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연대·자긍심 높이는 축제로
“퍼레이드 등 함께 신나게 놀아요”

▲ 지난달 28일 제주에서 열린 퀴어축제에 참석한 뒤 광주퀴어문화축제를 홍보하고 있는 동루 청년.
 오는 21일 광주에서는 최초로 퀴어문화축제가 열립니다. 여기에 함께 참여하며 행사 추진위원으로 활동 중인 필명 동루 청년과 함께 이야기 나눠볼게요.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동루입니다. 움직일 동(動) 자에 눈물 루(淚) 자를 씁니다. 움직이게 하는 눈물이라는 뜻이에요. 문법에 맞는지는 모릅니다. 하하. 스무살 즈음에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20년 썼으니 이젠 내가 지어봐야겠다’ 생각해서 만든 이름이에요. 주변에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단체나 친구들이 많아서 별칭을 주로 사용하는데요.(이름은 직위나 나이를 기준으로 존칭이 붙으니까요) 그러다보니 본명이나 다름없이 불리고 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할까 진지하게 고민해서 지은 이름인데 정작 ‘동루’로 살고 있지 못해요. 동루는 실패했습니다. 언젠가 이름을 바꿔야할 것 같아요.
 
 -최근 퀴어문화축제 추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동루가 성소수자 문제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기존의 기준으로 본다면 남성이지만 소위 여성스럽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입니다. 남성무리에 가면 굉장히 껄끄러운 존재가 됩니다. 아마도 제가 친구를 부를 때 ‘~새끼야’ 라고 부르지 않고 술이나 담배를 즐기지 않는 재미없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농담입니다) 그래서 제 성격이나 행동이 남자답지 못하다, 남들과 다르다는 얘기를 자주 듣다보니 그 이유가 뭔지 궁금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실마리를 준 게 페미니즘과 성소수자에 관한 담론들이에요. 저에겐 성에 관한 논의가 세상을 읽어내는 중요한 관점입니다. 알다보니 재미있었어요. 나를 설명할 수 있고요.
 
▲“존재 숨기느라 위축됐던 언행서 해방”
 
 -퀴어문화축제에 대해서 아직 잘 모르는 분들도 많아요. 퀴어가 무엇인지. 퀴어문화축제를 왜 하는지 이야기해주세요

 △퀴어(Queer)는 사전적 의미로 이상한, 괴상한, 색다른 등의 뜻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은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단어로 쓰였는데요. 많은 성소수자, 활동가, 예술가, 연구가 등의 사람들이 전유하였습니다. ‘그래, 우리가 퀴어다. 어쩔 건데?’ 하는 식이죠. 그 목소리가 커지자 더 이상 욕이 아니게 되었어요. 멋진 일입니다.
 기존의 사회는 생물학적 기준으로 사람들을 남과 여로 이분화하고 있어요. 생물학적 기준이라 하면 굉장히 합리적이고 과학적일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남자다움, 여자다움을 어릴 때부터 강요받아요. 유치원에만 가도 ‘쟤 여자색 크레파스 쓴대요~’ 하게 됩니다. 그게 남자인 것과 여자인 것, 무슨 상관일까요?
 퀴어는 성별이분화 된 이성애중심사회에 벗어나 있거나 의문을 품는, 다채로운 성정체성과 성적지향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간성, 무성애자 등등 다양해요. 하지만 우리 주위에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도 성소수자들은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가족, 친구, 직장의 외면을 받거나 폭력과 차별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퀴어문화축제는 그러한 성소수자들이 연대를 경험하고 자긍심을 드높이는 축제의 장입니다. 늘 본인의 존재를 숨기느라 위축되고 단속했던 언행에서 풀려나게 됩니다.

녹색당 고은영 전 제주도지사 후보와 박동루 청년.
 
 -성소수자 문제를 더 알고 싶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성소수자를 통해 나는 어떤 위치에 있는지 관찰해보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사회적 소수자들은 이 세상이 어떻게 포장되었는지를 간파하는 열쇠입니다. 사랑을 얘기할 때 남녀만을 떠올리는 사회에서는 아무도 자신을 이성애자라고 지칭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성애, 범성애, 무성애 등의 스펙트럼을 알게 된다면 사랑이란 무엇인지 다채롭게 사유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 ‘아 내가 다른 성별의 사람에게 끌리는 이성애자구나’ 하고 내가 어떻게 구성된 존재인지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지요. 그렇지 않는 한 이성애만으로 포장된 사회에서 끊임없이 다른 이들의 다양성을 지우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자신을 탐구하는 과정을 즐겨보세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 내어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마냥 헌신하는 일로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젠더를 여행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자연스럽게 성소수자 문제를 알게 되고 주위에 다양한 경험을 나눌 친구들이 모일 것입니다.
 
