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오·이동욱 거부 차기환 임명
한국당에 재추천 요구
정치권 “당연한 처사”
“한국당 추천권 반납해야” 주장도

▲ 지난 1월16일 자유한국당의 5·18진상규명조사위원 추천에 반발한 5월 단체와 광주시민사회가 5·18민주광장에서 위원 재추천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뒤 한국당 추천 위원 명단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광주드림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5·18진상규명조사위원 후보 3명 중 2명을 임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청와대는 자유한국당에 재추천을 요청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에 대해 재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국회로 보냈다”며 “두 사람은 법에 규정된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상 ‘법조인, 교수, 법의학 전공자, 역사연구가, 인권활동가 등 분야에서 5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한다’는 자격 요건이 명시돼 있는데, 권 전 사무처장과 이 전 기자는 이 요건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다만, 차기환 변호사는 5·18민중항쟁에 대한 왜곡 발언 등에도 불구하고 법적 자격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해 임명키로 했다.

차 변호사는 박근혜 정권 당시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해 유족들로부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을 당했던 인사다. 그는 5·18 가짜뉴스의 온상인 ‘뉴스타운’에 올려진 “경악! 북한군 광주 5·18남파 사실로 밝혀져”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SNS에 게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한 이 전 기자는 1996년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과장’기사에서 5·18을 ‘광주사태’로 표현하면서 “거의 모든 오보가 피해자 중심” “피해자 편을 들면 정의롭다는 생각에 이성을 잃은 결과”라고 5·18 당시 잔혹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했다. 더불어 “죽을지도 모르는 판국에 성욕이 일어납니까? 악의적인 소문” “소대장이 장갑차에 거치된 기관총 방아쇠를 건드려 공중발포”라고 하는 등 무고한 시민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인권을 침해한 계엄군의 입장을 옹호한 전력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이에 5월 단체 등은 한국당이 추천한 3명의 5·18진상규명조사위원에 대해 재추천을 요구해 왔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특별법에 따라 상임위원 3명을 포함, 총 9명으로 구성된다. 국회의장이 1명,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4명, 야당이 4명(자유한국당 3명, 바른미래당 1명)의 추천권을 갖는다.

이중 한국당이 추천한 2명에 대해 청와대가 재추천을 요구하면서 조사위 출범까진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한국당이 자격이 문제된 인사를 추천한 것을 두고 “5·18 진상규명을 방해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던 지역사회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정치권에선 청와대의 이번 결정을 두고 ‘당연한 처사’라면서도 한국당의 추천권 반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국회의원은 “5·18 폄훼와 왜곡 등의 과거 전력은 물론이고 법에 명시된 자격 조건조차 미달인 인사를 청와대가 거부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처사”라면서 “한국당의 늑장 추천으로 이미 늦어질 대로 늦어져 더 이상 진상규명위 출범을 지체할 시간이 없다. 재추천을 이유로 시간을 끌거나 또 자격미달 후보를 추천할 바에 아예 추천권을 반납하는 것이 광주시민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밝혔다.

송 의원은 특히 “한국당이 과연 5·18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방해 공작을 위해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며 “최근 5·18 민주항쟁에 대한 자유한국당 망언 3인방의 발언과 이를 옹호한 나경원 원내대표와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행태가 바로 한국당의 괴물적 역사 인식의 민낯”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평화당은 청와대가 한국당에 5·18진상규명위원 재추천을 요구한 것에 대해 “5·18진상조사의 역사적 심각성을 깊이 헤아린 조치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한국당이 5·18의 진실을 엄중히 생각한다면 더이상 시간을 끌며 진상규명을 방해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은 진상조사의 시급성을 감안해 가장 빠른 시일내에 진상규명특별법의 취지에 합당한 진상조사위원을 재추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평화당은 차기환 변호사에 대해서도 “5·18에 대한 인식의 문제점이 제기됐다”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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