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추태 의원 특권의식 바탕에 과잉의전
김영관 광산구의원 “위계적 호칭이 독버섯”

▲ 김영관 의원이 SNS에 게시한 ‘님’자가 빠진 의회 자료집 표지.
 최근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이 뜨거운 이슈다. 해외연수 도중 한 지방의원의 가이드 폭행 사건에 이어 국회의원의 스트립바 방문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성난 민심이 들끓고 있다.

 일부 의원들의 ‘권력’ 남용으로 인한 추태가 드러나자, ‘권한’을 넘어선 특권의식이 문제로 지목됐다.

 특히 관행처럼 자리 잡은 ‘의전 과잉 문화’가 의원들의 특권의식을 키운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제기돼 주목된다.

 광주 광산구의회 김영관 의원(정의당)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좌실에서 제공되는 자료집 의원 호칭 뒤에 ‘님’자를 빼자고 제안했고, 받아들여졌다”며, 의원님에서 님자가 빠진 자료집 표지 사진을 게시했다.

 김 의원의 제안으로 올해 첫 번째 회기부터 광산구의회 모든 의원에게 제공하는 자료집에서 ‘님’자 호칭이 빠지게 됐다.
 
▲“상하관계 귀착돼 직원들 괴롭혀”

 김 의원은 “님이라는 호칭은 직원과 의원 간의 관계를 상하 위계적으로 굳혀버려 의원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직원들 손을 빌리려는 특권의식을 갖게 한다”며 “의원은 시민들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것인데도 마치 스스로 쟁취한 권력처럼 착각하고 남용하기 쉽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광주지역 기초의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의 도를 넘는 ‘갑질 행태’가 끊이지 않았다.

 김 의원이 소속된 광산구의회에선 2017년 기초의원 A씨가 의전 담당 직원에게 수차례 언어폭력을 가하다 직원이 실신한 일이 있었다.

 담당 직원은 “A의원이 자신보다 먼저 퇴근할 경우 윽박지르고, 손님 차 접대 자리에서 직원을 향해 ‘저 X이 내 차에 이물질을 넣었다’는 폭언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이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본부 광산구지부가 광산구 공직자 770명을 상대로 진행한 ‘의원 갑질 행위 관련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57.7%인 445명이 구의원들의 ‘갑질’ 행태를 고발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언사를 높이고 꾸짖었다(96명)’, ‘공무 외 사적인 일을 부탁·강요했다(82명)’, ‘다른 사람들 앞에서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했다(41명)’, ‘욕설·비하 발언을 했다(35명)’순으로 갑질이 고발됐다.

 같은 해 남구의회에서도 B의원이 의정 도중 마찰을 빚은 구청 공무원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은 것도 모자라 사과를 요구한 공무원 노조의 팻말을 흉기로 훼손하는 등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서구 일부 의원들의 경우, 구청이 주관한 구민 대상 강연에서 의원들 자신을 소개하는데 상당 시간을 할애해 시민들에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날 강연 1시간30분 가운데, 30분 이상이 의원들의 소개와 인사말로 소비됐다.
 
▲“내부서 제기된 자성, 자리 잡기를”

 의원들의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폐해에 이골이 난 시민들은 김영관 의원의 작은 실천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김 의원은 자료집 호칭을 바꾼 것 외에도 직접 차 타마시기, 화분 물주기, 퇴근 보고 없애기 등 불필요한 의전을 없애기 위한 작은 실천 사례들을 함께 소개했다.

 한 시민은 김 의원의 게시글에 ‘바람직한 변화를 이끄는 모습에 흐뭇하고 기쁘다. 생활 속의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댓글을 남겼고, 또 다른 이는 ‘직원들 역시 인권이 있다. 잘 하셨다’며 지지의 뜻을 전했다.

 특히 광산구의회 직원들은 김 의원의 탈 권위 행보를 반기는 분위기다.

 호칭 변경 제안을 수용한 광산구의회 의사팀 관계자는 “대면에서 존칭을 하더라도 명패나 자료집에 굳이 ‘님’자를 붙일 필요가 없었는데도 관행처럼 해오던 표현인데, 김 의원이 먼저 제안을 해줘 수정했다”며 “의회 내부에서 특권의식을 내려놓는 분위기가 자리 잡는 건 더없이 반가운 일”이라고 전했다.

 김 의원을 보좌하는 직원 역시 “(김 의원이) 직원 호칭을 부르기 전에 먼저 어떤 호칭이 편한지 먼저 여쭤봐 주시고, 작은 일들을 몸소 실천해 주셔서 함께 일하는 입장에서 존중 받는 기분이 들었다”며 “직원들도 역할과 업무가 있는 의회의 일원으로서 존중받는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