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로 시민궐기대회서 만난 시민들
남녀노소·외국인 “오월 광주 모독”

▲ 무대 위 발언 중인 김종숙 씨, 5·18재단 국제 인턴 프라빈 쿠마르 씨 등 참가자들의 모습.
 “말이 안 나올 정도에요. 5·18에 대해 폭동이니, 괴물이니 망언을 하는 그들이 사람입니까? 뉴스를 볼 때마다 화가 치밀어서 가만히 집에 있을 수가 없었어요.”

 16일 오후 4시 광주 금남로에선 ‘5·18 공청회 망언’을 규탄하는 광주 범시민궐기대회가 ‘자유한국당 3인 망언의원 퇴출과 5·18 역사왜곡처벌법 제정을 위한 광주범시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칼바람이 불어 추운 날씨에도 3000여 명(주최측 추산 1만 명)이 참석해 시민들 분노가 집결된 금남로의 열기는 뜨거웠다.

 시민들은 주최 측에서 나눠준 피켓을 들고 ‘자유한국당 사죄하라’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제명하라’ ‘5·18 역사왜곡 처벌법 제정’ 등의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홀로 집회에 참석한 50대 여성 A씨는 “티브이를 보다가 광주를, 5·18를 모독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작태에 분노가 치밀어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30대 아들에게 같이 집회에 나가자고 했는데, 일이 바빠 못 왔네요. 저는 광주로 이사 온 지 10년이 됐습니다. 성남에 살 때는 전혀 몰랐다가 광주 5·18을 알고 나선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방금처럼 5·18 노래(임을 위한 행진곡 등)만 나와도 눈물이 나네요. 이토록 가슴 아픈 역사를 짓밟아 버린 자유한국당.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39년 전 군사독재에 대항해 싸운 광주의 고통스런 역사를 뒤늦게 알게 돼 더욱 가슴이 아프다는 그다.
 
▲“집회 나와 구호라도 외치니 속이 후련”

 “자유한국당 그 세 명(김진태, 이종명, 김순례)은 꼭 제명해야 해요. 5·18의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고, 자꾸 광주를 무시하는 자유한국당도 반드시 죄를 물어야 합니다. 이렇게 (집회에) 나와서 구호라도 속이 좀 후련하네요. 하지만 이번 화풀이로 끝나지 않고, 그들이 5·18 망언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꼭 보고야 말겠습니다.”

 그는 2시간 넘게 진행된 집회 현장에 남아 목소리를 보탰다.

 시민들의 분노는 무대 위에서 절정으로 터져 나왔다.

 주제발언에 나선 50대 김종숙 씨는 “5년 전 광주에 터를 잡고 5·18이 벌어진 현장에 살게 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며 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세 명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에 대한 망언을 들으면서 어쩌면 이렇게도 뻔뻔할 수 있는지 분노가 일었다”며 “자기들 당만 살리겠다고 무슨 염치로 이런 망언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광주시민들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에 맞게 행동하고 또 그 행동에 따라 나라가 바뀌는 ‘정의’를 알기 때문에 이 망언들을 결코 흘려보내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들을 제대로 응징하고 엄벌해서 다시는 자유한국당 같은 망국당이 정치를 하게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본행사 시작 전 무대에 오른 박남선씨(5·18당시 전남도청 상황실장)는 ‘자유발언’을 통해 “지만원씨가 저를 ‘광수71’로 지목한 사실만 봐도 5·18망언은 허무맹랑한 발언”이라면서 “우리 유공자들을 세금 축내는 집단이라 매도하고 망언을 일삼는 의원들을 제명해야할 뿐 아니라 한국당을 해체하는데 민주세력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광주 금남로 광주범시민궐기대회에는 청소년들도 참여해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 망언을 규탄했다.|||||
 
▲무대 위서도 “유공자 매도 그만하길”

 광주 서구 금호동에서 온 박종찬씨 역시 자유발언을 통해 “5·18 특별법은 총 7차까지 개정됐다”며 “1~5차 개정기간인 1993년부터 2006년까지는 5·18 유공자의 범주를 광주·전남·북으로 6·7차 5·18특별법 개정에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유공자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이에 경상도와 강원도 등에서도 5·18유공자가 선정됐다. 모든 것이 법에 기준을 두고 된 것이다”며 “(자유한국당 3명 의원은) 국회나 법제처 등을 가서 법을 좀 찾아보고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외국인의 눈에도 5·18 왜곡은 심각한 죄다.

 금남로 한 켠 주먹밥 부스에서 만난 네팔 출신 프라빈 쿠마르 5·18기념재단 국제인턴도 피켓을 들고 집회에 동참하고 있었다.

 행사지원 역할로 집회에 참여한 프라빈 쿠마르 씨는 “광주에 온 게 우연히 지난해 5월이어서 5·18기념행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며, “5·18이 광주에 얼마나 성스러운 역사고, 정부 또한 진실규명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알게 된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정치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나를 비롯해 많은 한국인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편견을 견지하는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뿐 아니라 한국의 민주주의를 확장시킨 5·18에 대한 진실규명과 피해자 구제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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