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재능·끼 충만… 맘껏 발산토록”
15개국 여성 ‘아시아아이씬여성회’ 활동

▲ 지난 16일 북구 각화시화마을에서 아시아아이씬여성회의 송년회가 열린 가운데, 이주여성들이 공연을 통해 그동안 갈고 닦은 끼와 재능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아이씬여성회 제공>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한국에 왔지만 정작 사회에서 소외되고 능력이 있어도 발휘하지 못하는 이주여성들을 보게 됐죠. 그러면서 이주여성들이 한국 사람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분명 함께 살고 있지만 서로간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는 문제를 바꿔보고 싶었어요.”

 광주에 있는 이주여성들이 당당한 삶을 위해 뭉쳤다.

 지난 2015년 3월 만들어진 ‘아시아아이씬여성회(약자는 SIO)’다.

 아이씬여성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필리핀·중국·방글라데시·파키스탄·캄보디아·우즈벡키스탄·베트남 등 15개국 150여 명의 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제 결혼 등으로 이주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적·문화적 차이와 한국사회의 보이지 않는 차별과 소외 등으로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아이씬여성회 결성을 주도한 주은표 대표는 1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중국어 회사에서 6년간 일을 하면서 중국 여성들과 일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재능이 많음에도 한국에서 빛을 발하지 못한 경우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봉사·문화·요리 등 활동 펼치며 소통

 그는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왔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거나 그 전에 가지고 있었던 환상이 깨져 고통스러워하는 이들도 많았다”며 “이를 통해 점점 한국 사람들에 대한 자격지심이나 불신을 갖게 되는 여성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아이씬여성회를 만들고 도움이 필요한 이주여성들과 네트워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엔 이주여성들만으로 활동을 벌였는데, 주 대표는 “각 나라마다 끼리끼리 어울리고 화합이 안 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에 한국 여성들도 단체에 참여시켜 이주여성들과 1:1 짝을 지어 활동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아이씬여성회 내에는 봉사분과, 문화분과, 쿠킹(요리)분과 등 3개의 활동 모임이 꾸려져 있다.

 봉사분과는 매달 지역아동센터를 찾아가 요리를 해주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고, 문화분과는 국화축제나 곡성기차마을 등 이주여성들이 가보고 싶어하는 유명한 관광 명소도 찾아가고, 도자기 체험 등 한국의 전통 문화를 체험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요리 분과에선 한국 여성과 이주여성들이 서로 자기 나라의 요리를 가르치고 배운다. “음식을 나누고 조리법을 공유하면서 여성들간 친목도 다지고, 고향 음식에 대한 이주여성들의 향수를 위해 매달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 대표는 설명했다.

 점차 활동 폭을 넓히고 있는 아이씬여성회는 최근엔 이주여성들이 끼와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예술단을 만들었다.

 지난 16일 북구 각화시화마을에서 진행한 송년회를 통해 예술단이 첫 선을 보였다.

 앞으로 광주·전남에서 진행되는 축제나 기관행사 참여를 계획하고 있는데, 주 대표는 “이주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주 대표는 “이주여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일자리를 통한 경제적 자립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요리 강좌나 예술단 활동 등을 통해 이주여성들에 수익이 돌아가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UCC와 협력…이주여성 자립·정착 지원

 아이씬여성회는 지난 7월 교육과 일자리 창출 취지로 광주시 비영리민간단체 공식인가를 받은 바 있다.

 이주여성과 이주노동자, 유학생들을 돕고 있는 유니버설문화원과도 여러 일들을 함께 도모하고 있다.

 최근엔 유니버설문화원과 협약을 맺고 한국인들과 달리 자녀 보육료를 지원 받을 수 없는 유학생들의 자녀 교육을 지원하고 나섰다.

 유니버설문화원 바수무쿨 원장은 “아이씬여성회는 유니버설문화원의 좋은 파트너”라며 “유학생 자녀 교육 문제를 비롯해 문화원에서 진행한 음식 나눔 행사 등도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씬여성회는 내년에는 이주여성들의 한국 생활 체험 수기를 모아 책으로 발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온 계기, 정착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 등을 책을 통해 소개하고 다른 이주여성들의 정착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기 위함이다.

 주 대표는 “아이씬여성회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 여성과 이주여성간 선입견과 편견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통해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에서 당당한 여성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기틀을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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