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기 한일청소년교류단
일본 역사현장 대신 국내 역사기행
서울·경기 역사현장 답사
역사문제 해결 행동·실천 고민

▲ 11일 광주 청소년문화의 집에서 열린 10기 한일청소년평화교류단 활동 보고대회가 끝난 뒤 청소년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학부모 등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급격히 악화된 한일관계로 일본의 역사현장을 찾으려던 계획은 취소됐지만 청소년들은 그저 실망만한 게 아니었다. 일본 대신 국내 역사현장을 찾아 역사를 배우고, 그 속에서 여전히 치유되지 못한 피해자들 아픔, 일제 식민지배 역사의 청산을 위해 뭘 해야 할지 생각하고 다짐한 것.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11일 오전 서구 화정동 광주시 청소년문화의집에서 10기 한일청소년평화교류단 활동 보고대회를 가졌다.

광주지역 고등학생 24명으로 이뤄진 10기 교류단은 당초 지난 7월31일부터 일본 나고야, 도야마를 찾아 일제 강제동원 현장 역사탐방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출발을 3일 남겨두고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교류 행사를 취소한다는 통보가 왔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악화된 한일관계, 사회적 기류 등을 고려해 이뤄진 결정이었다.

이에 대한 청소녀들의 아쉬움,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일본 교류를 대비해 일본어를 독학하고, 일제 강제동원 역사 관련 기사나 자료들을 찾아보며 공부할 정도로 기대가 컸던 탓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일본제품 불매운동, ‘일본 안가기’ 등의 분위가가 확산되자 “이럴 때일 수록 우리가 더 제대로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는 다짐에 자체적으로 토론을 통해 일본 교류와 관련한 규칙을 만들기까지 했다.

광주제일고 2학년 형준한 군은 교류단 활동 소감문을 통해 “일본은 일제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물론 잘못된 역사를 교육조차 시키지 않으며 왜곡된 역사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고 있다”며 “이런 시국일수록 민간 교류나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먼저 배워서 그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교류를 통해 서로간 거리 또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고 생각을 밝혔다.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로 일본의 강제동원 역사현장 탐방을 가지 못해 대신 서울과 경기지역 역사현장을 다녀온 10기 한일청소년평화교류단이 11일 광주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열린 보고대회를 통해 역사기행을 마친 소감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교류 취소’는 현실이었다. 이에 청소년들이 선택한 것은 국내 역사기행이다. 비록 일본 역사현장을 가보지 못하지만 국내에 있는 관련 현장들을 찾아가 보자는 것.

7월26일 일본 교류 취소에 따른 간담회에서 청소년들은 토론과 논의를 통해 서울·경기지역 역사현장을 찾기로 결정했다.

이에 7월31일부터 2박3일간의 역사기행을 진행했다. 첫날은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제1398차 수요시위를 시작으로 전태일 기념관 방문,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영웅’ 관람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둘째날에는 효창공원의 ‘삼의사’ 묘, 민주인권기념관, 식민지역사박물관, 서대문형무소 등을 잇따라 찾았다.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부터 한국 근현대사에서 볼 수 있는 국가폭력의 잔혹성,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 그리고 이를 위한 열사들의 희생 등 많은 것들을 배우고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상일여고 2학년 김수정 양은 “수요시위에 참여하면서 내 또래 아이들이 당당시 소신을 밝히는 모습에서 나 자신을 반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 2학년 최유리 양은 “청소년들이 앞장 서 목소리를 내는 모습에서 희망을 느꼈다. 저도 앞으로 다양한 시위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2박3일의 기행을 마치고 나서 청소년들이 무엇보다 가장 깊게 고민한 것은 일제강점기가 빚은 역사적 고통, 피해자들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에 내린 결론은 분명했다. “역사를 기억하고 행동하자”는 것.
지난 7월31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1398차 ‘위안부(성노예)’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시위에 참석한 10기 한일청소년평화교류단 청소년들.<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숭일고 2학년 정유진 양은 “일본 교류 취소는 아쉬웠지만 서울 답사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이런 공부가 안타까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일이다. 그 역사 문제의 중심에 있는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함께 할 때다”고 모두에게 당부했다.

광주여고 2학년 정세은 양은 “이번 역사기행을 통해 우리가 느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이 알리고 일본 경제규제와 전혀 반성하지 않는 ‘그들’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게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서명운동 참여, 토론회, 일본제품 불매, 일제강점기 역사 기억하고 알리기 등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실천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자연과학고 1학년 김예빈 양은 이날 보고대회에서 구체적으로 “일제 피해자들이 사죄받고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학교 페이스북, 개인 SNS, 친구 단톡방 등에 역사를 알리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을 두고 가해국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일본 아베 정부에 쓴소리를 날리는 청소년들도 많았다. 숭일고 2학년 김예빈 양은 “이번 문제의 잘못은 가해국 책임과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일본 정부에 있다”고 일침했다.
11일 광주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열린 10기 한일청소년평화교류단 활동 보고대회에서 일부 청소년은 직접 PPT(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해 와 발표를 하기도 했다.

전남여고 2학년 김예은 양은 “일본 불매운동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일본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해야 한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은 피해자 분들이 하루 빨리 돌아가시길 바라고 있겠지만 설령 피해자들이 다 돌아가신다고 해도 일본군 ‘위안부’, 근로정신대,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우리가 일본에게서 사과를 받아낼 것이다”고 말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관련해 광주여고 1학년 임수연 양은 “‘사람들이 다 하니까’보다는 어떤 마음 가짐과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실천하는지, 내가 불매운동을 하는 참된 까닭은 무엇인지 알고 실천하는 것이 의미있는 것일 거라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정여고 2학년 문하윤 양은 역사기행을 앞두고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으로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를 만났던 순간을 꼽으면서 “역사의 산 증인인 할머니가 이루고자 하는 모든 것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저부터 끝까지 실천하고 같이 싸우겠다고 굳게 다짐한다”고 말했다.

시민모임 안영숙 대표는 “이번 교류 취소로 나고야 소송지원회 등 일본에서 준비하고 있던 분들이 너무너 서운해 하고, 이럴 때일 수록 민간교류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씀도 많았다”면서 “일본에 가지 못한 아쉬움은 크지만 이 과정에서 청소년들 스스로 더 단단해지고 더 ‘큰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10기 청소년교류단은 9월8일에는 전남대 후문에서 일제 역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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