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5·18민주광장에서 ‘광주청소년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세월호 4주기를 맞아 열린 행사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음악에 맞춰 플래시몹을 선보이고 있다.
 비바람이 몰아쳤던 지난 14일, 청소년들은 텅 빈 5·18민주광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전시품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청소년들이 직접 준비한 ‘광주 청소년 촛불문화제’를 예정대로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어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은 ‘4·16을 넘기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비바람에 맞섰다.

 같은 날 열리기로 했던 광주시 주관의 ‘프린지페스티벌’은 날씨 영향으로 전날 취소를 통보했다. 프린지페스티벌 측과 청소년들이 공동으로 진행하려던 공연 역시 취소됐다.

 하지만 ‘광주청소년촛불모임’이 주관하고 광주시교육청이 주최한 청소년촛불문화제는 14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5·18민주광장 일대에서 차질 없이 진행됐다.

 ‘스텝’ 명패를 건 청소년들이 행사 진행을 도왔고, 광장 곳곳에서 ‘세월호 기억 전시’, ‘버스킹’, ‘플래시몹’, ‘시민분향소 운영’ 등이 이뤄졌다. 이날 문화제에 기획단으로 참여한 청소년은 30명, 추진단은 100명, 학교 등 단체 참여가 70명 등으로 200여 명의 청소년이 문화제를 이끌었다.
 
▲ 기억 전시·버스킹 공연·플래시몹 등 이어져

 특히 이날 오후 4시부터 시작한 문화제 본 행사의 ‘보이는 라디오’는 별도 무대를 설치하는 대신 방송 형식으로 모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청소년들의 사연을 읽어주고, 음악 공연도 진행됐다.

 먼저 진행자로 나선 광주여상 고유정·천예진 양이 2014년 4월16일 이후 달라진 것들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이들은 당시 정부가 수학여행을 금지했던 때를 떠올렸다. 세월호 같은 참사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내린 대책이었지만, 청소년들도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님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또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1000만 명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유가족들이 투쟁에 나서야 했던 아픈 기억도 꺼냈다. 그리고 여전히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마음 아파했다.

 이날 보이는 라디오에 사연을 접수한 청소년 김가영 양은 “세월호 참사가 있던 날, 수련회 두 번째 날이어서 전혀 소식을 알지 못했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야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이어 “진도 앞바다도 우리나라 영해인데, 왜 정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지 화가 나고 내버려둔 어른들이 야속하다”면서 “희생자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발언에 나선 운남고 학생회장 이민정 양은 “유가족 분 중 한 분이 자신은 ‘부모’이기 때문에 버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며 “나도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마음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려는 어떤 행동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유가족들이 찬 바다에 외쳤을 딱 그 만큼 간절하게 잊지 않고 살아가자”고 강조했다.

 발언을 이어간 청소년들의 목소리에서는 간혹 슬픔이 묻어났지만, 흔들림 없는 굳건한 다짐으로 들렸다.

▲“언니·오빠들 못다녀온 수학여행 기억할게요”

 진지한 분위기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한 청소년들의 공연도 이어졌다. 언니, 오빠들이 못 다 이룬 4·16수학여행을 기억한다는 의미에서 함께 노래하고 연주하는 공연이었다.

 이를 지켜본 강현식 씨는 “세월호 희생 학생들과 같은 나이인 97년 생인데, 우리 나이의 친구들은 트라우마가 커서 제대로 추모하고 이런 행사에 참여하기도 쉽지 않았었다”며 “더 어린 친구들이 진심으로 추모하고, 또 자신들의 방식으로 기억하려는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세대가 사회로 진출하는 시기가 오면,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말 한 마디라도 따뜻하게 나눌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며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이 그런 어른으로 성장하는데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16일에는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과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주관하는 세월호 추모문화제가 오후 5시부터 5·18민주광장에서 열린다. 세월호 시민분향소도 이날 오후 9시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m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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