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공간 소피움 손수 만든 보금자리 10일 개관식
“더 많은 이가 잃어버린 ‘인문학’ 되찾고 즐기는 공간”

▲ 지난 10일 북구 일곡동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인문학공간 소피움이 개관식을 가졌다. 행사에 앞서 모인 주민들이 공간을 둘러 보고, 책도 보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10여년 전 자연스럽게 인문학이라는 범주 속에 촉촉하게 젖어들었고, 우리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이 공간에서 다시 뭔가를 하고 싶은데 그건 ‘소피움’에 모두 담겨져 있습니다.”

 인문학을 즐기는 사람들이 손수 만든 집, 인문학공간 소피움이 북구 일곡마을에 새 보금자리(일곡동 907-2)를 마련하고, 지난 10일 저녁 그동안 함께 인문학을 가지고 부대껴온 이들과 개관식을 가졌다.

 소피움엔 다양한 인문학 동아리, 강좌, 공부모임 등이 있다.

 물리적 공간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그저 인문학이 좋고, 인문학을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아 시작한 자발적 모임들이 주축이 됐다.

 “책속의 인문학, 길 위의 인문학”을 지향하는 ‘우생우존’, 명상과 경전을 통해 삶의 진정한 자유를 찾아가는 ‘경전읽기’가 대표적이다.

 고전과 수다에 취하는 ‘심포(Sympo)’, “배우며 일하며 즐기는 인간”을 향한 ‘필로소필(筆勞笑.feel)’ 등 강좌와 세미나는 물론 청소년들의 인문학 학교 ‘아나키(아름답게 나를 키우는 시간)’ 등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10여 년 간 여성·청소년·교사 등 다양한 인문학 모임

 “10여년 전 외부강의를 하면서 살벌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여성에게 그렇게 날카롭고 무자비한 수식어가 붙는 것은 처음 봤어요. 한 때 감수성이 넘쳐 시도 읽고, 소설에 빠지기도 했던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육아로 피치 못하게 20~30년을 보내게 된 거죠. 처음엔 직장 문제로 강의를 듣고 공부를 했던 분들이 그 과정이 끝나고 나서도 공부를 계속 할 수 없겠냐고 했어요. 그런 뜻과 뜻이 모여 계속 공부를 하게 된 거죠.”

 소피움의 지킴이, 김시인 씨가 말하는 ‘소피움의 출발’이다.

 소피움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처음엔 지혜를 의미하는 ‘sophy’에 공간을 의미하는 라틴어 ‘-um’을 더해 “지혜롭게 살고픈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라는 의미로 이름을 정했다.

 그런데 함께 공부를 하는 이들이 “소피+움만 전체 뜻을 수 없다”며 또다른 의미를 더했다.

 “웃음(笑)이 꽃처럼 ‘피어나는’(소+피움) 인생을 그리는 사람들이 깃든 집”이 그것이다.

 초창기엔 마땅한 공간이 없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모임과 강좌를 진행하다 4년 전 일곡마을에 터를 잡았다. 하지만 이후 이 공간에도 사정이 생겨 새로운 거점이 필요했고, 일곡마을 카페거리 일대에 공간을 마련하고 선을 보인 것이다.
 
▲“여럿이 다양한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매력”

 소피움의 ‘새출발’을 응원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모였다.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나누며 그동안 모임과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저녁 7시부터 진행된 개관식에선 각 동아리와 공부 모임의 소개와 활동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개관식에서 만난 ‘우생우존’ 회원 이미정 씨는 “이전부터 책을 좋아해 다양한 강좌에 참여해봤지만 우생우존은 비슷한 연령대 사람들과 만나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지식도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며 “개인적으론 ‘개인주의’ 성향이 강했는데, 인문학을 통해 그 개인주의 담이 허물어지면서 주변이나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도 갖게 됐다”고 했다.

 함께 우생우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정량 씨는 “인문학은 ‘밥’ 같은 거다. 다른 일 하다가도 먹고 싶은 ‘흰쌀 밥’이다”며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각자의 고민을 나누고 해소하는 것이 큰 매력이다”고 거들었다.

 인문학을 통해 다시 ‘나의 삶’을 고민하고 이야기한다는 것. 다양한 분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각기 다른 동아리와 공부 모임에 활동하고 있지만 이러한 인문학의 매력에 대해선 결코 이견이 없었다.

 소피움의 ‘가장 오래된 동아리’인 경전읽기 모임의 ‘심부름꾼’ 박신호 씨는 “경전읽기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모이는데, 이게 생활의 충전이자 정화”라고 강조했다. 경전읽기의 강산 씨는 “경전을 통해 만나 말씀을 나누고 부대끼는 것 자체가 각자 삶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대상 밤 공부모임 계획” 

 새로운 공간이 마련된 것을 계기로 “어떤 이야기를 채워나갈까”하는 고민들도 많았다. 박신호 씨는 “경전읽기는 올해부터 마음모음, 명상에도 집중하려고 한다”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필로소필’ 서은아 씨는 “‘필로소필’은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소통해 왔다”며 “지난해 9월에 시작했지만, 가장 오래 지속될 모임이 되지 않을까”라고 자신했다.

 이어 필로소필 한 회원이 ‘필로소필’의 주제가를 만들어 가족, 동료 회원과 함께 공연을 하기도 했다.

 ‘아나키’는 2019년 정규 교육과정 운영을 목표로 올해 ‘아나키 인문학교 만들기’를 본격 준비한다.

 이와 함께 김시인 씨는 “새 공간이 마련된 것을 계기로 직장인들이 밤에 모여 공부하는 모임을 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소피움을 열린 공간으로 운영하면서 더 많은 이들이 인문학과 만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 씨는 “요즘 학교에 가면 문과보다 이과가 많다. 인문학에 소홀하면서 감성이 많이 사라졌다. 아니 잃어버렸다”며 “그 잃어버린 인문학을 배우고 즐기는 사람들이 소피움에 많이 모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의: 062-575-2525.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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