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실제를 오염시키는 인터넷 세상

스마트폰이 발달한 요즘은 뉴스나 방송도 손 안에서 볼 수 있다. 그렇게 이러저러한 세상 이야기를 둘러보다보면 나 말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해지곤 한다.

그래서 댓글창을 확인하게 되는데, 호기심에 접근했다가 답답함에 가슴을 칠 때가 많다.

전혀 관련 없는 화제에도 굳이 편을 갈라 욕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글들 때문이다. 주로 지역감정을 조장하거나 정치적 성향에 대한 주제가 많은데, 최근에는 남자와 여자로 갈라져서 싸우는 내용이 많이 눈에 띄곤 한다.

한동안 인터넷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김치남, 김치녀는 준수한 표현이고 한남충, 메갈, 여적여 등 심히 삐뚤어진 창의력의 산물이라 할 만큼 기괴스럽고 원색적인 표현들이 가득하다.

이렇듯 서로를 향한 날선 비난을 유심히 살피다 보면 억울하게 욕 먹고 있는 존재가 눈에 띈다. 바로 ‘페미니즘’이다.

내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생 때다. 그때는 멋모르고 그 단어가 좋았다. 괜히 멋있고 똑똑해 보이는 생소한 단어였으니까.

그런데 지금 대중적인 인식에선 썩 좋지 않은 단어로 받아들여지는 듯 하다. 남성혐오자들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지칭해 페미니즘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또 여성혐오자들이 페미니즘을 마치 남성 혐오의 뿌리인 듯 격하시켜 단어의 본래 뜻 자체가 사라지고 잘못된 의미로 통용되고 있는 느낌이다.

페미니즘은 남성중심사회에서 벗어나 남성과 여성의 건전한 평등을 추구하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 어느 한 쪽만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아니며,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자면, 데이트 폭력이나 성폭행 범죄에서 여성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말하며 그에 따른 대책을 강구한다.

더하여 남성 또한 이러한 범죄의 피해자의 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남녀 구분없이 피해자들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궁극적인 남녀평등을 추구한다.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지 않고, 그들 모두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할 인격체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의미의 것이 혐오의 실체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답답함을 넘어 슬퍼지곤 한다. 결국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인정이 부족한 것이다.

나보다 상대가 더 많이 가진 것 같고, 상대보다 내가 더 대우받지 못하는 것 같은 마음. 그런 불만에 ‘남자라서 그래’, ‘여자라서 그래’ 라는 핑계를 들이미는 것이다. 참 분노가 많고, 불편한 것이 많아지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익명이 보장된 가상공간이 열려 있다. 직접 눈을 마주하면 할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지만굚 정작 누가 누구에게 하는지도 모른다. 방금 전 나와 웃으며 밥을 먹은 사람이 눈을 가린 채 나를 욕할 수도 있는, 그런 믿지 못할 사회가 되었다.

한쪽에서는 이성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바람이 가득하고, 한쪽에서는 이성을 죽일 듯이 미워하는 ‘아이러니한 공존’의 세상이다.

진심을 믿고 싶은 나는, 답지 않게 순진한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리석다고 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순진함을 가진 이가 나만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나는 오늘도 댓글을 본다. 여전히 답답함에 창을 닫아버리지만, 그래도 나는 나와 뜻이 같은 이들과 함께 외친다. “나는 평등한 사람이고 싶다.”

김솔 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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