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법 전부 개정안 “한계”…노동계 재검토 요구

 9일 고용노동부가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특수고용노동자 보호, 위험의 외주화 방지, 원청 책임 및 처벌강화, 위험작업 거부 노동자에 대한 불이익 처우 처벌 도입, 건설업 특례를 통한 발주처 책임강화, 영업비밀 등의 심사 강화 등이 주요 방향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하는데서 여전히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안”이라면서 재검토와 수정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같은날 논평을 내고 정부의 산안법 전부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우선 위험의 외주화 금지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서는 도금, 수은, 납 등 12개 물질에 한정해서 도급을 금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도급금지 범위확대에 대한 논의나 절차 관련 조항이 전혀 없고 개정안에 따르면 대상 사업장이 22개 사업장의 852명에 불과하다”면서 “구의역 참사, 방사선 취급, 화학물질 설비 보수, 조선하청 노동자 등의 산재는 여전히 근본 대책 없이 방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원청이 적격 수급업체를 선정하도록 하는 법안도 적격기준의 세부 내용도 없고, 위반 시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위험의 외주화 금지 범위 협소”

 건설기계, 유통매장의 임대차 계약 형태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강화 대책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민주노총은 “개정안에서 도급의 정의, 원청의 책임범위 확대, 건설업에서 발주처 책임강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현장의 기형적인 임대차 계약 형태는 명확히 정리되지 못해 덤프, 굴삭기 등 위험도가 높은 건설기계장비나 유통매장 등에서 장소임대, 판대위탁 등으로 진행되는 서비스 노동자의 감정노동 보호, 의자 제공 등 기초적인 보호조치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 대책이 누락됐으며 발주처의 책임 강화도 건설공사로 한정함에 따라, 화학산단, 제철소, 발전소 등의 하청 산재에 대한 근본 대책도 누락됐다”고 밝혔다.

 특수고용노동자 보호 대책이 협소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민주노총은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 등에서 ‘일하는 사람’에 대한 보호를 명시한 데 대해서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하면서도 “이를 현장에서 구체화 하는 방안에는 전속 사업장을 전제로 하고 있어 화물, 택배, 건설기계 등에 대해서는 보호가 적용되지 않으며 적용되는 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도 최소화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60%를 넘어선 사무, 서비스직 노동자에 예방대책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도 지적됐다. 직무 스트레스, 일터 괴롭힘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개정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감정노동 보호의 경우에도 고객대응 업무로만 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금융부문에 적용되고 있는 보호법안의 내용보다 후퇴하여 하위법령에 포괄 위임하고 있다는 것.

 작업중지권, 영업비밀 등 산재예방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 또한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위험작업 대피, 세부화 안해 한계”

 민주노총은 “위험작업 대피에 대한 사업주의 불이익 처우에 대해 처벌 조항이 도입되었으나, 위험 작업을 세부화 하지 않고, 근로자 대표 등의 작업중지권은 명시하지 않았다”면서 “현장에서 개별 노동자가 작업대피권을 권리로 행사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직업병을 유발하는 화학물질 등에 대한 자료 요청의 권리도 개별 노동자에게는 부여하지 않고 현재 현장에서 형해화 되어있는 근로자대표, 선임 대상이 제한적인 보건관리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산재예방의 실질적 감소를 위한 노동자 참여구조인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하청 노동자 참여구조에 대해서 새로운 대책은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수차 개정하겠다고 했던 위험성 평가 노동조합 참여방안도 누락됐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개정안에 대해 “하청, 특수고용 등 비정규 산재가 넘쳐나고, 다양한 일터 괴롭힘으로 정신건강의 위협을 받고 자살로 이어지는 참혹한 현장의 현실을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허술한 안”이라면서 “28년만의 전부 개정안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현장의 실질적인 산재 감소대책으로 이어지도록 법 개정에 대한 재검토와 수정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연맹)도 성명서를 통해 “법의 보호대상을 특수고용노동자와 앱을 통해서 배달하는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로 확대하거나 발주자, 도급인 등의 사용자에게도 산업재해 예방책임을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등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하여 일면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체 고용인구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산업재해 발생률이 가장 높은 서비스산업의 산재예방을 위한 개정안 내용이 매우 부진함은 물론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감정노동자 보호내용이 기 시행되고 있는 금융부문의 감정노동자 보호법안(은행법등 5개 법안)의 내용보다 후퇴하였음은 물론 중요한 보호내용을 본법이 아닌 시행령, 시행규칙에 명시하겠다는 정도인 것은 실망과 우려를 금치 못하게 한다”고 밝혔다.
 
▲“유통부문 원청 책임 반드시 명시해야”

 연맹은 “유통서비스(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등)부문의 경우 원청의 책임을 명시하지 않을 경우 원청기업인 재벌유통기업들이 자기회사 소속이 아닌 하청업체(협력업체)소속의 감정노동자들을 자발적으로 보호하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건설, 제조부문의 원하청 관계나 하도급 관계와는 별도로 유통부문에서 원청의 책임이 반드시 명시되어야 법시행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그러한 내용이 누락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산안법 개정은 1990년 이후 28년만에 이루어지는 전부개정으로, 입법예고(2.9~3.21) 기간 동안 공청회, 간담회 등을 통해 전문가 및 노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부 입법절차를 거쳐 올해 상반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으로 제출된 전부개정안은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의원입법안과 병합심사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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