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길옆 들어선 아파트, 각종 행사에 ‘소음’ 민원
남광주 야시장·푸른길 공연 등 콘셉·위치 등 조정
“시민들 즐기는 공간 위축, 단순 민원 접근 아쉬워”

▲ 남광주 푸른길 공원.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입주가 시작된 이후로 공원에서 열리는 문화행사에 대한 소음 민원이 제기됐다.
 “이전엔 시민들 재능기부로 노래 공연을 많이 했는데, 몇 달 전부턴 행사를 안 해요. 아니 못해요.”

 남광주 푸른길 기차에서 활동하고 있는 광주재능기부센터 한 자원봉사자 A씨는 지난 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통 땐 남광주 푸른길 공원에서 주말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시민들의 재능기부로 노래, 통기타 공연 등이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날이 추워져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런 것도 있지만 더 이전부터 행사를 안 하고 있는 건 다른 이유 때문이다”고 했다.

 “음향기기를 가동하다보니 보니까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온 거예요.”
 
▲1400여 세대 아파트 단지 들어선 뒤 

 남광주 시장 인근에 1410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지난 2월부터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됐다.

 남광주 야시장, 푸른길 공원에서 벌어지는 문화 행사와 관련해 소음 민원이 제기된 것은 이때부터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07년부터 재개발 사업으로 건립이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단지 주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3년 2월 남광주 푸른길 공원 조성이 완료됐고, 2016년 11월부턴 주말마다 남광주 야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공간과 콘텐츠가 만들어지면서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리기 시작했다.

 광주재능기부센터가 푸른길 기차에 자리를 잡은 이후 재능기부를 통한 길거리 공연이 활발해졌고, 사단법인 푸른길도 마당극 등 주민들을 위한 공연을 정기적으로 열었다.

 청년 상인들의 색다른 먹거리를 선보인 남광주 야시장에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자 동구도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문화공연을 진행했다.

 그런데 아파트 공사가 완료되고 아파트에 주민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이들 행사에서 나오는 ‘소리’가 공간의 활력소가 아닌 일상을 방해하는 ‘소음’이라는 불만이 동구청 민원실로 하나 둘 접수되기 시작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민원을 무시할 수 없었던 동구는 조치에 나섰다.

 야시장 문화공연 장소를 시장내 광장으로 옮기고, 스피커 방향을 전남대병원과 천변방향으로 조정하고 음량도 줄였다.

 푸른길 공원 행사에 대해서는 협조를 요청해 행사장소를 변경토록 했다. 푸른길을 지나는 주민들을 위해 진행되던 공연은 이후 광주 지하철 남광주역사로 장소를 옮겼다.

▲“민원 배려만큼 문화도 배려하라”

 동구는 “6월 말부터 7월 초 이러한 조치를 한 뒤로는 민원 제기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푸른길 공원을 거점 삼아 활동을 해오던 이들에겐 말 못할 ‘민원’이 생겼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마당극에서 음향기기를 쓰는데, 그것도 소음이라고 하지 말라고 해요. 물론 아파트 입주민들 입장에서 민원을 넣을 수 있지만 반대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 공간에서 진행돼 오던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소음 민원으로 취급 받고 밀려 나는 것도 저는 아니라고 봐요. 동구청에 말하고 싶어요. 저쪽(아파트) 민원을 들어주는데, 그럼 우리 민원에 대해선 어떻게 할 건지요.”

 동구는 소음 민원에 대한 조치 이후 문화행사에 대한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을 두고 “해결됐다”고 보고 있지만 실상은 또다른 불만과 갈등의 불씨가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일 구정질문에 나선 조승민 동구의원은 “동구가 남광주 야시장 공모사업을 준비하기 전부터 1400여 세대 입주 예정인 아파트가 공사 중이었다”며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대규모 아파트와 야시장은 누과 봐도 소음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했다”며 동구의 ‘대비 부족’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아파트가 먼저냐’ ‘야시장이 먼저냐’로만 봐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 “동구청 민원 처리 배려·존중 아쉬워”

 푸른길 관계자는 “아파트 주민들을 배려하듯 이 공간(푸른길 공원)에 대한 배려와 존중도 필요한 것”이라며 “주민들의 민원 제기와 이에 대처하는 동구청의 모습에는 그러한 배려와 존중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도 “민원이 발생하니까 동구는 현장에 와보지도 않고 ‘하지 말란’ 소리만 하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동구 관계자는 “소음 민원에 대해 행사를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니다”며 “공연 방식과 장소, 시간대를 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푸른길 행사의 경우 푸른길을 지나던 사람들을 노래를 시켰는데, 그 소리가 컸던 게 문제가 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역시 협조를 요청해서 현재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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