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전남대 여성연구소 관련 최초 연구
추주희 연구원 “여성들께 공간 되돌려줘야”

▲ 전남대학교 여성연구소 추주희 연구원.
 “집에서 아이를 양육하면서 성매매 집결지 공간과 여성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데, 문득 그게 실감났어요. 성매매 피해 여성과 지금의 내가 ‘여성’이라는 교집합으로 관통하고 있다는 사실이요.”

 올해 4월부터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부설 상담소 ‘언니네’와 전남대학교 여성연구소는 지역 내 집결지 폐쇄를 위해 ‘성매매 집결지 문제, 다양한 시선에서 길을 찾다’의 조사 기반으로 대인동 성매매 집결지의 역사와 지역 사회의 인식을 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 결과물이 지난달 열린 ‘보이지 않는 공간, 보이지 않는 사람들 - 성매매 집결지와 성매매 여성의 삶’ 토론회에서 중간발표 형식으로 공개됐다. 전남대학교 여성연구소 추주희 연구원이 이날 발표자로 나섰다.

 본보는 최근 추 연구원을 만나 조사과정에 얽힌 얘기를 들었다. 그는 성매매 집결지를 “성산업을 들여다보기 위한 첫 번째 문”이라고 표현했다. “각종 성산업 중에도 집결지는 가장 밑바닥에서 열악한 환경에 속하는데다, 가장 오래된 역사가 있고 쉽게 마주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 문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죠.” 그는 일종의 ‘토끼굴’이라고 정의했다. “분명 도시 속 하나의 공간으로 집결지가 있지만, 앨리스의 토끼굴처럼 누구도 인식하지 못하는 공간”이라는 것.
 
▲“성매매 여성 구제·지원 제도 전무”
 
 언니네와 추 연구원은 대인동 집결지의 역사와 현재를 살펴보기 위한 각종 문헌조사와 광주 지자체 및 시의회, 정책 연구자, 시민단체 및 성매매 피해여성 면담, 집결지 인근 지역 거주 또는 종사자 56명에 대한 설문 조사 등을 실시했다. 다양한 방식의 조사를 거쳤던 그는 “성매매 집결지에 대해 지역사회가 가진 인식의 절벽을 느꼈다”고 운을 뗐다. “누구도 성매매 집결지를 생각하지 않고 인지하지도 않는다”는 것.

 그는 “광주에는 성매매 여성들을 구제·자활 지원 제도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광주는 ‘인권도시’라는 인식이 시의회와 행정에 깔려 있었지만, 정작 ‘보편인권’이라는 틀에 갇혀 성매매 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특수한 착취 상황을 다루지 못하는 인식의 한계가 있었다”며 “광주시 인권담당관실 업무의 80%가 5·18을 담당하다보니, 나머지 20%로는 광주 각지의 다양한 소수자 인권을 다 챙기기 어려운 점이 발견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구의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 구상도에도 ‘성매매 집결지’는 아예 없는 공간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구 재생 사업을 통해 성매매 집결지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수도 있고 지금보다 음지화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집결지는 여성 착취의 공간이자 생존의 공간이었던 만큼, 그저 사라지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에게 그 공간을 되돌려주고자 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대인동의 팽창으로 생겨난 양동·월산동 집결지의 바로 옆에는 최근 발산마을·달팽이마을 등 마을 만들기 사업이 한창이에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 쪽에는 ‘마을 만들기’ 플랫카드가 걸려 여성안전골목을 만들지만, 반대편에선 성매매로 착취당하는 여성들이 있는 거죠.”

 연구를 진행하며 대인동 일대 성매매 집결지를 직접 방문하고 밤낮없이 걸어 다닌 그는 “나 자신이 외부인과 활동가, 연구자의 경계에 서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단속으로 얼마 남지 않은 대인동 집결지는 사복을 입은 여성들이 휘팔이(호객행위)를 하고 있고, 여성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CCTV가 설치돼 있었다. “양동과 월산동은 소방서 점검이 이뤄지지 않으면 저는 아예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그 안에는 창문조차 없어서 불이 나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위험한 공간이었습니다.”
 
▲“창문조차 없어 화재라도 나면…”
 
 그래서 그는 탈성매매 여성과의 면담 중 “집결지 숙소를 고르는 과정에서 반드시 ‘햇빛이 드는 방’을 골랐다”는 여성의 이야기가 여전히 머릿속에 계속 남아있다. “그 말을 곱씹으면, 한 번도 햇빛이 들어오는 곳에서 잠을 자본 적 없었던 사람이 볕 아래에 누워있는 모습이 그려지더라고요.”

 “나를 시발점으로 다른 연구자나 정책 기관이 함께 나서주기를 바라며 연구를 시작했다”는 그는 “그래서 10년 정도 관련 연구를 하다 보면 지역 사회 내에서도 성매매 여성들의 공간과 삶에 대한 논의가 정리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웃었다. 그는 추가 조사를 덧붙여 11월 최종 발표를 한 이후로도, 10대 성매매 여성과 중장년 탈성매매 여성, 수완지구·상무지구 등 신흥 성매매 산업 등에 대한 연구에 손을 뻗을 예정이다.

 끝으로 그는 대인동 인근 주민들에게 `성매매 집결지 폐쇄시 고려할 점’을 물었던 설문에서는 총 56명중 50%가 도시재생을, 25%가 성매매 여성들의 자활과 삶을 근거로 들었던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함께 조사를 진행했던 언니네는 50%의 결과가 아닌 25%의 결과에 매우 기뻐했어요.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됐거든요. 그런데 25%의 인식을 확고하게 만들고, 단 1프로라도 늘리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시의회와 행정이 성매매 집결지 안의 여성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고 탈성매매 여성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만들도록 목소리를 높여야겠죠.”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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