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2호선 공론화] 구청 “모든 현수막 철거”
“효과 커, 차라리 ‘공동제작·합법적’ 게시는?”

▲ 광주도시철도공사가 내건 ‘2호선 건설 찬성’ 현수막(사진 위)과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이 내건 ‘2호선 추진 중단’요구 현수막(아래).
 최근 도심의 거리를 도배한 ‘광주 도시철도 2호선’ 찬반 현수막들이 구청 단속에 의해 속속 철거되고 있다.

 하지만 광주전역에 게릴라성으로 내걸리는 현수막을 일일이 뜯는 것만으로는 “격렬하게 치닫고 있는 여론전을 대응키엔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수막에 편향되고 자극적인 문구를 사용해 시민들의 정서를 자극시키면서도 정확한 팩트 체크가 없어 되레 혼란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아쉬움도 제기된다.

 일례로 찬성 쪽에선 ‘하루 최대 43만 명 수송가능’이라는 최대치만을 강조하는 반면, 반대 진영에선 ‘딸랑 2칸 2호선 좌석 36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양 쪽 모두 ‘수송능력’을 여론전의 지표로 삼고 있는 건데, 각자 논리 전개에 가장 유리한 정보만을 뽑아 제시하다 보니 정작 수송능력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제공은 못하고 있는 셈.

 16일 도심 곳곳에선 도시철도 2호선 관련 현수막들이 여전히 나붙어 있었다. 대부분 홍보 물량공세를 벌인 광주도시철도공사가 내건 찬성 현수막들이다.

 2호선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의 반대 현수막은 모두 철거된 것으로 확인된다.

 본보의 확인 결과 도시철도공사에선 찬성 현수막을 150개 게시했다고 주장하고, 시민모임이 게첨한 현수막은 100여개다. 양측이 내건 현수막들은 구청 등에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 지정된 장소에 걸지 않아 ‘불법’으로 간주된다.

 아직 남아있는 현수막들이 홍보 측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 보니 반대 측인 시민모임 쪽에선 남아 있는 도시철도공사 현수막을 신고하기에 바쁜 상황이다.

 ‘사람중심 미래교통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의 한 회원은 “구청이 일부러 도시철도공사의 현수막을 뜯지 않은 것으로 보기 어렵지만, 찬성 쪽 입장만 남아 있는 건 불공정하다”며 “회원 간에 구청 단속반 연락처를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철거 요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반대 현수막이 걸리면서 찬성 입장도 홍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찬성 현수막을 설치했다”면서 “불법 단속이 시작된 이후 추가적으로 게시하지 않았고 아직 추가 계획도 없지만, 반대쪽에서 또 다시 현수막을 건다면 그 때가서 고려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이 불법광고물 단속을 하지 않는 주말 사이에 또 다시 현수막 게릴라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수막을 단속해 온 한 구청 관계자는 “2호선 관련 현수막을 떼면서도 ‘시민들도 알아야 할 정보라면, 무조건 떼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차라리 광주시가 중간자 위치에서 양쪽의 주장을 모두 담거나 객관적인 정보 위주로 일정량의 현수막을 제작해 민원이 없는 곳에 게시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A씨도 “수많은 현수막을 읽어봐도 극단적인 구호만 난무하고 있어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2호선 공론화를 하는 이유가 시민들에게 숙의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보다 공정하고 검증된 정보를 제공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도시철도 2호선 홍보 리플릿 배포에서도 도시철도공사는 8만 부, 시민모임은 8000부를 제작해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10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전화를 통해 1차 표본 설문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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