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광주전남지부 공익세미나서 김재윤 교수 주장
“내란목적 살인 새증거 찾는다면, 형사처벌할 수 있어”

▲ 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 진압을 앞두고 광주에 진입하고 있는 계엄군과 탱크. 김재윤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4일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린 공익인권 세미나에서 5·18 당시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 등에 대한 구체적인 새 증거가 확보될 경우 전두환 등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5·18기념재단 제공>
5·18민중항쟁 당시 광주시민들을 무참히 학살한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전두환을 법적으로 단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997년 대법원이 전두환에 대해 ‘내란죄’만 인정했을뿐 ‘내란목적살인죄’는 무죄를 선고한만큼, 5·18특별법(5·18민주화운동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진상규명을 통해 “시민 학살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다면”이 전제다.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가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개최한 ‘2018 공익인권 세미나’에서 김재윤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정질서 파괴범죄 공소시효 배제를 통한 정의 회복’을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5·18 당시 계엄군 헬기의 전일빌딩을 향한 기총소사, 주남마을 양민학살 사건 등을 사례로 들며 “이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면 형사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 “전일빌딩 기총소사·주남마을 학살 밝히자”

우선 5·18 당시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학살 등의 범죄의 공소시효가 끝났는지를 따진 김 교수는 1995년 12월21일 제정된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별법(헌정범죄시효법)’ 및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5·18민주화운동법)’을 핵심 근거 법률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5·18 내란 사건의 공소시효 기산일(시작점)을 비상계엄이 해제된 1981년 1월24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바탕으로 헌정범죄시효법과 5·18민주화운동법이 형사소송법상 5·18 내란죄의 공소시효가 완성되는 1996년 1월23일 전에 제정됐음을 강조했다.

80년 5월 광주 시가지 모습. <5.18기념재단 제공>

김 교수는 “이에 따라 5·18 내란 사건의 공소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사후적으로 헌정질서 파괴범죄와 집단살해의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내란 범죄 행위의 종료일로부터 1993년 2월24일까지 공소시효 진행을 정지시킨 헌정범죄시효법과 5·18민주화운동법은 소급효금지원칙(법 시행 이전 행위 소급 적용 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해석을 토대로 김 교수는 “5·18진상규명조사를 통해 명백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될 경우 공소제기가 가능하고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5·18특별법은 △1980년 5월 당시 민간인 학살사건,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암매장 그 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 및 조작의혹 사건 △5·18 당시 군이 시민들에 대한 최초 발포와 집단발포 책임자 및 경위를 규명하고 계엄군의 헬기사격에 대한 경위와 사격명령자, 시민 피해 현황 등을 조사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추가 관련자 조사·새로운 증거 확보 관건”

김 교수는 “5·18특별법은 단순히 5·18 진상을 규명하는데 그치지 않고 특별검사 수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를 국회에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관련 주요 책임자에 대해 소추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이미 1997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5·18 내란 사건 핵심 관련자로 형사처벌을 받는 16명을 제외하고, 새롭게 밝혀진 5·18 내란 사건 추가 관련자들에 대해 어느 범위까지 형사처벌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남아있다”며 “이는 진상규명조사를 통해 핵심 추가 관련자를 밝혀낼 수 있는가, 또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를 통해 얼마나 많은 추가 관련자들에 대해 구체적이고 새로운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5·18특별법에 따라 오는 9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인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은 전두환에 대한 법적 처벌이 가능한지에 대한 것이다.

진상규명조사를 통해 새로운 증거가 나올 경우 전두환을 다시 법정에 세워 형사처벌을 할 수 있냐는 것.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우선 ‘내란죄’와 ‘내란목적살인죄’를 구분해 “내란죄는 폭동을 그 수단으로 하는 것과 달리 내란목적살인죄는 ‘살인’을 수단으로 하는 점에서 엄격히 구별된다”며 “1997년 대법원은 계엄군들이 5월21~24일 26명을 총으로 쏴 살해한 범죄행위와 관련한 내란목적살인죄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5·18 당시 최초·집단발포로 시민들을 살해한 범죄 행위에 대해 전두환이 직접 개입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될 경우, 전두환이 아니더라도 이 범죄행위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최종 책임자가 규명될 경우 이들에 대해 다시 공소를 제기해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동일한 범죄에 거듭 처벌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80년 5월 광주 시가지 모습. <5.18기념재단 제공>

▲“1997년 처벌은 내란죄굚 살인 범죄는 재론 가능”

무엇보다 주남마을 양민학살 사건과 같이 5·18 당시 계엄군의 의해 자행된 수많은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 “최종적으로 전두환 또는 그밖의 자가 관련됐음이 밝혀질 경우 이는 헌정범죄시효법 제3조 제2호에 규정된 집단살해에 해당하는 범죄로 공소시효가 역시 배제되므로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독인 1946년 제정된 ‘나치범죄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시작으로 나치범죄의 공소시효를 정지했다”며 “불법국가 권력자의 집권기간 일어난 헌정질서 파괴범죄, 집단살해, 반인도적 범죄는 공소시효가 배제돼야 함이 법치 국가적 요청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쇼급효금지원칙의 근본 취지는 국가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헌정질서 파괴범죄를 자행한 독재 권력자를 형사법적 청산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면서 “전두환 회고록 및 일부 극우논객의 5·18역사 왜곡·폄훼가 지속되는 현실에서 5·18진상규명 노력을 않는다면 이는 역사의 후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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