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슨 역할?” 애매한 정체성 안고 출발
1년만 위탁기관과 갈등…운영자 교체 후 뒷말 무성
시의회 폐지 압박 못 넘고 ‘정책 실패’ 오명만 남아

▲ 광주시 공무원교육원 내 마련된 광주시 사회통합지원센터.
광주형 일자리라는 윤장현 광주시장의 역점 사업의 한 축을 담당했던 광주시 사회통합지원센터가 2년7개월여 만에 사라지게 됐다.

센터가 해왔던 일들은 광주시 사회통합추진단이 넘겨 받아 수행하기로 했지만 당초 의욕 넘치게 출발했던 센터가 폐지 압박에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넘어진 것은 민선6기 광주시정은 물론 이를 이끌어온 윤장현 광주시장에도 큰 상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통합지원센터는 사실 시작부터 논란이 많았다.

이미 광주시청 내 사회통합추진단을 신설한 마당에 사회통합지원센터라는 별도 기관까지 운영한다고 했을 땐 “도대체 사회통합추진단과 사회통합지원센터가 하는 일이 어떻게 다르냐”는 의문이 가장 먼저 들 수밖에 없었다.

시는 당시 자동차 100만 대 생산도시(현 친환경자동차 클러스터)에 담을 광주형 일자리의 교육, 홍보, 연구 등을 담당하는 ‘싱크탱크’를 내세웠지만 “사회통합지원센터가 필요하냐”는 물음표를 완전히 지우진 못했다.

센터 설립을 위한 ‘광주광역시 사회통합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도 사회통합추진단 등 기존 행정조직과의 업무 중복 등의 우려가 나왔었다.

무엇보다 노동·경제·사회 등 폭넓은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전문성과 활동 역량을 갖춘 단체나 기관이 있냐는 본질적인 고민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윤 시장은 사회통합지원센터 설립에 적극적이었고, 시의회도 이를 받아들였다.

센터 운영기관으로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을 선정되고, ‘거리의 철학자’로 알려진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가 센터장을 자청한 것은 사회통합지원센터를 향한 시선을 달라지게 할 계기가 되는듯 했다.

하지만 2015년 5월 공식 개소한지 1년4개월여 만에 광주시와의 마찰로 전남대 산학협력단과 김 교수가 모두 센터 운영을 포기하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사회통합’을 내걸었지만 정작 내부 갈등을 극복하지 못해 위기를 맞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센터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한계도 여실히 드러났다. 10명도 안 되는 인력, 7억 원 안팎 예산 중 인건비를 제외한 운영예산은 얼마되지 않아 센터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간담회나 토론회 등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광주시의 실행 전략 부재와 소통 부재 등의 지적도 제기됐다.

시는 지난해 ‘더좋은 자치연구소’를 새 운영기관으로 선정하며 재정비에 나섰지만, 얼마되지 않아 또다시 잡음이 나왔다.

새롭게 일을 맡은 센터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임기를 4개월 남겨두고 사표를 제출하면서 이후로 쭉 ‘센터장 공백’이 지속됐다.

새 운영기관의 정치적 배경을 둘러싼 뒷말도 무성했다.

당초 사회통합지원센터는 지난 광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사회통합추진단과 별도의 피감 기관으로 계획돼 있었는데, 행정사무감사 당일 돌연 사회통합추진단과 묶어서 감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광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는 당일 의원 간담회를 통해 사회통합지원센터에 대해 폐지를 요구하기로 결론을 내리고, 광주시에 이러한 입장을 공식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통합지원센터에는 해명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지난 5일 행정자치위원회가 센터 폐지조례안을 원안 가결하면서 센터의 폐지는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회가 센터 폐지를 적극 밀어붙이고 현재 위탁운영기관이 이 과정에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등의 상황을 두고 “사회통합지원센터를 윤장현 시장의 ‘실패 사례’로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라는 의혹도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광주시나 사회통합지원센터 스스로 2년여 동안 간담회, 토론회 등 단순한 역할과 기능만 보여준 탓에 폐지 요구에 맞대응할 힘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보현 행정자치위원장은 “사회통합지원센터는 사실 전남대 산학협력단이 운영을 그만뒀을 때 이미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본다”며 “광주시가 그동안 이를 억지로 끌고 온 것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사회통합지원센터 취지대로 역할을 수행할 단체가 지역에 있나? 그렇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면서 “어떤 정치적 의도 없이 그동안의 실적만 놓고 봐도 사회통합지원센터는 유지할 이유가 없다. 교육, 홍보를 하는데만 10억 원을 투입하자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폐지 이유를 밝혔다.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예산 심의에선 사회통합추진단 스스로 “보여줄 게 없다”는 말을 반복해 시의원들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았다.

“자의든 타의든 2년 동안 센터를 운영했는데 보여줄게 없다고 하는 게 말이 되냐”는 것. 의원들은 “그 말 자체가 사회통합지원센터가 주먹구구로 운영돼 왔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광주형 일자리의 실체가 있냐”는 지적이 나오는 판에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사회통합지원센터마저 “실체도 없는 목표를 추구하는 기관”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시의회의 입장에 대해 참여자치21이 “당연한 요구”라며 지지 입장을 밝힌 반면, 사회통합지원센터를 유지해야 한다는 반대 여론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는 점도 상징하는 바가 컸다.

당초 시의회에 “신중한 검토”를 요구했던 광주시가 결국 폐지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기도 하다.

사회통합지원센터의 사례를 계기로 장기적 안목과 계획 없이 정치적으로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민간위탁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3년 전 사회통합지원센터 설립을 강하게 주장했던 윤 시장도 센터 폐지와 관련해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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