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 씨 “지금도 억울한 죽음들
할 일 많아”
전년 수상자 서지현 검사
“다시 희망 가져본다”

▲ 고 김용균 씨 어머니인 김미숙씨가 25일 들불상 수상 뒤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용균 법’을 이끌어낸 공로로 들불상을 수상한 김미숙 씨는 수상소감에서 “5·18민주화운동, 그 고마운 분들이 있어서 저도 싸울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고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는 25일 5·18국립민주묘지 역사의문에서 진행된 들불상 시상식에 참여했다.

시상식에서 흔한 풍경인 축하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촉발된 활동으로 수상한 김 씨는 웃음기 없이 착잡한 얼굴로 담담하게 참여했고, 시상식은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김미숙 씨는 “용균이 엄마입니다”는 짧은 말로 수상소감을 시작했다.

그는 “큰 상을 주셔서 감사히 받겠다”면서도 “처음 시상 한다고 연락받았을 땐 애가 죽었는데 상을 받아야 되는 건지 심정이 이상했다”고 했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 그리고 수많은 억울한 죽음들, 이렇게 싸워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셔서 그 고마운 분들이 있어서 저도 싸울 수 있었다”며 “그 분들이 싸워주시지 않았더라면 저도 못싸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저는 우리 아들이 억울하게 죽은 누명을 벗기 위해 처음 시작했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많은 죽음들이 제 눈에 보였다”며 “지금도 건설업에서 고공에서 일하는 분들이 떨어져서 죽어가고 있고, 우체국에서도 최근 8~9년 사이 과로사로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숙씨가 (사)들불열사기념사업회 임낙평 이사장으로부터 들불상을 수상하고 있다.

김미숙 씨는 “우리나라 여기저기서 이렇게 억울한 죽음들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 뻔하다”면서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우리 아까운 가족들이 다 부서진다. 그런 억울한 죽음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들이 열심히 해서 앞으로 더 이상 이렇게 억울한 죽음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나가는 게 우리 산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저도 이 상을 받으면서 더 열심히 일하라는 마음에서 주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힘을 내서 일하겠다”고 했다.

전년도 들불상 수상자인 서지현 검사는 시상식에 참여해 “더 이상 우리의 아들딸들을 죽게 할 수 없다며 그 추운 겨울 도로 위에서 광장에서 방송국에서 국회에서 목놓아 외치시던 김미숙 님을 모습은 그 누구보다 위대하고 그 누구보다 감동적이었다”고 밝혔다.

서지현 검사는 발언 도중,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 눈물을 삼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들블상 수상자인 서지현 검사도 이날 시상식에 참석해 발언했다.

이어 “그런데 김용균 님의 죽음 이후로도 6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죽어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저 역시 입을 연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검찰이 개혁되지 않았고 여전히 수많은 피해자들이 성폭력에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소리는 이렇게 작고 미미하지만, 거대한 태산같은 불의앞에 모든것을 바쳐서 저항했던 이 곳 광주처럼 두렵고 외로운 사람들이 함께 아파하고 위로하고 외친다면 이 작은 목소리가 커다란 메아리 되어 더 이상은 약자들도 여성들도 고통받지 않고 다같이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다시 한 번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미숙 씨와 서지현 검사가 시상이 끝난 뒤 포옹을 나누자 참석자들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한편 올해 수상자인 김미숙 씨는 아들 24살 청년 김용균 씨가 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다 비참한 죽음을 당한 뒤, “대책 마련” 등을 외치며 투쟁해 28년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김용균 법’ 개정을 이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작년 수상자인 서지현 검사는 ‘미투 운동’을 촉발해 수많은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한 공로가 인정돼 제13회 들불상 수상자에 선정됐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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