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이동약자 접근성’ 모니터…“76% 개선 필요”

▲ 주민센터 진입로 경사로 폭이 80cm에 불과해 전동 휠체어가 통과할 수 없다.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있던 지난 6월9일. 인근 주민센터를 찾은 A씨는 입구에서부터 장벽에 부딪혔다. 전동휠체어 이용자인 A씨가 폭이 80cm 미만으로 비좁은 주민센터 경사로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 주민센터 직원의 도움으로 진입엔 성공했지만, A씨는 투표소가 마련된 2층으로 올라가기 위한 통로는 막혀 있었다.

 이번 6·13지방선거 (사전)투표소는 대부분 주민센터, 학교 등 공익적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됐다. 하지만 이들 시설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은 결코 아니었다. 대부분 A씨처럼 이동약자들의 접근성을 제한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의 지상 2층이나 지하 1층에 투표소가 마련되거나 장애인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다.

 A씨는 만성 관절염 환자로 전동 휠체어를 이용해야 외출이 가능하다. A씨가 투표 이외에도 행정, 복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혼자서 주민센터를 찾을 수 있을까?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주민센터 2층 회의실에 승강기 없이도 올라갈 수 있을까?
 
▲경사로·승강기 부재 다수, 장애인 화장실도 부족

 선거는 끝났지만, 주민센터 등 행정기관의 ‘접근성’이 다시금 도마에 오르고 있는 이유다. 투표기간 임시기표소를 설치하고, 간이 경사로를 만드는 등 임시방편을 강구하지만, 잠시뿐. 언제든 이용할 수 있어야 할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출입조차 쉽지 않은 현실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광주 선관위는 최근 6·13 (사전)투표소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사전투표소를 포함한 광주지역 투표소 42개소 가운데 32개소에서 ‘개선 요구 사항’이 확인됐다. 무려 76%비율이다. 대부분 ‘출입 제한’, ‘화장실 미설치’, ‘주차시설 부족’ 등의 문제가 중복돼 있었다.

 선관위 측은 투표기간 이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임시경사로를 설치하고, 투표안내도우미를 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점검은 전체 투표소 중 10% 미만이었으며, 대책 또한 임시방편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13지방선거 당시 주민센터 2층에 마련된 투표소. |||||

 6·13지방선거 투표소는 사전투표소 95개, 본투표소 364개로 총 459개였다. 사전투표소를 포함해 투표소가 가장 많이 설치된 곳은 주민센터였고, 학교, 도서관, 복지관 등 다중이용시설도 고루 분포했다.

 광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박려형 활동가는 “이동약자들의 투표권 행사는 여전히 많은 제약이 따른다”면서 “가장 먼저 물리적 제약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투표는커녕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이동권이 침해받는 상황은 제자리걸음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민참여 프로그램 확대…물리적 장벽은 그대로”
 
 특히 “주민센터는 시청과 구청보다 주민들이 더 자주 이용하는 밀접한 시설인데, 접근조차 쉽지 않은 현실은 이동약자 접근성의 현주소를 말해준다”며 “주민센터가 행정복지센터로 기능과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시설로의 개선이 절실하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광주시는 지난해 10월 ‘인권영향평가제’를 도입하고, 인권행정 강화, 인권공동체 문화 형성, 인권행정 협치체계 구축 등을 계획했다. 그 일환으로 이번 선관위 주관 6.13 투표소 점검에도 ‘시민인권실천단’ 이름으로 참여한 것이다.

 하지만 주민센터 등 시민의 삶과 밀접한 편의시설 개선에 대해선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 이에 이동약자 접근성과 관련한 전수조사부터 실시,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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