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정차 몸살 주민들 스스로 해법 찾아
주차난 해소·상가 이용객 편리 등 “만족”

▲ 14일부터 한쪽주차제를 시행하는 풍암동. 한쪽면 정차차량 외엔 한산하다. 우측은 상무2동.
 주차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광주지역 도심 도로 곳곳에 한쪽차로 주차제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시행 초기 주차난 해소, 민원 감소, 상권 활성화 등 다차원의 만족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평가여서 주목된다.

 15일 광주시 각 자치구에 따르면, 도로폭이 좁아 주차난이 심각했던 곳곳에 한쪽 주차제가 도입되고 있다. 대개 주민들이 마을만들기 사업 등으로 주도하고 있는 현상인데, 단속카메라가 함께 설치되면서 불법 주정차로 인한 문제 해소, 도로변 중소상인들의 만족감 향상 등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광주 서구 풍암동 신암근린공원 인근 상가도로가 그 중 한 곳이다. 이곳은 지난해까지 불법주정차로 인한 문제가 심각했다.

 왕복 2차로 좁은 도로 양편에 차량이 주차하다보니 통행 가능 공간은 차량 1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정도에 불과했다. 또 장시간 주차하는 차량은 인근 상인들에게도 큰 불만이었다. 고객들이 상가를 이용하고자 해도 주정차할 공간을 찾지 못해 포기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화재 등 사고라도 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게 자명했다. 주차된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서구 상무2동 효광중 인근 왕복 1차선 도로도 마찬가지. 좁은 도로에 식자재마트 상하차 차량과 골목식당 이용차량, 기타 불법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몸살이 하루종일 이어졌다.

 이같은 문제에 직면한 주민들이 직접 협의체를 만들어 고민끝에 내놓은 해법이 한쪽주차제였다.

 한쪽주차제는 홀수달·짝수달로 나눠 한 달 단위로 한쪽면에만 주차를 허용하고, 반대편 주차는 카메라로 단속하는 시스템이다.

▲풍암동 한쪽주차제 “이젠 정착단계”
 
 풍암동주민센터에 따르면, 풍암동에선 총 6개 구간에서 한쪽주차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지난 2013년부터 불법주정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해왔다. 금지봉이나 중앙분리봉 설치, 홀짝주차제 운영 등 여러 가지를 시도했지만 정착에 성공하진 못했다.

 그러던 차 2016년 행정자치부 시범사업 선정을 계기로 ‘풍암동 주민자치회’가 출범하면서 해법을 찾아갔다. 주민워크숍 등을 통해 마을 의제를 선정하고, 마을만들기 사업비로 금지봉 등을 더 구입할 수 있었던 자치회는 한쪽주차제를 풍암동 전체 구간(6곳)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현재 이 시스템이 정착 단계에 접어들면서 오랜 기간 골칫거리였던 불법주정차 문제가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도 가끔 불법 주정차 차량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차량 두 대가 동시 교행할 수 있도록 도로가 관리되고 있다. 구청이 주민들 요청에 맞춰 교차로 등에 불법주정차 단속 CCTV를 설치해 한쪽주차제 효과를 높인 덕이다.

 풍암2지구 상가에서 귀금속점을 운영하는 주민 A씨는 “상인들도 좋고 이용객들도 다들 좋아하신다”며 “상인들로선 단속 걱정없이 상가 가까이 주차할 공간을 확보했고, 고객들 역시 상가 이용을 위해 잠시 정차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어서 서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암동 주민들은 홀짝주차제 확대와 공한지 마을 공유주차장 추진 등으로 ‘제15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주민자치분야’에서 장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제 시작” 상무2동도 한쪽주차제

 이제 새롭게 한쪽주차제를 도입하는 곳도 있다.

 광주 서구 상무2동은 14일부터 KT상무빌딩에서 영암마트(쌍촌로 33-1부터 쌍촌로 2지점)까지 300여 미터 구간에서 한쪽주차제를 시작했다. 역시 홀수달, 짝수달로 나눠 한쪽 씩 주정차를 허용하는 식이다.

 상무2동 주민자치회 ‘쌍쌍일촌주민협의체’는 상인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동의서를 받고, 주민간담회 등을 거쳐 불법주정차 문제 해법으로 한쪽주차제를 도출해냈다.

 서구가 진행하는 좋은마을만들기사업에 선정되면서 사업비를 받아 진행할 수 있었다. 이후 경찰과 협의를 거치고 단속 CCTV가 설치되면서 한쪽주차제가 본격 시행됐다.

 건강원을 운영하는 상가 상인 B씨는 “여기는 도로가 좁아서 차들이 옴짝달싹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곳”이라며 “상인들도 불편하고 고객도 불편하고 지나는 차량운전자들도 불편하니 한쪽주차제 시행되면 서로서로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동구는 주민들의 민원을 접수해 구청 주도로 ‘홀짝주차제’를 도입한 사례다.

 동구에선 2015년부터 문화전당과 전남대병원 사이 인쇄의 거리 구간과 학운동 의재로 구간에 대해 홀짝주차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차구역이 한 달 단위로 변경되는 한쪽주차제와 달리, 홀짝주차제는 홀수날과 짝수날, 이틀에 한 번 씩 주차구역이 바뀐다. 동구는 의재로 구간에 홀짝제를 안내하는 LED전광판을 설치하고 홈페이지, 안내방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밖에 남구 양림동 제중로도 홀짝주차제를 실시하고 있다.
 
▲도로 공간 확보 의미…추가 해결 과제도
 
 광주도시재생공동체센터 안평환 센터장은 “차량은 늘어나는데 주차공간이 부족한 것이 도시의 근본적인 문제”라며 “서울의 경우, 주민들이 출근하는 낮시간 골목에 외지인들이 주차하면 주민에게 주차비를 지급하는 등 골목의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쪽주차제는)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 주차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찾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특히 주차차량으로 인해 장기간 방치되는 도로 위 쓰레기 문제도 정리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주민들은 전광판이나 LED싸인 등으로 주차가능구역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주차허용구역이 바뀌는 한 달 단위로 1000여 개에 달하는 금지봉을 도로 반대편으로 손수 옮기는 수고로움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풍암동 한 주민은 “현재는 주민들이 수작업으로 금지봉을 옮겨야 돼 여간 힘든게 아니다”며 “다른 지역 사례를 보면 전광판을 설치해 디지털로 쉽게 알리기도 하던데, 광주에도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상무2동은 올 4월쯤 도로안내 전광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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