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쪽 “장비 구입 예산 부담”
속내는 “부실 의정 보여주기 싫어?”

▲ 광산구의회 본회의 장면.<광산구의회 제공>
 광주 5개 자치구의회 의정 활동이 유권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본회의·상임위 회의 등 의정 활동이 중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생방송은 언감생심. 녹화된 영상을 한참 뒤에 홈피에 업로드하는 게 전부인데, 그나마 영상과 음성이 흐릿해 이해하기 곤란한 정도의 서비스만 선보이고 있다.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 행정사무감사 등 의정 활동 전반이 인터넷방송으로 생중계되는 광주시의회 등과는 딴판인 상황이다.

 광주 기초의회 쪽에선 “중계 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는데, 예산 심의·의결권을 갖고 있는 의회에서 돈 타령은 핑계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그것보다는 의정 활동 수준과 행태가 민낯으로 유권자들에게 전달되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상황. 이럴 경우 의원들 스스로 자질 없음을 시인하는 셈이라는 비판이 더해진다.

 7일 광주시와 각 5개 구청 의회에 따르면, 광주시의회 각종 의정 활동은 청사내 송출과 인터넷 생중계를 함께 진행한다. 시민들은 자유롭게 그 내용을 시청할 수 있다. 회의록상으론 읽을 수 없는 현장 분위기와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그대로 시청할 수 있는 구조다.  

▲청사 공무원만 겨우 시청…유권자는 깜깜

 광주지역 5개 구의회 역시 정례회와 임시회 등 의정 활동 장면이 구청사내 사무실로 송출, 직원들은 질의와 답변을 시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유권자나 지역민이 의정 활동을 볼 수 있는 생중계 시스템이 구축된 곳은 북구의회가 유일하다. 북구의회는 구정 질의에 한해 지역 케이블 채널을 통해 일반인이 시청할 수 있다.

 광산구의회·서구의회는 의정 활동을 녹화한 뒤 홈페이지에 업로드 하는 방식이다. 지역주민의 실시간 시청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마저도 영상 화질이 떨어져 장시간 시청이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 아날로그 장비로 촬영한 데다, 홈페이지 업로드를 위해 파일 용량을 줄이고 압축한 바람에 화질이 더 나빠져 버린 것이다. “오래 시청하면 눈의 피로감이 상당하다”는 호소도 이어진다.

 동구의회는 더 심란하다. “VHS 비디오 테이프로 본회의만 겨우 녹화할 수 있고, 장비 노후화도 심하다”는 것. “송출 화질이 크게 떨어지는 탓에 홈페이지에 업로드해도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는 지적이다.

 기초의회 중계 시스템이 이렇게 열악한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의회쪽에선 “예산이 없다”는 천편일률적 답변을 내놓는다. 예산 심의·의결권을 갖고 있는 의회 답변치곤 옹색하다.

 보다 합리적인 추론은 “의원들이 (중계를)좋아하지 않는다”로 모아진다.

 한 기초의회 의원은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자리에서 이탈하거나, 회의 내내 입을 다물고 있는 등 의정활동의 민낯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B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장비 구입, 설치시 3~4억 원 가량 소요될 예산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일부 의원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의정 활동을 내보인다는 걸 내켜하지 않아 논의가 소극적”이라고 인정했다.

 한편 남구의회는 아예 ‘광주광역시 남구의회 회의 규칙’을 통해 의정 활동에 대한 시민들의 녹음·녹화·촬영마저 제한하는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배진하 남구의원은 “2015년 당시 한 구민이 민원 차 청사를 방문했다가, 청사 내부서 방송중이던 회의 내용을 캡쳐해 ‘의원의 언행히 부적절하다’며 민원을 넣은 바 있었다”며 “이후 일부 의원들 주도로 회의 규칙을 개정, 시민들이 방송을 근거로 비판할 권리를 차단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때 신설된 조항이 제81조(녹음·녹화 등) 5항인데, ‘남구청 청내 폐쇄회로 시스템으로 송출된 회의 내용에 대하여 녹음·녹화·편집하고자 하는 사람은 사용 목적·용도·일시 등을 기재한 신청서를 미리 사무국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화질·음성 엉망…알아듣기도 어려워

 서구의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구정질문와 답변만 업로드하고 있다. 또한 SD급 52만 화소 아날로그 카메라를 이용하고 있어, 현행 장비로는 생중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서구의회 관계자는 “시대 흐름에 따라 인터넷 생중계를 위한 디지털 기기를 구비, 시민들의 볼 권리를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옥수 서구의원은 “인터넷 방송을 해도 구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실지 모르겠다”면서도 “현 의회가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그들만의 리그’처럼 안일하게 굴러가고 있는데, 방송이 된다면 부담스럽더라도 자극이 되는 선기능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본회의와 구정질문, 5분 발언이 편집돼 회의록과 함께 의회 홈페이지에 업로드되는 광산구의회는 화질 개선을 위해 HD 디지털 기기로 변경해나가고 있으나, 아직 인터넷 송출 장비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김광란 광산구의원은 “구 의회 의사결정 내용을 인터넷으로 중계하거나, 최소한 케이블 채널과 협약을 맺어 동 주민센터 및 관내복합다중이용시설 내에서라도 시청이 가능해야 한다”며 “의회 홈페이지에 업로드되는 영상 목록에 최종 결정 회의인 본의회가 아니라 세부 사항이 조율되는 상임위 회의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개 구청 중 북구의회는 유일하게 KCTV와의 협약을 통해 구정질문 답변시 관내 티비 1개 채널로 생중계를 하고 있다. 소재섭 북구의원은 “기초의회 의사 결정 과정에서 무슨 활동을 하는지 주민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방송이 무척이나 효과적이다”고 설명한다. “특히 기초 의원들은 활발한 활동을 하더라도 보좌관이 없는 한계로 인해, 그 활동을 알리고 홍보하기 쉽지 않다”며 “또한 주민들 역시 의회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알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의회 생중계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유진 기자 seoyj@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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