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안내 문구 엉터리”
시민 김지현 씨 3곳 지적

▲ 지난 2015년 5·18민주광장으로 돌아온 시계탑. 영문 안내 문구 일부가 잘못돼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5·18을 상징하는 시계탑의 영문 안내 문구가 엉터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 시민이 포착한 이들 오류는, 10여 개의 문장 중 3곳에서나 발견됐다. 단순한 착오라기에 오기 표현의 수가 많아서 “5·18 사적지 등의 영문 기록을 전수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소에 ‘오월’에 관심이 많았던” 시민 김지현 씨는 지난 21일 약속장소였던 5·18민주광장에서 시계탑 안내 문구를 읽다가 “이상한 표현들”을 발견했다. 시계탑 안내 문구 중 영문 표현들 가운데 띄어쓰기, 문법, 그리고 잘못된 단어선택까지 오류 3가지를 찾아낸 것이다.

 김 씨에 따르면, 시계탑의 역사를 요약한 4장의 사진과 해당 설명 중 두 번째에서 ‘어느날, 시계탑이 사라졌다(One day, the Clock Towerwas gone)’는 주어 동사 간 띄어쓰기가 안 돼 있다. 문법상 ‘Tower’와 ‘was’는 띄어쓰기를 해야 옳다.

 두 번째 오류는 세 번째 설명에서 ‘시민들은 이 시계탑을 기억하였고, 이 시계탑이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고 믿었다(They believe that the tower should return to its original location)’ 문장이다.
 
▲“관광객 찾는데” “전수조사 필요” 여론  

 김 씨가 원어민의 자문을 구한 결과 ‘return’을 수동태인 ‘be returned’로 쓰는 게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돌아오다’는 자동사로 쓰일 때는 수동태가 불가하지만, ‘반납하다’의 타동사로 쓰였기 때문에 수동태가 옳은 쓰임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Marching for our Beloved)’의 영문 표기가 지적됐다. 시계탑 안내판의 설명에는 제대로 나와 있는데, 설명문 제목에는 ‘March for our Beloved’로 게재됐다.

 본보가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인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에 확인한 바, 영문 표기는 ‘Marching for our Beloved’로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제목처럼 고유명사를 다른 단어로 변경하는 것도 문제지만, 행진(Marching)을 3월(March)로 오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씨의 지인 이민철 씨가 페이스북을 통해 관련 사실을 알리면서 시민들도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빨리 고쳐라”는 반응부터 “영문설명서를 전문적으로 심의해주는 기구나 단체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올라왔다. “시계탑뿐 아니라 다른 시설물 안내판 설명들도 오류가 많고,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광주시 “기본적인 전문가 확인 있었을 것”
 
 시민플랫폼 나들의 신선호 대표는 “나들에서도 몇 년 전에 몇 군데 문제를 발견하고 전수 조사에 나서려다 미뤄졌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원래 문제를 인식하고 있던 김향득 사진작가도 “단순히 영어 문법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넘어서 문장의 의미 해석 자체가 잘못될 소지가 있어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21일 광주시 인권평화협력관실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담당자가 부재중이어서) 시계탑 안내 설명과 관련한 정확한 경위는 확인하기 어렵다”며 “일반적으로 5·18사적지 안내 설명을 제작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치지 않았겠냐”고 답했다.

 한편 ‘시계탑’은 5·18 당시 역사의 현장에서 모든 것을 지켜봤던 상징으로서 광주 서구 농성광장에서 5·18민주광장으로 2015년이 되어서야 제 자리를 찾았다.

 금남로에 있었던 시계탑을 원래 자리로 옮겨와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복원 과정에서 안내판 등이 설치됐고 오후 5시18분이 되면 5·18을 대표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게 됐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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