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이공 2년째 “청년꿈 경연대회”
연말 ‘수민이가 쏘아올린 작은 빵’ 선정
쉐어하우스 운영 수익금, 청년 꿈에 지원

▲ 지난해 연말에 열린 ‘청년꿈 경연대회’에서 서수민 씨가 ‘꿈’을 발표하고 있다. <협동조합 이공 제공>
 연말파티에 모인 청년들은 저마다의 꿈을 프레젠테이션한다. 꿈을 공유한 이들은 가장 ‘공감하는’ 꿈에 투표를 한다.

 1등에게는 70~80만 원 상당의 상금이 주어진다. 꿈+노잣돈이라고 해서 ‘꿈잣돈’이다. 이걸로 1년동안 꿈을 위해 달려보는 거다.

 행사를 주관하는 협동조합 이공이 지난 연말 두번째 꿈을 선정했다. 20대 서수민 씨의 꿈인 송정동에 빵집 열기다. 이름하여 ‘수민이가 쏘아올린 작은 빵’이 지금 부풀어오르고 있다.

 1등이 되지 못했더라도 낙심할 일은 아니다. 함께 펼쳐본 꿈은 공감과 지지라는 다른 차원의 동력을 얻는다. 각자 다른 일을 하는 청년들과의 네트워크 구축도 덤으로 얻는 성과다.

▲매년 연말파티 “꿈으로 가는 노잣돈 지원”

 송정마을카페 이공이 기획한 연말파티 ‘헬로스트레인저’가 지난해 12월31일에도 열렸다. 이 파티의 하이라이트는 꿈잣돈프로젝트. 꿈과 노잣돈을 합성해 “꿈으로 가는 노잣돈을 지원해준다”는 의미다.

 행사를 기획한 협동조합 이공은 지난 2016년 광산구 송정동 한 아파트를 무상임대받아 현재까지 쉐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제공받은 아파트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소정의 돈이 필요했는데, 이들은 기부형 펀드를 진행해 수리비를 마련했다. 그 결과, 50여 명이 참여해 펀드에 참여해 420만 원이 모였다. 펀드를 진행할 땐 참가자들에게 보상(리워드)을 주게 돼있다. 바로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하겠다”는 게 보상이었다.

협동조합 이공이 운영하는 송정마을카페 이공 모습. <광주드림 자료사진>

 수리를 마친 쉐어하우스에는 청년 3명이 보증금 없이 소정의 월세를 내고 생활하고 있다. 정기적인 수익이 발생하고 있는 것. 협동조합 결성 후 이들은 수익을 청년들의 꿈을 듣고, 꿈을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쓰기로 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연말파티 ‘헬로스트레인저(안녕, 이방인)’와 꿈잣돈프로젝트였다. 꿈을 꾸는 게 특이하게 생각되는 세상에서, 이방인처럼 꿈을 꾸는 청년들을 위한 연말파티라는 설명이다.

 파티 초대장엔 이런 글이 실렸다. “갖가지 색깔들을 뽐내는 꽃밭 사이에서 삐죽 튀어나온 잡초같은 너의 꿈, 많은 가위질 속에 잘리지 않고 묵묵히 자라 여기까지 와주어 고마워. 이제는 말해줄래? 오늘은 조금은 이상하다 불리는 너의 꿈이지만 내일은 분명히 다를거야. 왜냐하면 내가 너를 응원할 거거든”.
 
▲첫 주인공 “뉴질랜드 방문 꿈”

 꿈잣돈프로젝트는 ‘꿈콘테스트’다. 각각 자신의 꿈이 무엇이고 왜 하고 싶은 지에 대해 5분동안 발표하고, 청중들은 가장 공감하는 꿈에 투표하는 식이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이에겐 70~80만 원의 꿈잣돈이 주어진다. 쉐어하우스 수익금에 참가자들이 낸 참가비와 후원금 등이 더해진 액수다. 심사기준은 얼마나 간절하느냐, 실현가능성이 있느냐 등이다.

 행사엔 다양한 꿈들이 등장한다. 음악을 하고 싶은 예비음악가는 직접 작곡한 곡을 무대에서 선보였고, 도자기 만드는 도예가를 꿈꾸는 한 성소수자는 ‘퀴어한 세상’을 위한 작업을 해보겠다는 꿈을 공유했다.

 청년 뿐 아니라 다양한 세대의 꿈도 나온다. 한 50대의 무대에 서고 싶어 뮤지컬에 도전해보겠다는 꿈, 자기 방에 서재를 갖고 싶다는 한 아버지의 꿈, 구례군민이 구례에 마을도서관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도 등장했다.

▲“함께한다면, 꿈은 사치가 아니다”

 2018년 주인공은 20대 서수민 씨다. ‘수민이가 쏘아올린 작은 빵’. 송정동에 빵집을 낸다는 꿈이다. 철학을 전공한 서 씨는 제빵복을 입고 나와 새로운 꿈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우리 지역에서 나온 밀과 화학첨가물 없는 빵을 사람들에게 주고 싶다고 해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현재 서 씨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준비하면서 제빵교육을 받고 있다. 송정동에 청년이 운영하는 동네빵집을 낼 계획이다.

2018년 프로젝트에서 선정된 서수민 청년의 꿈 발표자료.

 서수민 씨는 “꿈잣돈프로젝트에 꿈을 발표하면서 막연했던 꿈이 뚜렷해졌다”며 “누가 내 꿈에 공감해줄까? 라고 걱정했는데 처음보는 많은 분들이 내가 만든 빵을 먹어보고 싶다고 하고, 빵 관련 책을 선물하기도 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발표가 끝난 뒤에는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고. 서 씨는 “다른 사람들의 꿈을 듣는 것도 너무 좋았다”며 “빵집을 열게 되면 프로젝트에서 만난 분들과 연대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시민 홍연희 씨는 SNS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헬로스트레인저를 보면서 나도 저들처럼 긴장과 설렘, 떨림을 느낄 수 있는 꿈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꿈잣돈프로젝트는 올 연말에도 진행된다. 행사를 기획한 협동조합 이공 이세형 이사장은 “남들이 보면 이상하고 엉뚱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면서 “꿈을 말하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작은 꿈일지라도 여럿이 모여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자는 취지로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어 “꿈잣돈프로젝트가 더 많이 알려져 광주에 꿈들을 소문내고 알리는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며 “비록 작은 돈이지만, 청년들이 꿈을 갖고 이룰 수 있도록 서로 나누면서 힘받고 살 수 있도록 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2018 이공 송년파티 헬로스트레인저 초대장.<협동조합 이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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