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닷컴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 8회째
‘정스러움·깊이’ 숨길 수 없는 전라도말 매력

▲ 2015년 전라도말 자랑대회 대상수상자 김현순 씨(왼쪽)와 사회자 지정남 씨. <광주드림 자료사진>
 지난 13일 전라도닷컴 황풍년 편집장은 “전라도말은 자랑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를 시작한 이유이자 매년 대회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해준 힘이기도 했다.

 전라도에 살면서도 전라도말을 쓰는 걸 부끄럽다 여기고, 숨기려는 때가 있었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역말은 틀리고 서울말이 맞다’는 그릇된 인식, 전라도말을 차별과 소외의 근거로 여기며 스스로 위축된 탓이었다.

 황풍년 편집장은 “전라도말을 쓰지 않고 전체적으로 사라져가는 위기 의식 때문에 전라도말 자랑대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라도말이 사라진다는 것. 황 편집장은 “그것은 단순히 말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말이 담고 있는 문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투리 경연대회’라고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황풍년 편집장은 “그게 아니다”며 강력하게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를 고집했다.
 
▲전라도말이 사라진다는 것의 의미
 
 “전라도말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고 지켜야될 가치고 있는 것인데, 잘 쓰는 것을 자랑해야지 왜 경연을 하냐”는 것.

 영화 등 대중문화에 비춰진 것처럼 전라도말을 상스럽고, 촌스러운 것으로 폄하하는 시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꼭 ‘아름다운’ 전라도말을 ‘자랑하는 대회’여야 했다.

 지난 2011년 광주시립민속박물관에서 처음으로 대회가 열린 뒤 회를 거듭할 수록 참여열기가 뜨거워졌고, 전라도말에 푹빠진 팬들도 늘어났다.

 우연히 대회를 접했다가 “나도 한 번 나가보고 싶다”고 다음 대회에 도전장을 던진 이들도 적지 않다.

 다만 “그런데 그렇게 나온 이들의 입상은 쉽지 않았다”고 황 편집장은 설명했다. “워낙 쟁쟁한 어머니들이 있으니까(웃음).”

 전라도말을 활용한 독특하고 흥미있는 이벤트라고 보던 시선도 있었지만, 황 편집장은 “많은 전문가, 언론 등이 이제는 매우 긍정적으로 의미있게 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전라도말의 진수를 접할 수 있는 장으로서 그 주목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황 편집장이 꼽은 전라도말의 매력은 정스러움, 깊이있고 풍부한 표현이다.

 “예를 들어 어머니들이 ‘놀짱하다’ 이런 말을 써요. 노랗다, 샛노랗다, 노리끼리하다, 노르스름하다 여러 말 중 보리나 나락이 익어갈 때 자연의 색감을 어머니들이 딱 포착해낸 말이지. ‘귄있다’는 말. 이것은 외모만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까지도 칭찬하는, 그 말을 아는 사람들끼리는 최고의 찬사지.”

 전라도말에만 있는 표현들. 이게 바로 전라도말이 가진 품격이라고 황 편집장은 강조했다.

 “전라도말을 나눈다는 것. 그것은 전라도 안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말에 담긴 고유의 정서를 나누는 것이고 이를 통해 의사 전달은 물론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면서 공감의 정도가 극대화된다”는 것은 기본이다.
 
▲“전라도내에서도 다양한 말이 있다”
 
 황 편집장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전라도말은 ‘임사랑토 안타’ ‘항꾼에’ ‘짠허다’.

 “암시랑토 안타는 당신이 처한 현실을 극복해내는 불굴의 투혼이, 짠하다는 타인에 대해 끊임 없이 연민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말이고. 항꾼에는 공동체가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말이에요. 자기 자신은 불행한 일을 당해도 ‘암시랑토 안타’고 하면서 타인에 대해서는 ‘짠한그’ 연민하고 ‘항꾼에’ 이겨내자, 행복하자는 것이지.”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가 깨닫게 해준 것이 또 있다. 전라도 내에서도 각 지역마다 ‘다양한 말’이 있다는 것. 내륙에 사는 사람, 섬에 사는 사람, 전라북도에서 온 사람이 이렇게 말하고, 저렇게 말한다는 것. 그 다양함을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다.

 무엇보다 70, 90세가 된 할머니들이 무대에 올라 자기 인생의 한 토막을 전라도말에 담아 진솔하게 털어놓을 때 주는 진정성과 감동은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서만 접할 수 있다.

 영광 여민동락, 함평 잠월미술관은 해마다 돌아가며 ‘출전 선수’를 내고 있다. 황 편집장은 “평생에 이름 석자 내고 주인공으로 대우 받지 못했던 어머니들 중 누구라도 전라도말 자랑대회에서는 당신 이름을 당당히 내걸고 무대 주인공으로 인생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는 올해로 8회째를 맞는다. 찰진 전라도말의 향연이 펼쳐지는 올해 행사는 5월5일 광주시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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