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 운남동 공실 많던 상가 대변신
“임대료 부담 덜고, 함께 모여 시너지”
손뜨개·패브릭·디저트 등 6곳 나란히

▲ 광주 광산구 운남동 삼성아파트 상가 지하에 자발적으로 조성된 공방들.
 광주 광산구 운남동 삼성아파트 상가에는 일명, ‘공방의 거리’가 있다. 오랫동안 공실로 남아 방치되다시피 했던 지하에 6개의 공방이 옹기종기 터를 잡고 있는 것.

 아파트 상가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 여러 개의 공방이 모여 있는 것도 드문 일인데, 공방들이 모두 간판을 맞추고 일렬로 늘어선 것이 꼭 이름 있는 어느 ‘공방의 거리’를 연상케 한다.

 이곳 공방들은 지난 2~3년 동안 하나둘씩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지금의 공방 단지의 형태를 갖췄다. 관에서 주도했다거나 계획적으로 일괄 들어선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조성된 셈이다.

 상가 1층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가장 왼쪽부터 ‘바늘꽃 공방(차미경 대표)’ ‘비단향꽃무(류숙경 대표)’ ‘선아트(김선영 대표)’ ‘밀크루미(이현숙 대표)’ ‘달큼:희(이주희 대표)’ ‘뇌물공작소(정영아 대표)’가 차례로 죽 이어진 형태다. 모두 동그란 흰 바탕에 상호명을 새긴 간판이 특징이다.

밀크루미 내부 작업공간 일부.

 가장 먼저 문을 연 공방은 ‘밀크루미’로 이곳 아파트 주민인 이현숙 대표가 물꼬를 텄다. 창고 겸 작업 공간을 찾던 중 상가 지하에 공실로 남아 있던 이곳을 알게 됐던 것.

 이후 이웃 주민이자 공예 교실 동기였던 ‘바늘꽃 공방’ 차미경 씨에게 또 다른 공실을 소개하면서 두 번째 공방이 입점했다. 이어 이 씨 아들 친구의 엄마 등등 지인들을 중심으로 공간이 알려지면서 공방이 차례로 들어섰다.

▲관이 조성한 것 아닌 자발적으로

 6개의 공방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입점한 공방은 비단향꽃무로 지난해 10월 오픈했다.

 이들 공방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건 저렴한 임대료에 비해 상권과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는 점이 큰 매력요인이었다.

 1호 입점 공방인 밀크루미의 이현숙 대표는 “공예는 월수입이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월세 부담이 크면 공방을 운영하기 어렵다”면서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판매하며 큰돈을 벌기 어려운 공예작가들에겐 저렴한 임대료로 지하 공간에 터를 잡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곳 상가 지하는 지하이긴 하지만, 아울렛 형태로 가운데가 뚫려있어 지하까지 시야가 확보된다. 지하면서도 지하같지 않은 공간의 특징 역시 판매와 교육도 이뤄지는 공방들에게 다행스런 부분이었다.

선아트 금속공예 작업 공간 일부.

 무엇보다 공방 대표들은 함께 모여 있어 가장 좋은 것으로 “하나의 공동체가 조성된 점”을 꼽는다.

 이들은 대부분 주부 역할과 공방 운영을 동시에 하고 있다. 서로 공통사와 공감대를 갖고 있기에 함께 의지하고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

 ‘달큼:희’의 이주희 대표는 “혼자 공방을 운영하면 밥 때를 거르거나 혼자서 고민을 안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함께 있으니 같이 밥 먹고 차 마시고 서로 소통도 하면서 외로울 틈이 없다”고 말했다.

 벽과 벽 사이의 공간으로 분리돼 있지만, 언제라도 문을 열고 한 곳에 모여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이다.
 
달큼:희 판매 예정인 마카롱.

▲경제적·판로 개척 등 시너지 뿜뿜

 함께 내는 시너지는 이뿐이 아니다. 수공예품의 경우 판로 개척이 어려운데,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역할을 분담하면 모두 참여 가능한 프리마켓을 찾기가 유리해진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이들은 다른 공예작가들과 함께 ‘살랑가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보다 안정적인 조직 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또 공예 분야가 우연찮게 모두 다르다. 손뜨개, 패브릭, 건강 간식, 전통, 마카롱, 금속 등 겹치는 분야가 없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서로의 작업에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함께 성장하고 있다.

 ‘선아트’의 김선영 대표는 “각각의 공방이 따로 또 함께 개성을 살려서 공방을 꾸려오고 있다”며, “어둡고 숨어 있던 공간이 공방들의 불빛과 숨결로 조금씩 살아난 만큼 아파트 상가 차원에서도 지하 공간을 더욱 깨끗하고 활성화 할 수 있게 함께 힘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바늘꽃 공방’의 차미경 대표와 ‘비단향꽃무’ 류숙경 대표, ‘뇌물공작소’ 정영아 대표 역시 “상가 지하 중앙 공간이 공유공간으로 활용되면, 서울 인사동의 쌈지길처럼 상시로 열릴 수 있는 미니 마켓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활성화를 기대했다.

 이곳 공방들은 올해도 살랑가 프리마켓을 통해 직접 만든 수공예품으로 시민들과 만날 계획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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