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다감하고 우습고 재미지고 절묘하고

▲ 전라도 말을 그대로 살려 싣는 문화잡지 ‘전라도닷컴’이 해마다 진행해오고 있는 ‘전라도말 자랑대회’.
 “그란디 밥은 묵었으까 잉! 묵었단께 좋네.”

 자꾸만 되풀이 묻고 안심하던 어느 촌로의 마음 씀.

 “들와. 들와. 기양 가문 서운허제. 내한테 못씰 일이여. 내 앞으로 지내간디 커피 한 그륵이라도 대접해야제.” “밥은 묵고 댕긴가. 욜로 와! 한 볼테기 해. 뽀짝 앙거.”

 낯선 이에게도 아끼지 않는 인심.

 “나만 볼라문 울 안에다 감촤두제. 놈 보라고 헌 것이제. 모린 사람도 한번 보고들 가시라고.”

 담벼락을 꽃으로 꾸민 할매의 이유, 바깥 세상으로 향한 곰살스런 심성.

 절묘한 의성어 의태어들도 만난다.

 “사발 그런 디다 너붓너붓 담아주문 그 놈만 딱 묵고 두 말도 안허고 인나. 새끼들이 생전 더 도란 말을 안해. 손은 소두벙만 해져갖고 배를 못 채운께 뭐이라도 믹일라고 무시밭에 가서 무시를 한 무태기썩 해갖고 와서 짓물을 확독에다 갈아갖고 지를 담아노문 짐치를 요런 그럭으로 두사발씩이나 묵어. 유제 사람들이 방 앞에서 밥 묵은 소리를 듣고는 허 이 집이는 누에 한 밥 잽해 놨네 그래. 어시겅어시겅 잘 묵은다고. 누에가 한참 밥을 묵으문 어식어식 묵잖애.”
 
▲고된 노동에도 살아있는 일상의 유머
 
 “밭이 여기는 옹태이 옹탱이 쫄막쫄막 보도시 있어. 깔끄막을 개간한 것이라 비 오문 흘러 내려간께 흙 내려가지 말라고도 담을 쌓제.”

 “쭐거리(줄기) 한나에 많썩 딸려나오께 오져. 줄래줄래 나오는 것을 파낼라문 조깨 힘들어도 재미지제. 졸랑졸랑 성제간 같고 식구맹이여. 언제는 하다 많이 달려서 줄기를 들고 시어 본께 열일곱 개가 달렸어.” “바닥이 존께 고구마가 맛나. 간질간질함시롱 담시롱 간이 딱 맞아.”

 고된 노동이 일상임에도 유머는 살아 있다.

 “내가 앙근 자리에 풀도 안난다는 최 씨여. 그런디 밭에 앙거도 풀만 잘난당께. 하하!”

 “우리는 이녁 낯바닥도 잊어뿔게 생겼어. 정대(경대)는 딜다보나 마나. 앞엣사람 낯바닥이 내 낯바닥이여.”

 난이도 높은(?) 전라도 말도 있다.

 “졸갑스런 귀신은 물밥도 못 얻어묵는다드라.” “음마!저 째깐흔 것이 딱 앵그라봄서 옹통지게 말대꾸를 흐네.” “아이가! 갸가 다 컸는갑서야. 에복 으지렁시롭드라.” “쫌매쫌매 사도 안코, 무답시 찔벅거리고 가네.” “냅두씨요. 지가 비무니 알아서 헐랍디여.”

 삶의 지혜가 담긴 전라도 말들.

 “돌담 밑에가 폭이 넓어. 외줄로 쌓아올리믄 씨러져불제. 바탕이 튼튼해야써. 좋은 돌로만 쌓는 것이 아니라 거그에 맞는 돌을 골라서 쌓아야제. 작은 돌도 들어가야 하고 큰 돌도 들어가야 하고 희안하게 생긴 돌도 들어가야 하고, 잔돌도 들어가야 하고.”

 어느 하나 쓸모 없는 돌 없고, 다양성이 조화를 이루는 돌담 쌓는 기술.

 “마루가 있어야 걸터앙겄기 좋지. 놈의 집 가갖고 방으로 쑥 들어가기는 뭣허잖애. 근디 마루가 있으문 앙겄기도 좋고 이야기하기도 좋지. 유재 만나서 어울러지기 존 곳이 마루여. 항꾼에 음석도 나놔묵고, 밥도 나놔묵고. 근디 요새는 어디 집을 가도 앙글 디가 없어. 다 밀창을 달아불고, 마루를 방으로 맹글아분게.”

 정읍 칠보면 벌수마을 할매가 전하는 마루의 효용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삶의 지혜가 가득 담기다
 
 “우리 손자가 말래에서 공부허고 있으문 내가 말해 아가,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다 도둑놈 되드라. 인간 공부를 해야 헌다 그러고 말해.”

 “흙으로 기어댕기는 노릇을 마다 하문 할 수가 없는 일이여. 도시에는 깨깟한 척함시롱 오렴된 것들이 많애. 우덜한테는 흙바닥이 깨깟해.”

 “나는 이것이 기적이라고 보네. 종자 한 주먹 갖다 놓고 이러고 호복하니 가져간게 기적이제.”

 “이 호멩이가 은금보다 귀해. 호멩이와 낫은 농민의 총이여. 누구를 죽이는 총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을 살리는 총이여.”

 “돈 없어도 인정 있으면 되야. 자빠라진 사람을 보고 일으키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인정이여.”

 “산다는 것이 환한 디도 어두버지고 어두분 디가 훤해지고 그란께 살제라.”

 “이 시상에 좋은 말만 내놓음서 살아야제. 놈의 숭 보고 놈의 터럭(티끌) 잡고 그런 것이 못씰(몹쓸) 말이여. 가사(만일) 어짠(어떤) 사람이 걸어가문 저 사람은 걸음도 이삐다고 혀야제. 저 사람은 걸음도 물짜다(나쁘다)고 허는 것이 나쁜 말이여. 사람을 숭을 잡을라문 한정이 없어. 나 듣고 자픈 그대로 놈헌티 허고 살믄 되야.”
정리=황해윤 기자 nabi@gjdrae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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