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항 개발 착수…분향소 유품들 정리
“유가족 동고동락 팽이·목이, 거처 미정”

▲ 진돗개 팽이와 새끼들. <세월호 희생 고우재 학생 아버지 고영환 씨 제공>
 “포크레인이 들어오고,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나니까 많이 놀라죠. 그런데 마땅히 보낼 곳이 없어요. 저 혼자선 돌보기 어려운데, 걱정이네요.”

 세월호 희생 단원고 학생 고우재 군의 아버지 고영환 씨는 4년 여 동안 전남 진도 팽목항을 지키고 있다.

 최근 ‘진도항 개발 사업(2단계)’이 재개되면서 텅 비어버린 ‘팽목 분향소’가 사라질 위기라 더욱더 발길을 돌릴 수 없는 그다.

 지난 3일, 분향소를 채웠던 유품들이 정리되고, 임시적으로 세월호 추모 공간이 마련된 상태다.

 팽목항 공사로 인해 갈 곳을 잃은 건 진돗개 ‘팽이’와 ‘목이’도 마찬가지.

팽목분향소.<고영환 씨 제공>

 유가족 고영환 씨는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팽목항은 더 이상 팽이와 목이가 지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걱정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팽목항 공사가 팽목분향소 인근에서 이뤄지다 보니 개들도 놀라고 괴로워하는 것 같다”며, “더 좋은 환경으로 보내주고 싶은데, 데려간다는 분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팽이와 목이는 팽목항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동고동락해 온 사이다.
 
▲군민들이 유가족 위로위해 데려와
 
 진도군민들이 세월호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지난 2015년 1월 팽목항에 팽이와 목이를 데려왔다.

 팽이와 목이는 가족들을 지키는 든든한 지킴이이자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견디게 해 준 친구였다.

 이후 팽이와 목이는 새끼 두 마리를 낳고 최근엔 세 마리를 낳아 식구를 불렸다.

진돗개와 새끼들 모습. <고영환 씨 제공>

 문제는 팽이와 목이의 새끼들은 안산 등지에서 데려가기로 했는데, 다 큰 성견인 팽이와 목이, 그리고 생후 1년이 넘은 새끼 한 마리는 행선지가 아직 미정이다.

 개들의 거처도 미정이지만, 유품 정리가 끝난 팽목분향소를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결정된 게 없다.

 세월호 가족들은 선체 인양과 해저면 수색이 끝나면 팽목항 분향소를 정리하겠다고 진도군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를 결정했다. 분향소가 설치된 지 3년7개월 만이다.

 팽목분향소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팽목분향소 철거 소식을 안타까워 한 가족들과 시민들이 팽목분향소 안을 ‘팽목기억관’으로 조성하고 추모 물품들을 전시해 두었다.

 고영환 씨는 “팽목항은 유가족들에게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많은 추모객들이 찾아 기억을 약속하신 곳”이라며, “여객터미널 공사가 완료되더라도 그 일부라도 기억의 공간은 지켜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진도항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고영환 씨 제공>
 
▲세월호 추모공간 조성계획도 미정
 
 하지만 현재 전라남도와 진도군은 “진도항 사업 계획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유가족과 시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한편 팽목기억관으로 바뀐 팽목분향소 외관에는 ‘팽목기억관은 팽목의 기억을 지키기 위한 공간이며, 세월호 희생자들이 바다에서 돌아와 가족과 처음 만난 곳입니다.…그 기억은 이곳에 기록되어야 하며, 우리는 지켜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진도항 공사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여러분의 발걸음과 함께 이곳을 지켜내겠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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