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집결지와 성매매 여성들의 삶’토론회
언니네 “집결지 폐쇄 시민·지자체 관심 필요”

▲ 22일 열린 ‘보이지 않는 공간, 보이지 않는 사람들, 성매매 집결지와 성매매 여성들의 삶’ 토론회.
 “누군가는 ‘어차피 대인동 집결지가 쇠락해가고 있으니, 가만히 놔둬도 앞으로 없어지지 않겠냐’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집결지는 한 곳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또 다른 장소에서 다시 만들어질 뿐입니다. 성매매 집결지는 음성화해 그저 사라지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성매매 여성 착취와 성상품화를 거부할 수 있는 상징이 되도록 밖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지난 22일 광주광역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실에서 열린 ‘보이지 않는 공간, 보이지 않는 사람들, 성매매 집결지와 성매매 여성의 삶’이라는 토론회에서 ‘언니네’의 남궁미 사무국장이 한 말이다.

 이날 토론회는 광주권역 내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및 탈성매매 여성 자활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을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남 국장은 대인동에 위치한 성매매 집결지의 상황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설명했다.
 
 ▲2017년 집결지 상황 달라진게 없다
 
 남 국장은 “2009년부터 성매매여성을 구조·지원하는 ‘현장기능강화사업’으로 매주 대인동을 찾는데, 2017년 지금까지 집결지 안의 상황은 변한 것이 없다”며 운을 뗐다. 그는 “여전히 선불금이 많은 여성들은 업소에서 생활해야 하며, 바깥에서 사는 여성들도 소개업자의 감시·관리 하에서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몸이 아프다고 해도 빚으로 인해 결국 출근해야 하고, 일명 ‘주사이모’를 불러 진찰 없는 주사를 맞고 성매매를 강요받고 있다”며 “또한 적은 선불금을 받는 대신 136%의 고리대금을 사용하도록 종용, 보이지 않는 심리적 압박으로 여성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탈성매매 여성들이 자립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건강 문제”라고 말했다. “대부분 강요된 다이어트에 불규칙한 생활이 겹쳐져 골반염·질염·성병 등 각종 부인과 질환에 시달리고, 외출이 허락되지 않은 탓에 치과 질환도 많다”며 “또 다이어트 약의 각성 기능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한 알콜 중독과 수면제 중독으로 인한 자해, 마음의 병으로 인한 이유 없는 통증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

 그는 또 “탈성매매 상담을 원하는 여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경찰과 대면하는 것”이라며 “현장 단속으로 실제 처벌을 받는 것은 여성들인데다, 징벌금 역시 결국 여성들 빚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과 관련, 남 국장은 “집결지 문제 해결을 위한 광주지역사회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의 집결지 폐쇄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인동에서 사는 주민들은 대인시장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생겼음에도 집결지 공간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아쉬워했고, 이에 시민단체들은 대인동 주민들과 함께 장기적으로 문제 해결을 함께하길 바라고 있다”는 것. 그는 “변화된 집결지가 오래된 여성 착취의 현장을 기억하고, 공간의 변화를 이끌어낸 노력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계 해결해야 성매매 재유입 막아
 
 또 “최근 광주시의회 서미정 의원이 준비 중인 ‘성매매 집결지 여성 자활 지원 조례’가 무척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업주들이 ‘큰돈을 모을 수 있다’며 호언장담하는 것과 달리 탈성매매 여성들은 대부분 빈손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핸드폰 요금, 밥값 등 최소한의 생계비조차 없다”며 “법률 지원을 통해 빚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지원을 통해 건강을 회복하며, 생계를 해결할 수 있다면 성매매 재유입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국장은 “성매매 여성들은 업주·소개업자 등 성착취 현장을 고발하고 수사하는데 중요한 증인이고 피해자임을 명확히 하고 불처벌을 전제해야 한다”며 “또 바지사장만 솜방망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실업주·알선업자·자금제공자·장소제공자 등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범죄수익 몰수, 성매매 집결지 토지 및 건물 환수로 이어져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낮의 대인동은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는 일터이나, 밤이면 성매매 여성들이 나오는 불법적인 공간이 된다”며 “낮의 우리들은 ‘나와는 상관없다’고만 생각하거나 불편하게 생각해 피해가려고만 하지 말고 시민·지자체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