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서 “노동자 고통만 가중, 경영정상화 역부족”
“중국공장 문제 해결 등 노조, 지역사회와 함께 대안 마련해야”
SK 금호타이어 인수설엔 “국내 건실한 기업 인수는 반대 않아”

▲ 15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에서 사측이 제시한 자구계획안에 대한 거부 입장을 밝힌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들이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투쟁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2010년 원하지도 않던 워크아웃에 돌입해 40% 임금삭감, 정리해고, 비정규직화 등의 고통을 감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크아웃 졸업으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정리해고, 임금삭감 30%를 현장 구성원들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경영실패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규명과 해결도 이뤄지지 않은채 현장 구조조정과 임금삭감만으론 금호타이어가 절대 정상화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구계획안을 단호히 거부할 것입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광주지회 조삼수 대표지회장은 지난 12일 금호타이어 사측이 제시한 자구계획안에 대해 이렇게 입장을 밝혔다.

15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진행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 지회장 등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들은 이번에서 제시된 자구계획안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조 지회장은 “사측 경영정상화 추진 방안을 보면 임금과 관련해서는 동결 또는 복지 부분 30% 삭감이 있고, 191명 현장 인력 감축과 80명 희망퇴직 실시 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이에 대한 노사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리해고에 나서겠다는 방침까지 통보한 상태다.

그러면서 소정근로시간을 늘리고 생산량도 5.7% 증가시키는 등 인원은 줄이고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자구계획안의 주요 골자인 셈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 곡성지회 정송강 지회장은 “사측은 임금삭감과 정리해고 등을 통해 958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 금액은 금호타이어가 가진 1000억 원에 달하는 1년 이 자 비용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김현석 지부장도 “노동자 임금 손실과 복지 축소로 958억 원의 비용을 마련하겠다는 회사 측 주장은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임시방편이다”며 “그래서 우리 노조는 근본적으로 건실한 정상화를 위해 대안을 같이 논의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지회장은 “산업은행이 진행하고 있는 실사와 관련해서도 우리 노조는 이동걸 산업은행장과 면담을 통해 공동참여를 제안했었다”며 “이는 실사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자구계획안이 제시된 현재 실사 결과도 나와 있지 않고, 자구계획안을 세세히 봐도 근거 자료가 굉장히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영정상화의 최우선적인 해결 과제로 중국공장의 부실화 문제를 꼽았다.

김혁석 지부장은 “평택, 광주, 곡성 등 국내공장은 영업이익 규모가 높은데 중국, 베트남 등 해외 공장, 그 중에서도 중국공장은 모든 경영상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며 “중국공장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끊임 없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송강 지회장도 “2010년 워크아웃 이후 국내 공장은 3500억 원 이상의 영업 이익을 냈지만 중국공장은 매출도 떨어지고 가동률도 떨어지고 있다”며 “958억 원의 자구안이 아니더라도 채권단이 가진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 또는 탕감하든가 유예시키면 재무구조가 안정화 되고 영업 활동도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0년 워크아웃 이후 7년이 넘도록 국내공장은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는 자금 결제 권한을 가지고 있던 금호타이어 경영관리단(채무관리단)의 책임이 크다”며 “국내 공장 설비투자가 안 돼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다시 임금 삭감으로 이자만 메우겠다는 것은 금호타이어를 회생시키고자 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채권 회수 의지일뿐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호타이어 노동대책위원회는 산업은행을 타겟으로 잡고 상경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또 청와대에도 “말로만 사람 존중, 노동 존중하지 말고 실질적인 정책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금호타이어 구성원들과 주주,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기금 조성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김현석 지부장은 “금호타이어 문제는 지역경제발전과 관련된 사안이다”며 “대공장 이기주의가 아닌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새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일터를 함께 고민해보자는 내용으로 제안한 것이다. 열린 시각으로 정부나 지방정부 등이 함께 나서 금호타이어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금조성이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냐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인데 이에 대해 조 지회장은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건실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것은 추후 여러 단위와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SK가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를 밝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이에 대해 정송강 지회장은 “SK뿐 아니라 롯데케미칼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채권단에 확인한 바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뼽고 있다”며 “더블스타 매각 과정에서 접촉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공식화된 것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조삼수 지회장은 “해외 자본이 아닌 국내 건실한 기업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지금 진행되는 자구안에 동의하는 내용으로 인수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