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선거때 ‘5%’ 위해 1000여표 더해
“최초 청소년 직접선거
투표율 저조에 부담 느껴”

▲ 지난 2016년 ‘광주광역시 어린이·청소년 의회 선거활동 선포식’.
 광주광역시가 전국 광역 시·도 최초로 추진한 제1대 어린이·청소년의회 선거 과정에서 ‘투표율 부풀리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대 선거가 있던 2016년 11월 어린이·청소년의회 위탁기관 직원 A씨와 선관위원으로 참여한 청소년 B, C씨 등 3명이 투표율을 조작한 게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올해 1월부터 조사에 착수한 진상조사위가 최근 투표율 조작을 확인하면서 후속 조치와 재발방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3대째 이어진 어린이·청소년의회는 올해 ‘아동·청소년의회’로 이름을 바꾸고 지난 2월 제3대 광주광역시아동청소년의회(이하 청소년의회)를 개원해 운영 중에 있다.

 광주시와 광주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 따르면, 지난 2월15일 진상위원회가 채택한 진상조사보고서에 제1대 청소년의회 선거과정 중 A, B, C씨가 투표율을 부풀린 정황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위원장에 이운기 광주어린이청소년친화도시추진협의회 상임대표, 위원으로 신수정 시의원, 박형주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장, 정민기 봉선동청소년문화의집 관장, 최의숙 광주시 공무원 등이 참여했다.
 
▲투표함 부족, 기성표 오픈 보관 과정 문제

 광주시로부터 청소년의회 사업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는 광주청소년활동진흥센터는 지난해 말 투표율 조작 사건을 인지한 후, 진상조사 및 조치를 위해 청소년 시설 관계자 및 시의회, 담당 공무원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실제 활동에 들어갔다.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11월 제1대 청소년의회 현장 투표 과정에서 투표율이 내부 목표인 5%에 미치지 못한 것을 인지한 실무자 A씨가 당시 청소년으로 선거관리위원에 참여한 B, C씨에게 투표율 부풀리기를 제안했다.

 실무자 A씨는 진상조사 과정에서 “전국 최초로 시도되는 어린이청소년의회 직접선거인데다 지역의 기대가 높아 부담을 느꼈다”며, “당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투표율 부풀리기를 제안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동의한 B, C씨는 A씨와 함께 정당별로 투표용지를 추가해 약 1000표 이상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투표에는 총 9425명이 참여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고 투표율은 5.23%를 기록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투표율 조작은 2016년 11월12일부터 27일까지 15일 간의 현장투표 과정에서 이뤄졌다.

 청소년의회 선거는 투표함이 최소 14개 정도 필요한데 광주광역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투표함을 충분히 제공 받지 못해 4~5개의 투표함만 운영했다. 이에 따라 청소년의회 선거시 투표함을 여러군데서 중복 사용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미리 투표된 용지를 꺼내 분리·보관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관련자들은 정당별로 표를 분류해 보관하자는데 의견이 일치해 표수를 계산하게 됐다. 때문에 당시 실무자 A씨와 일부 선거관리위원들은 개표 전 투표율 파악이 가능했던 것이다.
 
▲진상조사위 나서 사실 확인·사과

 진상조사위는 투표율 부정을 확인하고 “어린이청소년의회가 광주시 조례에 의거, 공적 기구로서 민주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임을 감안해 연루된 관계자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책을 조속히 수립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지난 2월27일 청소년의회 수탁기관인 청소년활동진흥센터는 센터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에서 센터는 “(1대 선거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의회의 성과를 높여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투표율이 조작된 것은 민주주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해 충격과 허탈한 심경을 느낄 광주시민과 관계자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2월28일 투표율을 조작한 A, B, C씨는 어린이청소년의회에서 청소년의원 등 2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어 3월20일 광주시의회에선 시의회와 광주시어린이청소년친화도시협의회 공동주최로 투표율 조작 사건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아동·청소년의회 발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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