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호소·시의회 중재…노동계 대화 마련
“원론적” “감정적 호소만” ‘실탄’ 부족 지적

▲ 지난달 19일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등 지역 노동계가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시와 현대차의 투자협상에 대한 불참을 선언했다.<광주드림 자료사진>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인 현대자동차 투자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광주시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계에서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염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김동찬 광주시의회 의장의 중재로 지역 노동계와 만남을 갖고 대화를 시도한 것.

 하지만 여전히 노동계의 핵심 요구사항인 협상안의 투명한 공개와 노동계의 참여 및 권한 보장에 대해선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해 노동계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6일 광주시·광주시의회·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김동찬 의장이 현대차 투자 문제와 관련해 광주시와 노동계간 중재를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엔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윤종해 의장, 이병훈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노총 측이 지난 8월 두 차례에 걸쳐 현대차 투자협상에 대한 공문을 보냈지만, 공식 답변을 하지 않았던 광주시다.

 어렵게 마련된 대화 자리에서 윤종해 의장은 다시 한 번 광주시에 현대차 투자협상과 관련한 내용을 질의했다. △현대차 투자유치 관련 광주시 요구안은 무엇인지, 광주시 요구안은 변경 가능한지 △현대차와 합의된 사항은 무엇인지 △현대차와 기 합의된 것은 재논의가 불가능한지 △현대차와의 향후 일정은 무엇인지 등이다.
 
▲일부 공개…노동계 “유의미한 내용 없어”
 
 또 노동계의 참여와 관련해서는 △노동계가 참여하면 교섭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교섭에 참여하는 광주시 교섭단은 어떻게 되고 노동계는 누가 참여하는지 △교섭단에 참여하는 노동계 대표의 권한은 어디까지인지 △교섭결정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물었다.

 총 9가지 질문에 대해 광주시는 15일자로 답변서를 내놨다.

 하지만 한국노총측 반응이 싸늘하다.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측은 “광주시 답변서의 내용은 이미 이전에 나온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TF팀(지역 노동계가 참여한 광주형 일자리 대응팀) 안건으로 상정할만한 수준도 아니었다”고 폄하했다.

 이번 답변서에는 광주시 요구안과 관련한 ‘부속협정서(안)’의 일부 내용도 포함이 됐다. ‘평균 초임 연봉 3500만 원을 최소한 보장’하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이것말고는 딱히 유의미한 내용이 없었다.

 지역 노동계 요구의 핵심은 그동안의 협상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과 노동계의 협상 참여와 관련한 적절한 권한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광주시는 이번에도 이러한 요구와 관련한 질문에 “노동계의 원활한 의견 반영을 위해 광주시 투자 협상단에 노동계 대표가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수준의 답변만 내놨다.

 참여시 노동계 대표의 권한이 어디까지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도 “노동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뻔한’ 것이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달 현대차 투자 협상에 대한 지역 노동계의 참여를 호소하면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강조한 바 있다.

 이달 말 안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사실상 투자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최근 광주지역 각계에서 ‘현대차 완성차 공장 설립’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기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원사격’ 주목
 
 지난 15일엔 광주지역 특성화고 학생회장 모임·학부모·취업 부장 등이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 일자리를 만드는 현대차 완성차 공장 설립사업은 우리 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16일엔 대한노인회 광주시연합회, 광주시민단체총연합이 광주시의회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광주시와 노동계의 대타협을 통해 현대차 투자유치 사업이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제는 광주시가 “광주형 일자리는 꼭 필요하다”는 식의 감정적 호소 외에는 지역 노동계의 ‘불참’ 선언을 되돌릴만한 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종해 의장은 “이번 광주시의 답변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미 나온 내용에 불과했다”며 “그 어디에서도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다. 솔직히 논평할 가치도 없는 답변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대화를 지속하고, 현대차 투자협상에 대한 참여를 검토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광주시의 진정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광주시는 달라진 게 없다”며 “이대로는 어떤 진전이나 변화도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광주형 일자리’ 실현을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서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민주당은 17일 중앙당 최고위원회에서 현대차의 광주 투자 문제를 논의하고, 24일에는 이해찬 당대표가 직접 광주를 찾아 광주형 일자리 진행상황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