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타도 vs 적폐 청산’
“기어이 민중은 승리했다”

▲ 지난해 광주에서 열린 6월항쟁 30주년 기념 행사 모습.<광주전남6월항쟁기념사업회 제공>
 영화가 끝나고 난 후, 관객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영화 1987의 엔딩은 서울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사람들은 떠올리고 있었다. 2016년 촛불이 밝혀진 그 겨울의 시청 앞 광장을.

 영화 1987의 흥행으로 6월항쟁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30년 주기로 일어난 두 번의 혁명, 1987 6월민주항쟁과 2017 촛불혁명의 관계도 주목을 받고 있다.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5·18민중항쟁을 유혈진압하고 수립된 제5공화국은 1987년, 7년만에 또다시 민중들의 대규모 반발에 부딪힌다.

 학생들로부터 촉발된 민주화의 열망은 종교계, 학계를 거쳐 경적시위, 넥타이부대로까지 번지더니 전국의 거리를 가득 메우는 평화시위로 확대됐다.

 시위물결은 결국 1987년 6월 29일, 노태우 당시 대선후보의 직선제 개헌 요구 수용을 이끌어냈다. 6·29선언이었다. 이는 곧바로 개헌으로 이어졌다.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제9차 개정헌법이 여기서 만들어졌다. 1987년 10월 27일, 국민투표 결과 93.1%의 찬성으로 개정된 헌법으로 이듬해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개혁 물결, 30년만에 다시 타올라

 광주전남6월항쟁기념사업회는 이를 두고 “민주정부 수립의 열망은 5월 항쟁 이후 7년의 투쟁을 거치며 전 국민적 항쟁으로 번져 전두환 군사정권의 직선제 개헌 수용이라는 항복을 받아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작 이어진 대통령선거에서는 신군부 세력이었던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36.6%의 득표율로 또다시 당선된다. “독재 타도!”, “민주 쟁취!”를 외치며 정권교체를 열망했던 시민들의 바람과는 엇갈린 결과였다. 이 때문에 6월항쟁은 “절반의 성공”, “미완의 혁명”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7일 문재인 대통령도 영화 1987을 관람한 뒤 “6월항쟁은 정권교체를 하지 못해 여한으로 남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러나 그것을 완성한 것이 바로 촛불혁명”이라고 밝혔다.

 또 “역사는 금방 바뀌지 않는다. 긴 세월을 두고 뚜벅뚜벅 발전해오고 있다”고도 말했다.

 2016년, 대한민국은 또다시 분노한 시민들로 뒤덮인다. 혹자는 ‘6월항쟁의 재림’이라 불렀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시위는 전국의 거리를 가득 메웠다. 시민들의 손에는 촛불이 들려있었다. 유혈사태는 없었다.

 딱 30년만이었다. 6월항쟁 당시 대학생 신분으로 시위를 주도했던 이들은 장성해 자식들을 데리고 거리로 나왔다. “이게 나라냐”라는 분노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부끄럽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거리는 매주 촛불로 가득 메워졌다.

 시민들이 영화 1987의 6월항쟁 당시 서울시청 앞 광장 장면을 보고 촛불집회를 떠올린 이유였다.

 시민 조하연 씨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시청 앞 광장의 모습, 광주 차량시위 등 전국의 사진이 보여지며 노래 ‘그날이 오면’이 울려퍼지는데 울컥했다”며 “지난 촛불집회 당시 느꼈던 전율과 비슷했다, 1987년이 없었다면 촛불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7년. 촛불집회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켰다. 그리고 이어진 19대 대통령 조기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이뤄낸다. 이제 2017년 촛불집회는 촛불 ‘혁명’으로 불린다.

 6월항쟁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했다면, 2017 촛불혁명은 ‘실질적 민주주의’ 완성의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6월항쟁 완성은 촛불혁명의 과제”

 박근혜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임추섭 공동추진위원장은 “6월항쟁과 촛불혁명은 전국민이 평화적 시위를 이뤄낸 역사상 유일한 사례다”고 평가하며 “1987년 직선제 개헌이라는 틀을 이뤄냈고 2017년에 그 토대 위에 또다시 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80년 광주의 노력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개혁의 노력 등이 후대를 위해 비단길을 깔아놓은 것”이라며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민중의 열망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한국민주주의연구소 권진욱 연구원은 ‘촛불시민혁명과 한국 민주주의’ 연구에서 “6월항쟁은 헌법개정 단계에서는 제도정치로부터 배제된 미완의 혁명이었다”면서 “촛불집회는 절대적인 다수의 시민이 참석하여 평화적으로 구정권 퇴진과 심판을 이끌어낸 민주항쟁이자 21세기 명예혁명”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촛불혁명 1막은 정권 교체로 내렸지만 앞으로 과제는 미완의 6월항쟁을 어떻게 완성해나가냐는 것”이라며 “촛불혁명이 6월항쟁의 동어반복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실질적 민주주의. 즉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확대, 시민들에게 민주적 문화를 내면화시키는 사회개혁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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