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항소부 미쓰비시
불법 동원·배상책임 인정
손배소 청구권·시효 등 재확인…
광주 재판 마무리

▲ 14일 일제강점기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3차) 항소심에 대해 광주지방법원 항소부가 14일 원고들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원고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법정 밖에 기쁨의 만세를 외치고 있다.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와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14일 광주지방법원 민사항소 제2부는 김영옥(1932년생)·이경자(1943년생) 할머니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피고 미쓰비시 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을 강제로 동원한 불법행위와 이에 대한 미쓰비시 측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1심 판결과 같이 미쓰비시중공업에 김영옥 할머니에겐 1억2000만 원, 유족인 이경자 할머니에겐 325만여 원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원고 김영옥 할머니는 1944년 5월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시켜준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 제작소로 강제동원됐다.

김 할머니는 해방 후 고국으로 돌아와서도 ‘위안부(성노예제)’로 오해를 받는 등 고통 속에 살아왔다. 특히, 일본에 있을 당시 전쟁 공습 등으로 인해 공장 주변 드럼통이 폭파해 심한 화상을 입기도 했다.

이경자 할머니는 1944년 5월 일본 나고야로 강제 동원됐다가 같은해 12월 발생한 동남해 대지진으로 사망한 고 최정례 씨의 유족이다.

이 할머니는 일본에서 돌아오지 못한 딸 생각에 겨울철 이불도 제대로 덮지 못하고 명절 때마다 대문 앞에 상을 차리던 시할머니의 한을 풀고 싶다는 마음에 소송에 참여했다.

재판부는 이날 판결에서 재판 관할권, 피해자들의 청구권, 소멸시효 등 일제 강제동원 관련 쟁점들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렸다.

우선 재판 관할권에 대해선 공정성, 적정성, 재판의 신속성과 개인 및 국가간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대한민국 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청구권 인정 여부에 대해서도 일제강점기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소멸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해방 이후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있는 권리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주장이 있어 실질적 권리 행사가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앞서 2차 소송에서 광주고법이 내린 판단과 같이 지난 10월30일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온 시점으로부터 피해자들의 청구권 시효가 시작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날 법정을 찾은 이 할머니는 재판부가 “피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선고하자 기쁜 마음에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기도 했다.

한편, 양금덕 할머니 등 5명이 참여한 1차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지난달 29일 대법원에서 원고들의 승소가 최종 확정된 이후 지난 5일 2차 소송과 이날 3차 소송 모두 2심에서도 원고들이 승소하면서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관련 광주재판은 모두 마무리됐다.

2차 소송은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심선애(1930년생)·양영수(1929년생)·김재림(1930년생) 할머니와 1944년 일본 나고야로 끌려갔다 대지진으로 사망한 고 오길애 씨 유족 오철석 할아버지(1936년생) 등 4명이 원고로 참여하고 있다.

미쓰비시가 2차, 3차 소송 2심 결과에 불복, 상고할 가능성이 있지만 사실상 대한민국 사법부의 법적인 판단은 내려진 상태다.

대법원 판결 이후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추가 소송과 관련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시민모임 측은 피해 사실과 피해자 본인들의 의사를 고려해 추가 소송 제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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