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과잉 나부터 내려놓으니…”
광주 광산구의회 김영관 의원(정의당)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원님’에서 ‘님’자가 빠진 의회 자료집 사진을 게시했다.
해당 사진에서 김 의원은 ‘의원님’을 명시한 기존의 자료집과 ‘님’자를 뺀 자료집을 나란히 비교하며 자료집 표지 위의 의원 호칭이 달라졌다는 소식을 알렸다.
게시글을 통해 김 의원은 ‘보좌실에서 제공되는 자료집에 님자를 빼면 어떨까 제안했다’며, ‘작은 소식이지만, 침투해 오는 타성을 경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게시물을 올렸다’는 뒷이야기가 적혀 있다.
광산구의회 보좌실은 김 의원의 제안을 적극 수용했고, 의회가 모든 의원들에게 제공하는 자료집에서 ‘님’자가 빠지게 됐다.
김영관 의원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의원님’이라는 호칭이 당연시되는 위계적인 분위기에 대해 지적했다.
“의원님이라는 호칭에 익숙해질수록 제 권한에 대한 한계가 더욱 모호해지는 것 같았어요. 특히 의회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상호존중보다 상하 권력관계로 변질될 여지가 크다고 봤습니다. 작은 실천이어도 바꿔보자고 제안한 이유에요.”
▲“‘님’자 뺀 자료집…작은 실천부터”
호칭 하나로도 힘의 우위가 나뉘고, 그렇게 형성된 상하관계는 때론 누군가를 억압하는 기재가 될 수 있다는 자성에서 비롯된다.
“의원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직원들 손을 빌리려는 마음을 갖게 되더라고요. 그럴수록 점점 시민들로부터 내게 일정한 권한을 한시적으로 위임받았다는 생각이 약해지는 반면, 내가 노력 또는 투자해서 ‘의원직을 쟁취한 것이다’는 하는 생각은 더욱 강해지는 것 같아요.”
대체표현으로 충분히 상호 존중이 가능한데도, 존칭이 당연시되는 관행은 또 다른 특권의식을 자라게 할 수 있다는 것.
“반드시 존칭을 써야할 상황이 아니라면, 의무적으로 존칭을 해야 하는 건 또 다른 억압이라고 생각했어요. ‘의원님께서’가 아닌 ‘의원께서’라고 해도 존중의 의미는 퇴색되지 않잖아요. 하물며 자료집이나 명패까지 ‘님’자를 붙여 사물에 존칭을 할 필요는 더더욱 없고요.”
김 의원은 호칭 외에도 작지만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자리 잡은 의전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직원들의 손을 빌리지 말자는 다짐입니다. 업무 외에 사적인 요구는 일체 하지 않으려고 해요. 개인적으로 음료 포트를 준비해 제 손으로 차 등을 마시고 있고요. 의원실에 있는 화분들을 관리하는 일 역시 제 몫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특히 직원들과 ‘평등한 소통’을 위한 노력을 중요하게 여겼다.
▲“직접 차 끓이고 화분 관리, 해외연수도 지양”
“직원들이 의원실마다 방문해 두 번 세 번 노크하는 ‘퇴근 보고’ 문화가 있더라고요. 우리층만 보좌실 직원 한 분이 7명의 의원을 담당하니까 자잘한 일부터 큰일까지 업무가 많거든요. 그래서 따로 보고 없이 퇴근하시라고 요청 드렸어요. 의원실 소파 배치가 ‘ㄷ’자 형태로 권위적이어서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둥그런 형태로 바꾸기도 했고요.”
최근 논란이 크게 된 의원 외유성 해외연수의 경우에도 김 의원은 단호한 입장이다.
“광산구의회 의원들이 작년 10월초 3군데로 해외연수를 다녀왔는데. 저는 가지 않았습니다만. 정의당 지방의원 전원회의에서 ‘외유성 낭비성 해외연수는 가지 않겠다’는 결의된 입장이 있고 개인적으로도 의정활동도 다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굳이 가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였는데요. 지난해 우리 의회 의장이 직원 2명 동행으로 과잉의전 논란을 불러 안타깝습니다.”
김 의원은 “지방의회의 문화가 지방자치의 현실을 대변한다면, 특권의식을 내려놓는 작은 실천들이 결코 작은 변화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광산구의회는 17명의 의원 중 15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서 의원 각자의 소신대로 의정을 펼치기 어렵습니다. 의정 운영에 다양한 목소리가 담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큰 거죠. 지방의회에서 이러한 핵심적인 문제는 있겠지만, 작은 노력들이 쌓이고 모이면 앞으로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권위를 내려놓고 본연에 역할에 충실한다면요.”
한편 재8대 광산구의회 김영관 의원 지역구는 다 선거구(비아동, 첨단1동, 첨단2동, 하남동, 임곡동)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김우리
ur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