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알아야, 기념한다”
①1000년은 명칭의 역사일 뿐
②1000년 동안 불변 아니었다
③정서 공동체 ‘호남’ 기념은?

▲ 전라도 1000년 기념 엠블럼.<광주시 제공>
 ‘전라도 1000년’ 기념사업이 떠들석하다.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권 광역단체 3곳이 벌이는 대형 이벤트다. 그런데 이들 지자체의 기념사업에 우려스러운 눈길이 꽂히고 있다.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숫자만 기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 결과 대부분의 사업이 관광 유인의 수단으로 기획되고, 기념비 등 유물을 남기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00년’은 명칭의 역사일 뿐, 전라도에서의 삶은 훨씬 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점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라도라는 명칭 또한 1000년 동안 불변의 것은 아니었다는 점, 정서적 공동체를 대변하는 ‘호남’의 의미는 어떻게 접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기념한다.’ 전라도 1000년의 역사와 의미를 점검해본다.
 
▲전라도 1000년? 명명 1000년!

 전라도 역사를 ‘1000년’이라는 시간적 개념에 가둬 형식적 기념비만 세울 게 아니라 1000년을 제대로 해석하는 데서 기념사업은 출발해야 한다.

 먼저, 1018년은 전라도라는 지명이 처음 불리게 된 해다. 고려 현종 9년(1018)에 강남도를 대표하는 전주와 해양도를 대표하는 나주의 앞 글자를 따서 전라도로 이름 붙여 진 것. 현재 광역자치단체 중 전라도 명칭(경상도 1314년, 충청도 1352년)이 가장 먼저 생겨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라도라는 공간적 역사는 명칭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헌사료에 기반한 전라도 역사의 출발은 ‘백제’로 인식되고 있는데, 그 이전에 마한의 역사가 존재한다.

 홍성덕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2016년 광주전남연구원이 개최한 전라도 천년 심포지엄에서 “전라도 역사의 재정립은 마한 역사의 재발견으로 출발해야 한다”며 “백제로 편입되기 전 전라도에 존재했던 마한의 역사는 백제기 전라도 역사보다 더 오랜 기간이다”고 밝혔다.

 이어 홍 교수는 “전라도 지역의 고대사 조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고대 전라도의 역사가 ‘패배’의 역사였다는 점에서 어려움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의해 후백제(전라도 지역)는 오랫동안 부정적이고 패륜적인 국가로 인식돼 온 점”을 언급했다.
 
▲ 전라도→전남도→전광도
 
 또한 전라도라는 명칭은 역사적 사건을 거듭하며 수시로 변했다. 전라도에서 전남도, 광남도, 전광도 등 다양한 명칭으로 변화한 역사가 있는 것.

 조선 후기 인조 23년(1645)에 나주에서 향리가 목사를 중상 입히는 사건이 일어난 후 나주목은 금성현으로 강등됐다. 이때 나주 대신 남원의 이름을 따서 전남도가 됐었다.

 효종 5년(1654년)에 금성현은 다시 나주목으로 승격되고 전남도 역시 전라도로 복구됐지만, 바로 1년 후 나주에서 전패가 파손되는 사건이 일어나 다시 금성현으로 강등되면서 전남도가 됐다.

 영조 4년(1728년)에는 이인좌의 난이 일어나 나주목이 다시 현으로 강등되고, 광주의 이름을 따서 전광도로 변경됐으나 1737년 다시 전라도로 돌아왔다.
 
▲전북과 지리적·문화적 동질감은?

 또한 지금 시대 전라도라는 공간적·행정적 관념보다 정서적으로 더 친숙한 ‘호남 문화’의 재조명으로 기념 사업이 확장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호남’은 비교적 근대에 형성된 개념으로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의 의병운동, 동학농민혁명, 광주학생독립운동, 5·18민중항쟁 등 일련의 사건들을 공유한 지역민들을 관통하는 고유한 정서다. 특히 동학농민혁명은 무수한 전라도민의 희생이 있었고, 전라남·북도 전체를 아우르는 견고한 지역 정체성의 뿌리로 인식된다.

 이런 차원에서 전라도 1000년 기념사업은 전라도라는 지리적·문화적 동질감을 회복하기 위한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광주민속박물관 조광철 학예사는 “전남은 역사적 주도권을 상실해 온 전북(전주)의 소외감을 인식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고민과 배려의 기념사업이 돼야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광주·전남·전북 3개 광역 시도는 지난 2015년 11월부터 공동으로 호남권정책협의회를 꾸리고 전라도 천년 상징물과 천년 숲 조성 등 30여 개 기념사업을 추진 중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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