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조작’ 파동속 발전방안 토론회
“과오 사과-문제점 분석-대안 마련
‘청소년 자치권’ 훼손 이어져선 안돼”

▲ 올해 2월 출범한 3대 광주 아동·청소년의회 개원식 모습.<광주드림 자료사진>
 제1대 의회 구성 당시 ‘투표율 조작’이 사실로 확인된 광주시 아동·청소년의회의 발전 방안을 고민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광주지역에서 야심차게 시작했던 청소년의회 실험에 상처가 불가피한 상황. 자칫 ‘청소년 자치권 훼손’으로 이어져선 안된다는 공감대 속 잘못에 대한 사과, 구조적인 문제 분석, 대안 마련이라는 과제가 논의됐다.

 ‘광주 어린이·청소년의회 발전 모색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 20일 광주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광주시의회와 광주시어린이청소년친화도시협의회가 공동 주최했다.

 신수정 광주시의원이 좌장을 맡고 곽현미 광주시여성가족정책관, 김병일 전교조 광주지부장, 김세웅 제3대 아동청소년의회 의장, 이운기 광주시어린이 청소년친화도시협의회 공동대표, 황예슬 3대 아청의회 정책보좌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투표율 조작 사건은 반민주적이고 반교육적인 잘못된 행위임이 분명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선거방식의 구조적 문제와 의회 운영 상 권한의 한계가 명백한 가운데 발생한 사건”이라는 문제점도 짚었다.

 이에 따라 “구조적 한계와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동·청소년의회 전체가 폄하되거나 오해받아서는 안된다”며 “청소년의회의 발전과 참여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문제도 어른이, 대책도 어른이?”

 이날 토론회에선 무엇보다 투표율 조작으로 불거진 ‘청소년 자치권 훼손’이 근본적 고민이자 화두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병일 전교조 광주지부장은 “선거법을 위반한 성인정치의 잘못된 모습을 청소년의회가 저질렀다는 선거 부정의 문제로 보기보다 청소년 자치의 발전이 저해되는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표율 조작도 어른이 일으키고 진상조사도 대책도 어른들이 세우고 있어 정작 청소년의회의 참여권은 박탈되고 있다”며 “청소년 의원들도 자기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교육의 장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세웅 제3대 아동청소년의회 의장은 청소년의회가 실질적인 권한을 갖지 못하는 한계를 꼬집었다.

 김 의장은 “아청의회 의원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매주, 매달 의회를 찾아 정책안과 공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 청소년의회의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아청의회를 알지 못하고, 의원들도 당연한 권리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동기부여를 위해서라도 의원들의 활동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적절한 보상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유관 단체들은 함께 책임을 통감하며 사건의 발단을 추적했다.
 
▲“청소년의회 사무처 별도로 운영해야”

 이운기 광주어린이청소년친화도시협의회(이하 어청협) 상임대표는 “어청협은 청소년의회를 제안했던 주체이지만, 청소년의회의 운영 상 어려움을 함께 끌어가지 못했던 데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면서 “지금부터라도 다시 고민을 시작해 청소년들의 현실에 맞는 의회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청소년의회 직접선거가 첫 시도다보니 설계 과정이 꼼꼼하지 못했고, 선거 사무국에서 1명, 유급 자원봉사자 2명이 투표함을 들고 뛰어다녀야 하는 열악한 현실에서 구조적 불리함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청소년의회를 하나의 사업으로 접근하고 얼마짜리 보조금 사업의 관점에서 수탁 기관의 책임만 묻지 않았나 반성한다”며 “더 이상 위탁의 방식이 아니라 광주시 대표기관으로서 청소년의회 사무처를 별도로 두거나 시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예슬 3대의회 정책보좌관도 “한 달간 선거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투표율이었고 투표함이 부족해 매일 투표함을 개봉하면서 투표율이 공개됐다”면서 “공간도 부족하고 투표함이나 투표용지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었다”며 선거 방식의 개선을 촉구했다.

 광주시 역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감을 표하고 청소년의회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지원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지난 20일 ‘광주 어린이·청소년의회 발전 모색’을 주제로 광주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 |||||
 
▲광주시 “실무적 문제점 파악”

 곽현미 광주시 여성청소년정책관은 “재발방지대책을 세우면서 ‘투표함 부족’과 ‘유권자 명부 부재’, 별도의 보관장소가 없어 관리의 어려움, 인력문제, 예산문제, 보상체계, 투표 과정에 대한 홍보 부족 등을 파악했다”며 “실무적으로 예산이 수반돼야 하는 부분은 조금 더 고민해 대안을 마련하고 발전방향도 세우겠다”고 밝혔다.

 토론회에 앞서 청소년의회 사업의 수탁기관인 광주청소년활동진흥센터 김성훈 센터장은 “직선제라는 큰 부담을 안고 전국 최초로 시도된 청소년의회 선거를 잘 수행해야겠다는 의지 하나로 이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책임자로서 사과드린다”고 운을 떼고 3대째 이어온 어린이청소년의회(2016~2018) 운영보고를 진행했다.

 한편 광주시는 민선6기 공약 사항으로 2016년 청소년활동가, 교육자, 학부모 등 시민들과 단체의 제안을 받아들여 ‘광주시 어린이·청소년의회’를 구성했다. 전국 광역 시·도 최초로 시도되는 직선제로 어린이·청소년의회 의원을 선출하고 사업을 광주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 위탁했다.

 제1대 어린이청소년의회는 2016년 11월4일 사전투표를 시작으로 7일부터 20일까지 온라인 투표, 21일부터 27일까지 학교 현장투표 등을 진행해 5.2% 투표율로 6개의 정당에서 의원 22명이 선출됐다.

 하지만 학교 현장 투표 과정에서 위탁기관 직원과 선관위 참여 학생 등이 함께 투표율을 조작한 게 지난해 11월 외부로 알려지면서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이를 사실로 확인했다.

 청소년의회 선거 담당 실무자가 광주지역 청소년 유권자 18만여명 중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6개 정당별로 투표용지를 추가해 1000표 이상의 투표 수를 늘린 사실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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