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노인타운 어르신들 즐거움 원천

▲ 김숙자 어르신.
 수십 년 몸담았던 생업에선 은퇴했지만, 인생 후반전은 이제 시작이다. 시간에 쫓기고, 가족들 눈치 보느라 하지 못했던 일들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시기.

 꿈과 열정을 쏟아 부을 기회가 있다면, 더욱 활기찬 노년을 맞을 수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갖추고 있는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의 어르신 회원들은 “하루하루가 즐겁다”며 웃음 지었다.
 
▲타운 방송팀 김숙자 어르신

 김숙자 어르신은 바쁜 걸음으로 건강타운 내에 위치한 방송실을 향하고 있었다. 점심시간 건강타운 전체에 울려 퍼지는 방송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방송팀 일원인 어르신은 매주 금요일 방송 진행을 맡고 있지만, 다른 날에도 방송실에 들러 팀원과 함께 하기도 한다.

 “이번 주에는 친구라는 주제로 방송을 할 예정이에요. ‘인생’에 대한 서적에서 좋은 글귀를 발췌해서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방송을 위해서 짬짬이 준비하고 있어요.”

 방송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한 일은 어느덧 자연스러운 일과가 됐다.

 “출근하듯이 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니까 훨씬 즐겁죠. 뭐든지 좋아해서 하는 일은 힘들지 않잖아요. 지금이 딱 그런 것 같아요.”

 수십 년간 교직생활을 마치고 은퇴 후에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어르신. 가장 달라진 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즐거움이다.

 “월요일엔 판소리, 화요일엔 하모니카, 목요일엔 미술을 배워요. 건강타운에 오지 않는 날엔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구연동화를 해주러 가고요.”

 어르신은 이날 미술 수업에서 그린 유화 작품을 보여 주며 뿌듯해했다.
 
▲“책 보고 합창반 참여” 장봉화 어르신

장봉화 어르신.|||||

 은퇴 후 9년째를 맞이한 장봉화 어르신도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즐거움이 정말 크다”고 말했다.

 합창반 활동이 있는 월요일과 금요일은 건강타운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내와 아침을 먹은 뒤 어르신은 오전 10시경 집에서 출발한다고.

 건강을 위해 자가용 대신 시내버스를 타고 건강타운에 도착해선 도서실로 직행한다. 독서를 취미로 삼고 있는 어르신은 “아직도 읽어야 할 책이 많다”며 최근 읽은 책 목록을 나열했다.

 점심은 건강타운 내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한 끼에 1500원으로 저렴하고 맛도 괜찮아 어르신이 즐겨 찾는 식당이 됐다.

 “이곳에선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것 같아요.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은 노년층이라도 부담 없이 배우고 생활할 수 있으니까요.”

 오후 합창 수업을 마치면, 광주의 한 대학에서 문학 교양 수업을 무료로 수강한다. 귀가 시간은 저녁을 훌쩍 넘길 때가 많다.

 “주 5일 내내 일정이 빡빡합니다. 그래도 힘든 줄 모르겠어요. 더 배우고 싶은 게 많은데 모두 할 수 없다는 게 아쉽지요.”

 어르신은 덧붙여 “건강타운이 좋은 시설과 프로그램이 있어 바랄 것이 없다”면서도 “자부담을 늘리더라도 더 다양한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빛고을노인건강타운은 취미, 여가, 배움 프로그램을 위해 88종 207개 반을 운영 중이며, 1과목 당 4개월 단위 2만 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건강타운 하루 이용자 수는 5000명으로 집계된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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