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교회 수년전부터
주변 집 사들여 주차장 늘려
문화전당 배후 부상하며
“문화자산 소실” 자각
‘대형 교회’ 신축에
“더이상은 안돼” 주민 반발

▲ 교회 신축을 추진하고 있는 동명교회. 신축 추진이 알려지면서 일부 주민들이 동명동 곳곳에 교회 신축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어? 어? 하다가 이렇게 됐네요.”

 광주의 대표적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동명동이 심각한 고민을 안게 됐다. 동명동의 한 교회가 교회 신축을 추진하면서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

 “동명동의 문화자산이라할 수 있는 옛 골목길과 여기에 담긴 역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동명동에서 70년째인 동명교회는 수년 전부터 인근의 오래된 집들을 사들여 영역을 넓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일부는 외부 주차장으로 조성됐다. 교회 본 건물 주차장 외에도 외부주차장이 1주차장부터 4주차장까지 있다.

 이는 구도심 쇠퇴라는 위기에서 동명동의 역사를 품은 집과 골목길이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를 두고 동명동의 한 주민은 “크고 작은 한옥, 고급주택들이 하나 둘 없어지더니 모두 주차장 부지가 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동안 이를 큰 문제라고 여기는 주민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다 동명교회의 신축 소식이 알려졌다.
 
▲“대형건물 신축에 모든 자산 사라질 것”
 
 동명교회는 지난 2016년 기존 교회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것을 골자로 한 신축을 추진했고, 동구청으로부터 건축 허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리모델링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나 교회 주변에 확보한 부지에 새로 건물을 짓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 온 동명교회가 그 땅들 위에 대형 교회를 새로 지으려 한다는 소식에 적지 않은 주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동명동을 사랑하는 주민모임’을 결성한 주민들은 교회 신축을 반대하는 호소문을 내고 반대 서명을 모았다. 임택 동구청장 취임 후 250명이 참여한 반대 서명용지가 동구청에 전달됐고, 이후로도 200여 명에 가까운 반대 서명이 모아진 상태다.

 건축 심의 과정에서도 창문 삭제, 인근 주택과 10m 이상 거리 확보, 층수 재검토 등의 민원이 제기됐다.

 동구는 주민들의 일부 의견을 반영, 지난달 31일 지하주차장 출입구 너비 조정, 보행안전성 확보 등 일부 조건을 달아 동명교회 신축에 대한 건축 심의 절차를 완료했다.

 심의를 통과한 교회 신축 규모는 연면적 1만1634㎡(지하 1층 지상 4층)다. 기존 교회의 연면적은 3511㎡로 동구는 “2.5배 정도 크기다”고 설명했다.

 동명교회 측은 동구가 제시한 조건을 반영해 설계를 마치는대로 신축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신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동구청에 건축허가를 내주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명동 동명교회 인근. 골목길을 지켜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렸다.|||||

 ‘동명동을 사랑하는 주민모임’은 “동명동은 원도심 골목, 근대 건축물 하나하나가 귀한 생활문화자산이다”며 “대형교회 신축으로 그런 골목이 사라지면 거기에 담긴 마을의 역사도 지워지고 기억할 수가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주택가 한 가운데 실내체육관 규모의 건축물을 짓는 공사가 진행될 경우 공사기간 소음과 진동, 먼지 등 불편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배후지역인 동명동은 서석초등학교 인근 카페거리와 중앙도서관 일대를 중심으로 청년가게, 맛집 등이 하나둘 늘어가면서 전성기를 재현하고 있다. 옛 주택과 골목길과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만들어낸 풍경은 동명동의 매력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계기 삼아 시장 동명의 옛 흔적과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는 골목길 투어 등 마을 활동도 시도됐다.

 이에 주민들은 “대형 건물로 인해 동명동이 ‘잃게 될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교회 측 “제기된 민원 설계에 반영할 것”
 
 교회 신축 문제는 많은 것들이 없어지고, 변화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무심했던 주민들이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주민 B씨는 “교회가 계속 집을 사서 허물고, 마을 길이 없어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어? 어? 하다가 이런 상황까지 왔다”며 “만약 처음부터 큰 교회를 짓기 위해 땅을 넓히는 것이었으면 주민들도 가만히 있진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큰 교회’가 들어서면 사실상 마을이 없어지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동명동에 살아온 ‘45년 토박이’ 주민 C씨는 “오밀조밀한 골목길, 건물 하나가 역사인데 큰 건물이 지어져 이런 것들이 없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아픔인지 알게 됐다”며 “동구에서도 사람들이 동명동을 찾아오는 이유를 생각해 올바른 결정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명교회 관계자는 “교회 주변 오래되고 허물어져가는 집들이 많았고, 먼저 집을 사달라는 요구가 있어 한채 두채 사다보니 매입 규모가 늘어나게 됐다”며 “이 땅들은 주민들을 위한 주차공간으로 제공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 차원에서 여기가 아닌 외곽지역에도 교회를 지을만한 곳을 2년 정도 알아봤지만 마땅한 곳이 없이 궁여지책으로 동명동에 지을 수밖에 없었다”며 “크게 짓는 대신 현재 건물을 철거하고 생긴 빈 공터는 주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동안 제기된 민원도 설계에 반영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부 개인 사업에 영향을 받을까봐 민원을 제기하는 주민들도 있다”면서 “교회 입장에선 동네나 주민들의 좋은 이미지를 고려해 신축을 추진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동구 관계자는 “동명교회가 건축허가 신청서를 내면 주민과 교회 측 입장을 중재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겠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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