▲21일 ‘광주, 무지개로 발光(광)하다!’
 
 -최근에 인천에서도 그렇고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거나 방해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분들은 제 생각에 기독교계와 보수정치계가 강하게 결부되어있습니다. 정치적 입지와 금전적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을지는 몰라도, 권위주의적인 탓에 근래에 청년들의 외면이 많은 집단입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이전에 가졌던 권력에 비해 난항을 겪고 있기도 하고요. 성소수자들을 악마화하고 배제하는 원동력으로 집결하는 듯합니다. ‘성평등 NO 양성평등 YES’ 등의 구호를 외치시지만 정작 남성 중심적인 교단의 분위기 등은 왜 관심이 없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양성평등 좋지요. 평소에도 본인들의 가치를 표방하신다면 좋겠는데 성소수자 인권을 훼손할 때만 행동하시니 문제입니다. 반대세력의 폭력적이고 주술적인 모습을 보면 답답하긴 하지만, 이곳, 이순간이 이분들 덕분에 역사적으로 기억되겠구나 싶어져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는 잘 모르겠고, 축제를 계속 즐기시면 됩니다! 다같이 ‘아멘!’ 혹은 ‘사랑해!’ 하고 외쳐서 포용해드리는 방법도 있어요. 우리는 사랑과 용서를 중요시하니까요.
 
 -다가오는 21일 광주퀴어문화축제는 어떤 행사이고 어떤 내용들로 구성되나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알려주세요.

 △광주퀴어문화축제는 점차 지방으로 확산되고 있는 퀴어문화축제의 흐름에 발맞추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성소수자들이 잘 보이지 않았던 인권도시 광주에서(아이러니한 타이틀이죠?), 인권이란 무엇인지를 되묻고 광주에도 성소수자가 살고 있다 외칠 계획입니다. 행사 이름은 ‘광주, 무지개로 발光(광)하다!’입니다.
 다양한 부스들을 모집했기 때문에 광주에서 볼 수 없었던 성소수자 관련 단체를 둘러보실 수 있어요. 어떤 활동들을 펼친 개인·단체가 있는지 안내를 받아보시고, 후원에 따라 아기자기한 굿즈(goods, 물품, 기념품 등)들도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퍼레이드 코스도 꼭 참여해보세요. 도심에서 다같이 춤추고 한 목소리로 외치는 해방감을 나누고 싶습니다. 민주주의를 외쳤던 5월 광주의 역사적인 장소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그 의미가 남다를 것입니다. 이외에 연대단체들의 공연, 반짝반짝 빛나는 발광파티(디제잉파티)까지 계획중이니 함께 신나게 놀아요!

제1회 광주퀴어문화축제 포스터.
 
▲퀴어를 더 알고 싶다면 영화 ‘창피해’ 추천
 
 -퀴어에 대해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추천할 만한 책이나 영화, 음악이나 컨텐츠 있나요?

 △저는 여성 퀴어들이 나오는 영화들을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제가 본 남성 퀴어들이 나오는 영화는 왜인지 성에 관한 경험을 폭력적으로 그린게 많았어요. 김수현 감독의 영화 ‘창피해’를 적극 추천합니다! 저는 현실적인 영화보다 극적인 요소들이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창피해’는 독특한 대목이 많아요. 음악도 좋고. 18살에 처음 봤을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다시 보니 5·18에 관한 이야기도 담았더라고요. 특별한 영화입니다.
 넷플릭스를 이용하신다면 ‘플리즈 라이크 미’라는 호주의 드라마를 추천합니다.
 
 -남은 2018년 계획이 있나요?

 △저는 지금 광주청년드림의 일드림 사업을 통한 일자리에 있습니다. 내년초까지 계약기간이기 때문에 현재 활동 중인 광주여성민우회에서 일할 계획이에요. 이전엔 활동가들을 멀리서만 보면서 멋지다, 저런 일들을 하면 뿌듯하고 재밌겠다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쉴 틈 없이 바쁘고 마냥 아름다운 일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성운동과 성폭력상담을 하는 단체다 보니까요. 여성민우회의 역사와 활동을 둘러보고, 활동가들의 태도와 일하는 방식을 가까이 지켜보며 배울 계획입니다.
문정은 <광주청년센터 더숲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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