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란 후 약속한 “올해 우기전 준공” 불가능
입찰 방식·행정 절차 등 꼬여 현재 착공도 못해

▲ 지난해 8월 광주 남구 백운광장이 집중 강우로 침수된 모습.<광주드림 자료사진>
 지난해 8월 광주 남구에 시간당 67mm의 폭우가 내리자, 하수관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빗물이 허리까지 차오르고, 주택과 상가를 덮쳐 상가 104동, 주택 20가구, 차량 70여대, 아파트 지하시설, 농경지 7.5㏊가 물에 잠겼다. 물에 잠긴 사진이 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당시 광주시는 “다음 우기까지 하수관거 공사를 완료해 주민들 침수피해를 막겠다”고 했지만, 현재로선 올해 우기 전까지 착공이나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해도 침수 위험을 안고 여름장마를 보내야 하는 주민들은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광주시, 하수관거 사업 5월 착공 계획

 14일 광주시와 남구 등에 따르면, 현재 백운광장 주변 하수관로 개선사업에 대한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인근의 하수관 용량은 시간당 54.8㎜까지 내리는 비를 소화할 수 있는 규모였지만, 침수 당시 백운광장 인근엔 시간당 67㎜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이번 하수관로 개선사업은 총 40억7000만 원을 투입해 백양로-푸른길공원-대남대로 505미터 구간에 가로 3미터 세로 2.5미터 크기의 하수관로를 추가하는 사업이다. 이렇게 하면 비가 많이 내리더라도 하수관로의 통수능력이 증가해 주민들의 침수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9월6일 정종제 행정부시장은 남구청에서 피해 방지를 호소하는 주민들과 만나 “최대한 공기를 단축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며 “(2019년)6월 말까지는 완료하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계획했던 수의계약이 긴급복구에 해당하지 않아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일반입찰 방식으로 결정되면서 일정이 꼬이고 말았다. 여기에 교통상황 계산과 통신케이블 등 지장물 이설 검토, 행정절차 진행 등으로 인해 올해 ‘우기 전 공사완료’는 불가능하게 됐다.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후 도로로 쏟아져나온 쓰레기들.

 시는 4월 도로관리심의를 거쳐 5월에는 공사에 착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공사에는 12~13개월이 소요돼 내년 5~6월에는 공사가 완공될 수 있다.

 하지만 공사구간이 푸른길공원의 일부 구간을 점유하게 되면서 공원위원회와 점용허가를 거쳐야 하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직도 남아있는 실정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당시는 너무 급하게 계획을 잡아서 진행하다보니 추진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원래 하수관거 공사는 1년 이상 걸리는데, 단축을 최대한 노력했는데 잘 안됐다. 앞으로는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우기 전까지 해결하겠다더니…

 상황이 이렇자, 주민들 사이에선 “행정을 믿고 있었는데, 무책임한 것 같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봉선동 주민 A씨는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에게 약속한 것은 뭐였나”라며 “상습침수구역이란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 곳인데, 도시철도 2호선 건설같은 다른 이유들로 차일피일 공사가 미뤄져온 것에 대해 불만”이라고 말했다.

상가 건물이 침수돼 상인들이 물을 퍼내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 주민대책위를 꾸리고 있는 상인 배진홍 씨는 “시에서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하면 주민들은 그렇게 알고 받아들일 수밖에 다른 수가 없는 것 아니냐”면서도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하루빨리 공사에 들어가서 내년 우기 전이라도 침수걱정 없이 살아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영순 남구의원은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면서 급박한 상황에서 시가 무리하게 계획을 내놨기 때문에 발생한 상황”이라며 “급박하게 계획을 짰으면 급박하게 움직였어야 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2월 중으로 주민설명회를 통해 향후 계획에 대해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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