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설립동지회 등 불만 내면서도 토론 제안
시민사회 “기꺼이 응할 것”…갈등 해소 전기?

▲ 5·18기념재단 설립동지회(구 후원회)와 5·18구속부상자회가 22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사회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신임 이사장의 갑작스런 사퇴와 상임이사의 사실상 ‘연임 거부’로 혼란을 겪고 있는 5·18기념재단(이하 5·18재단)을 공론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시민사회의 거듭된 혁신 요구에 “악의적 흔들기”라며 불만을 쏟아내는 재단 측도 “대체 뭐가 문제인지 따져보자”며 토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

 과정은 매끄럽지 못하지만 시민사회와 5·18재단간 단절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18재단에 대한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었다.

 5·18정신을 알리고 계승하는 핵심 주체인 5·18재단에서 계약직 남발과 채용비리, 노동탄압 등의 의혹이 불거진 뒤 시민사회는 수차례 기자회견과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5·18재단의 혁신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차명석 전 이사장이 시민사회에 발전위원회 구성과 혁신안 마련을 전제로 한 이사장과 상임이사 사퇴를 약속하며 돌파구를 찾는듯 보였다.

 하지만 차 전 이사장의 약속이 5·18재단 이사회에서 ‘부정’당하면서 상황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5·18재단의 직원 채용, 보조금 사용 등의 문제점을 확인한 광주시 감사위원회의 특정감사 결과가 공개됐음에도 시민사회는 “5·18재단의 자체적인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검찰 고발에 나섰다.
 
▲김영진 이사장 선출 이후 파열음 커져
 
 시민사회와 5·18재단의 ‘거리’도 더욱 멀어졌다.

 재단이 자체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혁신안을 마련할 때 시민사회에 참여를 요구했으나 시민사회는 “들러리가 될 수 있다”며 참여를 거부했다.

 그저 검찰 고발에 따른 수사가 진행돼 오던 중 시민사회는 지난 2일 신임 이사장 선출 문제를 계기로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사장 선임을 위해 이사회가 구성한 ‘임원추천위원회’의 구성원도 공개되지 않은 “밀실 선출이었다”는 문제제기였다.

 또 지난 15일부터 진행된 차기 상임이사 공모에 대해서도 시민사회는 “현 김양래 상임이사의 연임을 위한 요식행위가 아니냐”며 중단을 요구했다.

 그간 시민사회의 지적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던 5·18재단은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해명하며 “시민사회가 혁신 논의를 거부한채 헐뜯기만 하고 있다”고 발끈했다.

 5·18진상규명 특별법이 통과됐고,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5·18 38주년 등을 앞두고 있는 상황. 5·18재단과 시민사회의 갈등은 지역사회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김영진 전 이사장이 5·18단체들과 시민사회간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나름 애쓴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난 19일 돌연 사직서를 내면서 신임 이사장의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시민사회로부터 즉각 사퇴 요구를 받은 김양래 상임이사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번 상임이사 공모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상임이사의 임기는 23일까지로, 이사장에 이어 상임이사까지 공백이 우려되자 5·18재단은 급히 이사회를 열고 수습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내부에서 “시민사회와의 갈등을 풀지 않으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5·18재단 설립동지회와 5·18구속부상자회는 22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성명서 내용(이사장 선임 및 상임이사 공모 중단 요구 관련)의 근거와 진실, 5·18재단의 발전적 혁신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진솔하게 논의할 수 있는 공개 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가 5·18재단을 악의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비난하면서도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터놓고 이야기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김 상임이사 역시 “시민사회의 공격이 도를 넘었다”면서도 “향후 개인 자격으로라도 객관성이 검증된 공개적인 자리가 마련된다면 적극 이야기하겠다”고 토론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시민사회도 “토론 요구에 기꺼이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토론 거부할 이유 없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관계자는 “토론 요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5·18재단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자리가 있길 원한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도 “장외전만 벌이는 것보단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이 갈등을 해소하고 재단의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며 “토론을 해보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게 더 갈등을 심화시키지 않도록 냉정하고 차분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단 양측은 광주KBS로부터 토론 프로그램을 제안 받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28일 옛 전남도청 복원 농성장에선 ‘5·18기념재단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시민 집담회가 열린다.

 가칭 ‘5월 운동의 성찰과 올바른 방향 정립을 위한 오월 광장 준비모임(이하 오월광장)’이 마련한 행사로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5·18재단 혁신에 대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오월광장’을 추진하고 있는 김영정 씨는 “5·18재단 측은 물론 5·18단체들도 참여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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