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 논란…남구는 `얼굴인식기’ 이미 시행중
“공무원은 필요시만 지문인식, 우리만 봉인가?”

▲ 광주 광산구 수완동 주민센터 입구에 설차된 얼굴인식기.
 “새벽 5시40분이면, 깜깜한 새벽이에요. 화면에 얼굴이 잡힐 수 있게 가까이대야 하죠. 몇 초 있다가 인증알림이 켜지면 출근한 게 돼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얼굴인식기’ 사용 후기. 이른 새벽 집을 나선 청소노동자들은 오전 6시까지 해당 장소로 이동해 얼굴인식기에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 퇴근도 오후 4시에서 4시30분 사이에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광주 광산구는 지난 20일 4개소 주민센터에 얼굴인식기를 도입했고, 64명의 가로환경미화원 가운데 38명만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해 6월부터 남구에서도 청소노동자 근태관리 목적으로 얼굴인식기를 설치한 사실이 밝혀졌다.
 청소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은 나아질 기미가 없는데, 근태관리 만큼은 최첨단 기기가 대신하는 현실”이라며 자괴감을 토로한다. 5년 간 매일 새벽길을 청소한 광산구 가로환경관리원 A씨는 얼굴인식기 도입에 반대해 사용을 거부하고 있다.
 
 ▲동의 안한 26명 매일 출퇴근 서명
 
 “왜 하필 `얼굴 인식 일까’하는 질문을 계속 하게 돼요. 뭘 잘못한 것도 아닌데, 얼굴을 들이미는 게 거부감이 들죠. 저를 비롯해 일부 노동자들은 사용을 거부했지만, 대부분은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동의 했을 거예요.”
 
 얼굴인식기 사용을 거부한 청소노동자 26명은 구청 지시에 따라 매일 새벽 광산구청 4층 청소과 출퇴근부에 서명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을 같은 직원으로 보고는 있는 걸까요? 인간 대접도 못 받는 것 같아요. 과거엔 구청 직원이 복무관리를 할 때 현장에서 인사도 나누고 인간적인 정도 쌓았거든요. 지금은 감시반처럼 차량에 타고 쓱 지나가는 게 복무관리에요.”  
 현재 해당 구청 직원들 중 얼굴인식기로 출퇴근을 증명해야 하는 건 가로환경미화원이 유일하다. 지문인식기가 있긴 하지만, 이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어 시간 외 근무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사용하고 있다.
 특히 광산구가 얼굴인식기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민주적인’ 여론 수렴을 토대로 했는지도 의문이다.
 광주전남자치단체공무직노조는 “구청과 얼굴인식기 도입 논의를 시작하던 중 한국노총 지부장이 사퇴하는 일이 있었다. 새 지도부가 뽑힌 뒤 논의를 이어가자고 구청에 요청했지만, 구청은 일방적으로 도입을 서두르며 노동자들에게 동의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구청의 일방통행을 비판하는 배경에는 “구청의 인격 모독과 갑질행위를 규탄하며 한 달간 집회를 연 것과 관련해 구청이 `보복행위’로 얼굴인식기 추진을 강행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자리하고 있다.
 
▲“인권 침해”…보복 조치 의혹도

 광산구 청소행정과에선 지난달 16일 모 팀장의 관리원에 대한 폭언, 휴일 근무 수당 미지급 등에 반발한 노조가 한 달 간 집회를 벌였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공식 사과한 뒤 해당 팀장을 전보 조치했었다.
 광산구에서 논란이 불거지자 남구가 작년 6월 설치한 얼굴인식기도 `재검토’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광주 5개구 한국노총 청소과 노조 관계자는 “광산구뿐 아니라 남구에서도 얼굴인식기를 도입해 청소노동자 근태관리를 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한 행정 조치에 대해서 도입 정황과 이용 실태 등을 면밀히 파악해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의당과 민중당 등은 광산구청이 얼굴인식기로 청소노동자들의 출근체크를 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하며 이를 철회하고 노동자들과 광산구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광산구는 오는 30일까지 얼굴인식기 시범 운영을 마치고 여론을 수렴해 얼굴인식기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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