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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칼이 될 때, 혐오는 상처를 남긴다”
인권지기 활짝 시민강좌 ‘혐오 표현, 자유인가 범죄인가’
홍성수 교수 강연, 3강 ‘말이 칼이 될 때’
김우리 ur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8-07-11 06:05:01
▲ 광주인권지기 활짝의 혐오 표현 주제 강연 6강 중 세 번째 강사로 나선 홍성수 교수가 지난 4일 광주시청 1층 시민의숲에서 강연하고 있다.

 물리적인 폭력은 누구에게나 폭력이다. 그런데 말은 다르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아픔은 상대적이고, 규제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말에 의한 폭력을 묵인할 수 있을까? 혐오 표현을 연구해 온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말에도 해악이 있고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광주인권지기 활짝의 혐오 표현 주제 강연 6강 중 세 번째는 홍 교수가 자신의 저서 ‘말이 칼이 될 때’와 같은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은 지난 4일 광주시청 1층 시민의숲에서 진행됐다.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장하는 미국이라도 119허위 신고에 대해선 확실히 규제를 합니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말이라면 상황에 따라 자정이 될 수 있지만, 장난전화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말이라도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한 경우 처벌이 가능한 것이죠.”


 ▲혐오 표현이 ‘부정적인 말’과 다른 점
 미국의 ‘fire 판례’에서 중요한 기준은 ‘자정’ 작용에 있다. 발화자와 청자, 제 3자가 해당 발언에 대해 토론을 거쳐 ‘합의점(자정)’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 여부다. 

 “예를 들어, ‘몸매가 예쁘다’는 표현은 경우에 따라서 규제가 필요해요. 몸매를 칭찬하는 표현 같아도 직장 안 권력관계가 형성돼 있을 땐, 성희롱이 되는 거죠. 소개팅에서 만난 동등한 관계라면, 표현에 대한 응징(자정)이 가능하지만 상하관계에선 자정이 불가능하니까요.”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회에선 혐오 표현도 증가한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혐오는 자정 작용 없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혐오 표현은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국내 외국인 범죄가 심각하다’는 주장을 보시죠. 통계적으로 외국인 범죄가 증가하긴 했지만, 국내 체류 외국인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단순한 이유는 가려버려요. 일말의 사실이라도 조작하면 허위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최근 난민에 대한 판단도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난민의 범죄율이 높다는 주장은 사실일지라도 이는 난민들이 가진 고유한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사회가 난민들을 충분히 포용하지 못한 결과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뜻이다.

 “혐오 표현이 단순한 ‘부정적인 말’과 다른 점은 ‘소수자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이미 차별을 받고 있는 대상에게 가해지는 말은 자정 작용이 쉽지 않죠. 같은 속성을 가진 모든 사람이 상처를 받을 수 있고요.”
 말이 칼이 되는 순간이다.

 “일반적으로 ‘삼일한’이라는 표현을 들으면 웃을 수 없어요. ‘여자는 삼일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는 뜻이니 일상적으로 폭력에 노출된 상황에서 듣는 말은 실질적인 공포감을 주죠. 이 표현에 대한 미러링(반작용)으로 나온 표현이 ‘숨쉴한’이에요. ‘남자는 숨 한 번 쉴 때마다 맞아야 한다’는 뜻인데, 말의 강도는 더 세도 분위기에 따라 웃어넘길 수 있죠.”

 예외적인 상황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일 때 혐오 표현은 성립하기 어렵다. 성소수자들을 향해 “집에서 나오지 마”라고 하는 건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이성애자들에게 “눈에 띄지 마”라고 하는 건 자정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 예방장치 절실”
 “혐오 표현에 대해 ‘영혼의 살인’이라고 말합니다. 정신적 고통뿐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같은 속성의 또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이 되죠. 말은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고 순식간에 실질적인 물리적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고요.”

 유럽은 히틀러의 홀로코스트라는 뼈아픈 경험이 있다. 편견을 내버려 두면, 윗단계의 실질적인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는 문제. 때문에 유럽에선 혐오 표현부터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혐오 표현 대책이 전무해요. 실질적 차별금지법이 없고 국가인권위에서 규제는 하지만 경각심은 없는 상태죠. 직장이나 학교에서 함부로 혐오 표현을 하지 못하도록 교육할 필요가 있어요.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어떻게 확산될지 모릅니다. 지금 당장 예방장치를 마련하고 대응해야 해요.”

 한편 광주인권지기 활짝은 광주시 인권단체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혐오 표현, 자유인가 범죄인가’와 관련한 주제로 매주 수요일 6회에 걸쳐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11일에 진행되는 4강은 김원영 변호사가 ‘디보티즘, 장애를 욕망하면서 혐오하는 사람들’을 주제로 강연한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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