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외력 맞지만 입증 부족” 판결
피해자측 “이해할 수 없다” 반발
CCTV 증거 인멸 직원은 유죄 확정

▲ 지난 7월 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드림 자료사진>
80대 치매환자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광주시립요양병원장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의 멍자국 등을 “외력에 의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입증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피해자 측은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광주지법 형사3단독 전기철 판사는 15일 상해·노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전 광주시립제1요양병원장 박모 씨와 인광의료재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박 씨는 2017년 7월, 주먹으로 80대 치매환자 이 모 씨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가족들은 피해자 이 씨가 병원 보호실에 격리된 상태에서 원장 박 씨로부터 주먹질 당하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박 씨는 “환자를 안정시키기 위해 눈 부위를 눌렀을 뿐 폭행하지 않았다”고 부인해왔다.

이와 관련, 법원은 증거로 제시된 피해자의 멍자국 등에 대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면서 “외력으로 인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당시 피해자 이 모씨가 공개한 멍자국. <광주드림 자료사진>|||||

그럼에도 법원은 ‘외력’을 ‘폭행’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박 씨 주장을 수용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눈 부위 뼈가 다치지 않았고, 찰과상도 없었다”며 “출혈이 있었지만 이는 폭행은 물론 압력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적시했다.

피해자 이 씨의 진술과 관련, 법원은 “피해자는 박 씨가 자신을 때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수간호사가 들어온 것은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센터 등의 감정을 참조하면 기억 착오 가능성이 높은 만큼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있을 정도로, 폭행으로 인한 상해 혐의 증명이 명확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폭행 장면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CCTV 영상을 삭제해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된 병원 직원 손 모 씨에 대해선 법원이 징역 10월이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피해자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과 법률대리인, 시민단체 등은 “결과만 놓고 보면, 병원장이 80대 치매환자를 폭행한 것은 무죄인데, 전 관리과장이 느닷없이 그날 현장이 담긴 CCTV를 뜯어 인멸한 죄로 법정 구속된 셈”이라며 “참 희한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18일 오전 11시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향후 대응방안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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