’ 상 5년간 9% 이상 임대료를 올릴 수는 없지만 임대료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청년 상인들은 대체로 “임대료 인상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지만, 송정역시장의 지속 여부와 관련해서는 이 문제를 잘 넘기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보인다.

 특히, 송정역시장 상인회는 새롭게 입점하는 가게에 대해서도 ‘같은 업종·프랜차이즈’는 배제하는 원칙을 운영하고 있는데 소수 외지인 건물주들이 여기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광산구, 송정역시장 상가 건물주 12명, 청년상인 등은 ‘1913송정역시장 상권 활성화와 지역공동체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상생협약’을 통해 적정 수준의 임대료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외지인 건물주들은 이 협약에도 빠진 상태다. 이들의 일탈이 자칫 “송정역시장의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송정역시장 김인섭 상인회장은 “청년 상인 임대료 문제는 상인회 차원에서도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며 “일단은 사업이 끝나긴 했지만 현대카드가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메뉴’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와 함께 쉼터 임대 만료 문제, 전기보안등 전기료 등 시장 내 크고 작은 어려움이 적지 않다”며 “광주시, 광산구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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