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성 훼손” 반발…학교측 “여론 수렴 해체·복원”
“이전돼도 현장성 상실…무책임한 행정” 비난

▲ 최근 전남대 디지털 도서관 신축공사 부지에서 해체된 옛 박물관 건물. <사진제공=임창진 사진작가>
 전남대가 신축공사를 하며 유서 깊은 건물을 훼손해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한 가운데, 결국 해당 건물을 이전 후 복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학 측은 구성원들의 반발이 심한 상황에서 철거만을 강행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건물이 있던 자리의 현장성은 상실돼 원형보존을 무색하게 한다는 평가에 따라 “무책임한 행정이 초래한 비극”이라는 비난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전남대는 인문대와 중앙도서관을 잇는 언덕 숲을 밀고, 디지털 도서관 신축공사에 착수했다. 연이어 옛 박물관 건물까지 허물면서 논란(본보 8일자 ‘전남대 벌목 이어 63년된 건물도 헐다’)은 더욱 거세졌다.

 10일 전남대 관계자에 따르면, 옛 박물관 건물 해체를 마치고 이전을 계획 중이다. 해체 복원을 원칙으로 이전 장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일부 교수들과 구성원들이 건물을 보존하기를 원한다는 의견을 수렴해 내린 결정”이라고 해체 복원 배경을 설명했다. 원래 대학 측의 계획은 “건물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벽면의 일부만을 신축건물에 전시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전남대 디지털 도서관 신축공사 부지에서 해체된 옛 박물관 건물. <사진제공=임창진 사진작가>|||||
 
 ▲벌목·철거… 전남대 몰역사성 도마
 옛 박물관 건물은 문화재는 아니지만, 유서 깊은 건물로 학교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이 건물은 개교 3년 뒤인 1955년 100평 규모의 1층 석조건물로 지어져 초창기 법과대학 건물로 사용됐으며, 1957년부터 2002년 용봉문화관이 지어지기 전까지 박물관으로 사용됐다.

 이후 2014년 독일문화원 광주어학센터가 들어섰고 헐리기 전까지 독특한 디자인과 역사성을 인정받으며 잘 보존돼 왔다.

 때문에 건물이 처참하게 헐린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한 대학 구성원과 시민들은 “역사성 훼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신축공사 명목으로 울창한 숲을 훼손하고, 보존가치가 큰 건물까지 깨부수는 무자비한 처사”라며 혀를 내두른다.

 관련 사실은 SNS 등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면서 학교의 비극을 실감케 한다.

 해체 복원 결정에 대해서 한 시민은 “원형 보존이 철칙”이라며 “이전 후 복원되더라도 역사적 현장성이 사라져 의미가 축소된다”고 말했다.
 특히 건물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는 동문과 학생들은 “학교가 구성원들에게 언질 한 번 제대로 준 적 없다”며 학교의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비판하기도 한다.

 또 다른 시민은 “옛날 박물관으로 사용되다 출판 인쇄소로 이용됐던 문화재급 건물”이라며 “대학이 총장의 것인가, 총장 마음대로 나무 베고 건물 헐어 버리는 행위는 공동체 정신에 위배 된다”고 성토했다.
 
 ▲학내 충분한 논의 없이 강행 뒤탈
 전남대는 신축공사 때마다 나무와 건물 훼손 논란을 빚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전남대 교수 A씨는 “디지털도서관 신축 공사를 준비하며 꾸려진 기획위원회에 따르면, 공사 부지를 선정하고 건물을 훼손하는데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구성원들은 들러리로 전락했다”며 “정부 예산을 따오려고 사업을 서두른 것인지 워크샵 등 충분한 논의구조 없이 일을 추진하다 무를 수도 없게 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축 공사를 할 때 불거지는 논란은 협상 테이블에선 체감키 어려운 ‘실제적 훼손’에 대한 구성원들의 반발”이라며 “이를 사전에 점검하고 충분한 검토 과정을 거치는 장치가 필요하고, 이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대학 측의 민주적 절차 없인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남대는 디지털 도서관을 짓기 위해 교육부 예산 248억 원을 투입하고 연면적 1만498㎡(건물점유면적 4093㎡)에 2019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총 716그루 나무 중 575그루는 베고 나머지는 캠퍼스 내 다른 곳으로 옮겨 심었다고 밝혔다. 전남대가 신축공사를 위해 나무를 대량으로 베어낸 건 본보가 확인한 것만 세 번째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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